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산·우주기업 간 장기 파트너십 체결
덴버(미국 콜로라도주) – 글로벌 방산기업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이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Firefly Aerospace)와 2029년까지 최대 25회의 위성 발사를 수행하는 내용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파이어플라이의 소형 발사체 ‘알파(Alpha)’ 로켓을 활용해 저지구 궤도(LEO·Low-Earth Orbit)에 다종의 차세대 록히드 마틴 우주선 및 탑재체를 올려보내는 것이 핵심이다.
알파 로켓은 1미터톤(약 1,000kg)급 유효 탑재중량을 지상 500km 내외의 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2단 액체연료 로켓이다. 발사 준비 기간이 짧고 발사비용이 대형 발사체 대비 크게 낮아, 위성통신·지구관측·기후 모니터링 등 민·군 복합 임무를 수행하는 소형 위성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계약 주요 내용 및 배경
계약에 따라 파이어플라이는 미국 서‧동해안 발사장을 모두 활용한다. 특히 파이어플라이가 자체 운영 중인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 SLC-2와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 SLC-20을 교차 활용함으로써, 기상이나 발사장 포화에 따른 일정 지연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우리의 목표는 고객이 요구하는 중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비행을 통해 검증된 신기술을 보다 신속히 제공하는 것”이라고 록히드 마틴 스페이스의 밥 벤컨(Bob Behnken) Ignite Technology Acceleration 디렉터는 말했다.
벤컨 디렉터는 이어 “발사 서비스 다변화를 통해 록히드 마틴이 자체 투자로 개발 중인 새로운 페이로드 기술을 궤도상에서 검증할 수 있게 된다”며 “이번 계약으로 두 기업 간 전략적 파트너십이 공고해졌고, 우리 군(軍)과 동맹국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도록 돕는 첨단 역량을 계속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 빌 웨버(Bill Weber) CEO 역시 “알파 생산과 시험을 가속화하고 발사 운영 절차를 간소화해 ‘반응성 발사(Responsive Launch)’ 능력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계가 요구하는 1미터톤급 소형 발사체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중요 임무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왜 저비용·고빈도 발사가 핵심인가?
최근 위성산업은 ‘소형 위성 대량 발사’ 트렌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 수천억 원대의 대형 정지궤도 위성에 의존하던 체계에서, 다수의 저궤도 위성을 군집으로 운용해 전 세계 통신망·정찰망을 구축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발사체 역시 저비용·고빈도 운용 능력이 필수로 여겨진다.
발사 단가 절감은 기술 실증의 허들을 낮춘다. 기업·기관은 신기술이 실패하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으므로, 혁신적 페이로드를 더욱 과감히 시험할 수 있다. 록히드 마틴이 “자체 자금(Self-funded) 기술 실증”을 앞세우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또한 동일한 발사체를 연속·집단 발사할 수 있을 때, 위성 운용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장하거나 결함이 생긴 위성을 즉시 교체할 수 있어 서비스 가용성(Availability)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록히드 마틴·파이어플라이, 서로에게 윈–윈
이번 협약은 두 기업 모두에게 전략적 이익을 제공한다. 록히드 마틴은 발사 비용 절감과 발사 시점 유연성 확보로 기술 생애주기 단축을 이룰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미 국방부·우주군 등 주요 고객에게 신속히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다.
파이어플라이는 글로벌 방산 1위 기업 중 하나인 록히드 마틴과의 장기계약을 기반으로 안정적 수주 물량을 확보한다. 이는 알파 로켓 생산라인 증설·운영자금 확보, 추가 연구개발(R&D) 투자, 차세대 중대형 발사체 ‘뮤(Mute) 프로젝트’ 등 장기 청사진 실행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뮤 프로젝트: 파이어플라이가 노스롭그루먼 등과 협력해 개발 중인 재사용형 중대형 발사체.
업계 파급 효과 및 전망
우주 스타트업과 전통 방산대기업의 협력 모델은 이미 스페이스X–미 우주군, ABL–아마존 프로젝트 카이퍼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했다. 그럼에도 록히드 마틴은 ‘대형 국가사업 수주’ 위주의 보수적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이번처럼 소형 발사 서비스와 손잡은 사례는 업계에 신선한 자극을 준다.
전문가들은 인공위성·발사체 시장이 2024년 약 350억 달러에서 2030년 1,0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자료: NSR, Euroconsult 이에 따라 소형 발사체를 둘러싼 경쟁 역시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어플라이로서는 이번 계약을 통해 스페이스X ‘팰컨 9’, 로켓랩 ‘일렉트론’, ABL ‘RS1’ 등 경쟁사를 상대로 차별화된 레퍼런스를 확보하게 됐다.
또한 미국 정부가 강조하는 “우주 인프라의 탄력성(Resilience)” 기조와 맞물려, 다원화된 발사수단 확보가 국방·상업 분야 공통의 핵심 과제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미 우주군은 2023년 ‘Tactically Responsive Space(Tactically Responsive Launch)’ 프로그램 예산을 2배 이상 증액한 바 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저지구 궤도(LEO) – 지상 2,000km 이하 궤도로, 대기 저항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전파 지연이 짧아 통신·지구관측에 유리하다.
반응성 발사(Responsive Launch) – 준비 기간을 대폭 단축해 ‘필요할 때, 원하는 궤도로’ 위성을 보낼 수 있는 능력. 군사·재난 대응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다.
기업 소개
록히드 마틴은 우주·항공·방위 전 분야를 아우르는 미국 최대 방산기업이다. 2023년 기준 매출은 674억 달러다. 21세기 통합안보(21st Century Security) 비전을 내세워 우주·사이버·미사일 방어·AI 등 첨단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는 2017년 미국 텍사스주 시더파크에서 설립된 민간 우주 스타트업이다. 소형 발사체 알파를 주력으로,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Blue Ghost)’ 프로젝트를 통해 미 항공우주국(NASA)의 CLPS(Commercial Lunar Payload Services)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맺음말: 기술·비용·전략 모두 잡은 ‘삼두마차’
결국 이번 계약은 ▲저비용 발사 인프라 확보 ▲기술 실증 가속 ▲국방·상업 모두를 겨냥한 전략적 유연성 등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2029년까지 25회 발사 일정이 순조롭게 이행될 경우, 소형 발사체 생태계의 표준 모델이 재정립될 가능성도 있다. 양사 간 후속 협력이 재사용형 중대형 발사체·달·심우주 탐사로 확장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