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에서 실리콘밸리까지… EA, 사우디 게임 비전의 핵심으로 떠오르다

실리콘밸리 대표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글로벌 컨소시엄에 편입되며, 중동 지역의 대담한 게임·e스포츠 산업 육성 전략이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2025년 9월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실버레이크(Silver Lake)와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고문이 이끄는 어핀니티 파트너스(Affinity Partners)는 사우디 국부펀드와의 공동 투자로 EA 지분 100%를 총 55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거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레버리지드 바이아웃(LBO)으로 평가된다. **LBO**란 인수대금 대부분을 차입(부채)으로 조달해 기업을 사들이는 구조를 뜻한다. EA 인수 자금 가운데 200억 달러는 JPMorgan이 주선한 대출로 마련되며, 나머지 360억 달러에는 PIF가 보유해 온 EA 기존 지분(약 10%)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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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구도 및 지분 구조

사모펀드 양대 축인 실버레이크 공동 CEO 이곤 더반(Egon Durban)과 쿠슈너는 올봄 브레인스토밍 회의에서 EA 인수를 본격 논의했다. 협상 과정에서 쿠슈너는 사우디 왕실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했으며, 그 결과 PIF가 최대주주, 어핀니티 파트너스가 5% 소수지분을 확보하는 형태로 그림이 그려졌다.

“EA는 우리 포트폴리오의 보석 같은 존재다. 전 세계적 사업 확장과 혁신 가속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 – 이곤 더반, 실버레이크 공동 CEO

쿠슈너 역시 공식 발표문에서 “어린 시절부터 EA 게임을 즐겼고 지금은 자녀들과 함께한다”며 개인적 애정을 강조했다. 그는 2021년 설립한 어핀니티 파트너스를 통해 사우디·카타르·UAE 국부펀드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왔다.


사우디 Vision 2030과 게임 산업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30년까지 사우디를 세계 e스포츠·게임 허브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천명해 왔다. 그는 2023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게임·e스포츠 투자 수익률이 연간 15~25%에 달해 놓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PIF는 이미 Savvy Games Group을 통해 액티비전 블리자드, 닌텐도(4%), 테이크투인터랙티브(6%) 등에 대규모 지분을 투입했다. EA 인수는 그 연장선상에서 게임 개발 역량을 사우디 현지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적 승부수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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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디야(Qiddiya) 프로젝트와 신설 e스포츠 국가대표 대회 등도 이러한 청사진을 구체화한다. 키디야는 2030년까지 연간 1,000만 명 방문객을 목표로 ‘City of Play’ 게임·관광 복합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거래 평가 및 시장 반응

EA 주주들은 주당 210달러의 현금 매수를 받게 된다. 이는 9월 25일 종가 대비 25% 프리미엄이다. 그러나 벤치마크 리서치는 “EA의 실질 수익력이 이제 막 드러나기 시작한 만큼 인수가가 낮다”고 지적했다.

45일간 ‘더 나은 제안’을 허용하는 조항이 있지만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요스트 판 드뢰넨 교수는 “거액 자본과 규제 리스크를 감수할 차기 후보는 드물다”며 추가 경쟁 가능성을 낮게 봤다.

MKP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오하라는 “서방과 사우디 간 외교 관계가 우호적인 현 상황에서 이번 딜은 형식적 심사만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딜 클로징 예상 시점은 2026년 2분기로 제시됐다.


용어 풀이

레버리지드 바이아웃(LBO) : 인수 기업 자산을 담보로 대규모 차입을 일으켜 다른 회사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성공 시 내부수익률(IRR)을 극대화할 수 있다.

소프트 파워 : 군사력이나 경제제재 같은 ‘하드 파워’가 아닌, 문화·가치·정책 등을 통해 타국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을 의미한다. 사우디는 글로벌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함으로써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전망

전문가들은 PIF가 EA의 배틀필드, 매든 NFL 등 굵직한 IP를 기점으로 중동 지역에서 게임 개발 생태계를 직접 육성할 것으로 본다. 동시에 실버레이크는 스포츠·엔터 분야 포트폴리오에 ‘대형 트로피’ 기업을 추가함으로써 투자 저변을 확장했다.

결국 이번 거래는 단순 재무투자를 넘어 사우디의 국가적 브랜딩과 미래 산업 다각화를 견인하는 중차대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