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그룹(Renault)이 자사의 저가 브랜드 다치아(Dacia)의 신임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로 전 메르세데스-벤츠 부사장 카트린 아트(Katrin Adt)를 임명했다고 1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2025년 9월 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프랑수아 프로보(Francois Provost)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단행한 첫 대규모 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르노는 시장 환경 변화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최고경영진 구성을 전면 쇄신하고 있다.
아트 신임 대표는 다치아를 이끌던 드니 르보(Denis Le Vot)의 뒤를 잇는다. 르보 전 대표는 최근 그룹 CEO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으나 최종 낙점되지 못했고,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르노는 현재 르노 브랜드 총괄이었던 파브리스 캉볼리브(Fabrice Cambolive)를 새로 신설된 최고성장책임자(Chief Growth Officer, CGO)로 임명해 성장 전략 수립을 전담토록 했다.
“다양한 도전에 맞서려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실행력을 강화하며 고객과 더욱 가까워지는 조직이 필수적이다.” —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 CEO
그는 지난 7월 루카 드 메오(Luca De Meo) 전 CEO가 돌연 사임한 후 내부 승진으로 자리에 올랐다. 르노는 치열해진 전기차·하이브리드 경쟁과 유럽 내 수요 부진으로 2025년 초에 실적 경고(Profit Warning)를 내놓은 상태다.
전략적 배경 및 임원 프로필
아트 대표는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스마트(Smart) 브랜드 CEO, 메르세데스-벤츠 유럽 직영점(Mercedes-Benz Own Retail Europe) CEO, 그리고 기업 내부감사(Corporate Audit) 담당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업계에서는 그의 풍부한 리테일(소매) 경험이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다치아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 ODDO BHF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폰두키디스(Michael Foundoukidis)는 “다치아는 타 브랜드보다 현장 소매 채널 의존도가 훨씬 높다”며 “아트 대표의 리테일 전문성이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용어 해설
* Chief Growth Officer (CGO): 신제품·서비스 개발, 시장 확대, 전략적 제휴 등 성장을 총괄하는 C레벨 직책이다.
* Profit Warning: 기업이 시장 컨센서스 대비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될 때 사전에 투자자에게 경고하는 공시다.
* Retail (자동차 업계): 딜러·전시장 등 소매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차량을 판매·서비스하는 업무 전반을 의미한다.
시장 영향 및 전망
르노는 아트 대표 선임으로 소비자 경험 강화와 유통망 혁신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다치아는 2024년 기준 유럽 소형 SUV 시장에서 점유율 6%를 기록했으나, 동일 가격대에 중국 브랜드가 대거 진출하면서 경쟁이 가열됐다. 르노는 2026년까지 다치아의 전기차 라인업을 3종에서 5종으로 확대한다는 로드맵을 내놓은 상태다.
한편 캉볼리브 CGO는 그룹 차원의 신흥시장·모빌리티 서비스·소프트웨어 플랫폼 확대 전략을 총괄하며, 내년 1분기 중 구체적 실행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는 “CGO와 다치아 대표 인선이 맞물려 르노가 성장 DNA를 재점화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디지털화·공급망 재편 등 구조적 변곡점에 서 있다. 르노,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3사는 2027년까지 총 1,000억 유로 이상을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리테일과 오퍼레이션 최적화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막대한 설비 투자에도 수익성 개선은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조직 개편은 인재 풀을 다양화하고 책임 경영을 강화하려는 르노의 의지를 반영한다. 독일 럭셔리 브랜드 출신 경영진의 합류가 다치아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끌어올릴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