밀라노(이탈리아)·로이터 발 — 이탈리아 대표 상업은행 메디오방카(Mediobanca)가 추진해 온 68억 유로(약 79억 달러) 규모의 반카 제네랄리(Banca Generali) 인수 계획이 22일(현지시간) 주주총회 표결에서 부결돼 메디오방카의 적대적 인수 방어 전략에 타격이 가해졌다.
2025년 8월 2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메디오방카는 이번 인수로 이탈리아 2위 규모의 웨스스 매니지먼트(자산관리) 회사를 구축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MPS)의 적대적 인수 시도를 무력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주주 의결권 78%가 행사된 총회에서 찬성 35%, 반대·기권 42%를 기록해 최소 가결 요건(출석 주식수의 50% 이상)을 충족하지 못했다.
■ 배경: 이탈리아 금융 지형 재편
최근 이탈리아 금융권에서는 M&A를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메디오방카가 제시한 반카 제네랄리 인수는 고평가되는 자산관리사 밸류에이션을 활용해 자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였다. 반면, 리테일 중심의 국책은행 MPS는 메디오방카 인수를 통해 투자·자산관리 역량을 단숨에 확보하려 한다.
알베르토 나겔(Alberto Nagel) 메디오방카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부결은 우리 은행과 이탈리아 금융 시스템 발전을 위한 기회를 당분간 놓친 것”이라며 개탄했다. 그는 “1복잡한 교차지분 구조2와 이해 상충이 이번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일부 주주들은 메디오방카보다 자신들이 보유한 다른 자산·상황에 우선순위를 두는 명백한 이해상충 속에서 의사결정을 내렸다.” — 알베르토 나겔 CEO
주요 주주 동향
반대 진영을 이끈 것은 이탈리아 안경기업 ‘레이밴’ 창업자의 지주회사 델핀(Delfin)(델 베키오 일가)과 칼타지로네(Caltagirone) 가문으로, 양측은 메디오방카 지분 약 30%를 보유하고 있다. 두 가문은 메디오방카와 오랫동안 마찰을 빚어 온 데다, 현재 MPS가 추진 중인 메디오방카 적대적 인수를 공개 지지하고 있다.
이들 가문은 또한 메디오방카가 13%를 보유한 이탈리아 최대 보험사 제네랄리(Generali)의 핵심 주주이기도 해, 이번 인수안이 성사될 경우 제네랄리 내부 지형에도 중대한 변화가 예상됐다.
■ 표결 세부 결과
• 총 의결권 행사 비율: 78%
• 찬성: 35%(기관투자자 중심)
• 반대·기권: 42%(델 베키오·칼타지로네 가문 포함)
따라서 필요 조건이던 ‘총회 출석 주식수의 50% 이상 찬성’을 충족하지 못해 인수안은 자동 실효(lapsed) 처리됐다.
메디오방카는 올 6월에도 “지지표 부족”을 이유로 주총 표결을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이번 재상정에서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으면서, MPS의 공격적 M&A 전략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용어 설명 및 전문가 시각
웨스스 매니지먼트(Wealth Management)는 고액자산가·가문·법인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자산배분·세무·상속설계를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를 뜻한다. 일반 예금·대출 중심의 리테일 뱅크와 달리, 안정적 수수료 수입 기반을 보유해 밸류에이션 멀티플(주가수익비율·주가순자산비율 등)이 높은 편이다.
금융 애널리스트들은 “메디오방카가 자산관리 부문 시너지를 통해 기업가치 상승을 노렸으나, 현실적인 지배구조 리스크가 큰 벽이 됐다”고 평가한다. 특히 이탈리아 금융권 특유의 교차지분·재벌식 지배구조가 M&A 성사에 반복적으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차원에서는 리테일에 강점을 가진 MPS와 자산관리·투자은행 노하우를 보유한 메디오방카의 결합이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다만, 주주 간 이해 대립이 계속될 경우 장기 불확실성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전망과 과제
메디오방카가 표결 부결 직후 “반카 제네랄리 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식화함에 따라, 향후 전략 옵션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MPS는 정부 지지 속에 메디오방카 인수 추진 의지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결국 메디오방카가 방어를 위해서는 대안적 합병 파트너 모색 혹은 지분 구조 개편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전략 변화를 택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