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방위산업 대표기업 롤스로이스 홀딩스(Rolls-Royce PLC)가 S&P 글로벌 레이팅스로부터 투자등급 상위권인 ‘BBB+’ 등급을 부여받았다. 기존 ‘BBB’에서 한 단계 올라선 이번 조정은 회사가 보여준 지속적 수익성 확대와 탄탄한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FCF) 개선 덕분이라는 평가다.
2025년 8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S&P는 “롤스로이스가 2025년 약 30억 파운드(£)의 FCF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2024년 예상치 26억 파운드에서 더욱 확대된 수준“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이미 2025년 상반기에만 16억 파운드의 FCF를 확보, 운영이익 증가와 장기정비계약(LTSA) 잔액 확대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엔진 가동시간(Engine Flying Hours·EFH)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109%로 회복됐다. 이에 따라 민항기 LTSA 순잔액이 4억7,200만 파운드 증가했으며, 위험 및 수익 공유 계약(RSA) 반영 후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매출채권 회수와 매입채무 조건 개선 덕에 운전자본 흐름 역시 전년 대비 나아졌으며, 수요 급증 대응을 위한 재고 확대 부담을 상쇄했다.
S&P는 롤스로이스가 단기적으로 순현금(Net Cash) 포지션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령 경영진이 인수·합병(M&A)이나 주주환원 확대에 나선다 해도 조정 레버리지는 “1.5배 이하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2025년 총 주주환원 규모는 약 19억 파운드로 전망되며, 여기에는 10억 파운드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과 배당금이 포함된다.
수익성 지표 상승
회사의 조정 EBITDA 마진은 2025년에 추가로 개선돼 이후 2년간 약 18%~19%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상반기 민항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1년 전 18%에서 24.9%로 급등했다. 대형 엔진 애프터마켓(부품·정비) 수요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엔진 애프터마켓 매출이 민항 부문의 수익성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렸다.” — S&P 보고서 중
연금 부담 완화도 눈길을 끈다. 롤스로이스는 최근 연금보험사 Pension Insurance Corporation(이하 PIC)과 확정급여(DB)형 연금제도의 일괄 매입(bulk annuity buy-in)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순자산이 약 6억 파운드 감소하지만, 연금 부채 변동성을 제거해 재무 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평가된다.
투자·설비 확충 계획
S&P는 회사의 연간 설비투자(Capex)가 매출의 약 5% 수준, 10억~11억 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 중 30%가량은 개발비 자본화에 쓰일 예정이다. 투자금은 핵심 엔진 성능 개선, 터키 이스탄불 공항 내 신규 정비센터, 미국 파워시스템 부문의 제조역량 확장 등에 투입될 계획이다.
현재 일부 시장에서 미국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항공기·엔진·부품 분야에서는 미·영 간 관세 면제가 합의돼 있어 타격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것이 S&P의 판단이다. 항공·방위 산업은 소비재와 달리 관세 변동에 덜 민감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용어 설명 및 참고
LTSA(Long-Term Service Agreement): 항공사와 엔진 제조사가 체결하는 장기 정비 계약. 엔진 운용 기간 동안 정비, 부품 교체, 기술 지원 등을 포괄해 안정적 수익원이 된다.
Free Cash Flow(FCF):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투자지출을 차감한 금액. 기업의 실제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Bulk Annuity Buy-in: 연금제도 운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연금보험사가 연금 지급 의무 일부 또는 전부를 인수하는 거래. 기업은 일시금 지급 후 향후 연금 지급 책임을 넘기게 된다.
전문가 시각
신용등급 ‘BBB+’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투자등급 중상위권에 해당한다. 스프레드 축소로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질 뿐 아니라, 기관투자자 편입 한도가 넓어져 향후 자본시장에서의 민첩한 자금 조달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특히 2025년 이후 예상되는 FCF 30억~33억 파운드는 핵심 연구개발 및 차세대 엔진 플랫폼으로 재투자할 여력을 크게 높인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대형 엔진 교체 및 지속가능항공연료(SAF) 전환이 본격화될 경우 추가적인 연구개발 비용이 불어날 가능성을 지적한다. 이 경우 Capex 비중이 일시적으로 6%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P가 ‘안정적(Stable)’ 전망을 부여했다는 점은 현 경영진의 비용 통제 및 현금흐름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를 방증한다.
전망
S&P는 앞으로 2년간 롤스로이스의 조정 EBITDA 마진이 18~19%를 유지하고, FCF가 2025년 30억 파운드, 2026년 최대 33억 파운드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최근 발표된 10억 파운드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주가 부양 효과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회사는 “핵심 사업군 역량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균형 있게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