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컴퍼니(Walt Disney Co.)의 전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아이스너가 자사 계열사 ABC가 진행한 지미 키멜 라이브!(Jimmy Kimmel Live!) 방송 중단 결정을 둘러싸고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압박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진행자 지미 키멜을 공개 지지했다.
2025년 9월 1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아이스너는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성명에서 FCC 브렌던 카 위원장의 조치를 “도를 넘은 협박”이라고 규정하고, “지도력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라고 반문했다.
ABC가 17일 밤(현지시간) ‘지미 키멜 라이브!’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하기 불과 수 시간 전, FCC 카 위원장은 방송사와 모회사 디즈니에 대해 강력한 규제 조치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스너는 이를 두고 “헌법은 ‘의회는 언론·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을 제정할 수 없다’고 명시했지만, 현실은 정치적·금전적 이해가 우선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기록 차원에서 말하지만, 이 전직 CEO는 지미 키멜이 매우 재능 있고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한다.” — 마이클 아이스너, X 게시글 중
사건의 발단은 키멜이 최근 방송에서 2025년 9월 10일 유타밸리대학교(University of Utah Valley)에서 발생한 보수 논객 찰리 커크(Charlie Kirk) 총격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논쟁적 발언을 한 데서 시작됐다. 이후 정치권 일부와 FCC가 “공영 전파를 이용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문제를 삼았고, ABC는 내부 검토 끝에 프로그램을 전격 중단했다.
FCC(연방통신위원회)는 미국 내 라디오·TV·위성·케이블 등 통신 전반을 감독·규제하는 독립기관이다. 방송 indecency(외설성) 심의 권한을 보유하고 있으며, 과징금부터 방송면허 취소까지 광범위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방송사 입장에선 FCC와 불화를 빚는 순간 광고주 이탈 및 재허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 위원장의 발언은 사실상 ‘행정적 압박’으로 해석된다.
‘레이트 나이트 쇼’라 불리는 심야 토크 프로그램은 미국 문화에서 시사·코미디를 결합해 사회적 이슈를 풍자하는 창구다. 진행자 개인의 캐릭터가 브랜드와 직결되며, 정치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수시로 오간다. 이번 사안은 표현의 자유와 방송 규제 사이의 경계선을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고전적 논쟁을 재점화했다.
디즈니 내부 시각에 대해 아이스너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기업 이미지 보호와 정치권 눈치 보기 사이에서 경영진이 곤란한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즈니는 테마파크와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등 다각화된 매출원을 보유하지만, 전통적 방송 부문에서의 FCC 의존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한편, 마이클 아이스너는 1984년부터 2005년까지 디즈니를 이끌며 대규모 인수합병과 콘텐츠 확장 전략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현재 스포츠 카드 업체 톱스(Topps Co.)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2021년에는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해 톱스를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콘텐츠와 자본시장을 아우르는 경영 감각’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디즈니가 과거 아이스너 시절 확장한 ABC 네트워크가 이제 전 CEO에게서 공개적인 ‘표현의 자유’ 옹호 메시지를 받게 됐다”고 지적한다. 이는 기업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전·현직 경영진의 가치관 충돌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로 해석된다.
시장 반응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기사 작성 시점 기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콘텐츠 기업 주가는 규제 리스크와 브랜드 이미지 훼손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향후 DIS(디즈니) 주가 변동성 확대가 점쳐진다.
결론적으로, 이번 논란은 미국 방송·통신 규제 체계와 헌법적 권리 사이의 미묘한 힘겨루기를 드러낸다. 아이스너의 공개 비판은 단순한 ‘전 CEO의 일침’을 넘어, 거대 미디어 기업들이 정치·행정 권력과 맺는 역학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도 지켜져야 할 언론 자유의 본질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