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로이터 —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세계 인공지능 협력기구(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operation Organisation) 설립을 제안하며, 각국이 빠르게 진화하는 인공지능(AI)의 개발과 안보를 함께 조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5년 7월 26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날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한 연례 세계 인공지능 회의(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nference, WAIC) 개막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AI를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규정하면서도, 현행 거버넌스 체계가 단편적이라며 “국제적으로 공인된 규범과 기준을 마련하려면 국가 간 협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3일간의 행사는 기술 패권 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AI가 미·중 간 핵심 전장으로 부상한 시점에 열렸다. 미국은 최첨단 AI 칩과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며, 관련 기술이 중국의 군사 역량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AI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고성능 연산 칩 부족과 인재 교류 제한과 같은 제약 요인이 존재한다. 개방적이고 조율된 혁신 생태계를 통해 병목을 돌파해야 한다.” — 리창 총리
그는 이어 “AI 발전 속도가 기존 산업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가운데, 국제적 신뢰를 구축하지 못하면 각국이 직면한 잠재적 안보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경: AI 칩과 수출 규제란 무엇인가
AI 칩은 딥러닝·머신러닝 연산에 최적화된 고성능 반도체다. 미국의 엔비디아(Nvidia)나 AMD가 대표적 공급업체로 꼽힌다. 이런 칩은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의 병렬 연산 능력을 활용해, 대규모 데이터 학습을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다. 워싱턴은 AI 칩이 전략무기 개발로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해 2022년 10월 이후 수출 허가제를 시행 중이다.
중국은 국산화율 제고를 위해 샤먼(厦门)·상하이·선전 등에 AI 칩 팹(Fab)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첨단 EUV(극자외선) 장비를 네덜란드 ASML에서 공급받지 못해, 5나노 이하 공정 양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 시각 및 파급 효과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의 천리(陈立) 교수는 “협력기구 제안은 기술 고립을 상쇄하려는 중국의 다자외교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만약 글로벌 거버넌스 플랫폼이 구축되면, 미국의 ‘칩 포 벽(chip-4 alliance)’ 같은 블록화 움직임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워싱턴 소재 씽크탱크 CSIS는 “안보 상충이 해소되지 않는 한, 규범 마련에 실질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즉, 협력기구 설립이 실현되더라도, 민감 기술 교류가 즉각 확장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투자 측면에선, 홍콩 상하이 HSBC는 리 총리 발언 직후 배포한 보고서에서 “AI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논의는 장기적으로 중국 빅테크와 유럽·아시아 기업의 규제 예측 가능성을 높여, 자본 유입에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일정
WAIC는 7월 28일까지 이어지며, 화웨이, 알리바바 클라우드, 테슬라 등이 기조연설과 전시를 통해 최신 AI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