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신약, 후기 임상서 엇갈린 성적

스위스 다국적 제약사 로슈 홀딩 AG(Roche Holding AG)가 개발 중인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치료 후보물질 ‘아스테골리맙(astegolimab)’이 후기 임상시험에서 상반된 결과를 나타냈다. 이는 치열한 호흡기 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로슈가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려는 전략에 적잖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25년 7월 21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로슈는 월요일 발표한 성명에서 아스테골리맙이 2b상 임상시험에서 COPD 악화(Exacerbations) 비율을 15.4% 감소시키는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일 후보물질이 병행 진행된 다른 후기 연구에서는 주요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해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로슈는 두 개의 말기 시험 데이터를 병합·분석한 결과를 규제 당국과 공유하고, 추가 개발 전략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Levi Garraway, 로슈 최고 의료책임자이자 글로벌 제품 개발 책임자는 “이번 시험은 모든 환자군(all-comers)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COPD 연구였다”며 “우리는 규제 당국과 협의해 아스테골리맙의 다음 단계 개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 엇갈린 결과, 의미와 한계
이번 2b상 연구에서 확인된 15.4% 악화 감소 수치는 기존 치료제 대비 충분한 임상적 유의성을 확보했는지에 대해 업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특히 동일 약물이 병행 시험에서 목표치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점은, 개발 속도 및 상용화 가능성에 추가 리스크를 부여한다. 로슈는 내부 검증을 통해 용량·투여 빈도·동반 요법 등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 COPD와 ‘악화’(Exacerbation)란 무엇인가?
COPD는 주로 흡연, 대기오염, 직업성 노출 등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호흡기 질환으로, 폐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돼 호흡 곤란과 기침·객담이 지속된다. 특히 ‘악화’는 증상이 급격히 심화돼 응급실 방문이나 입원을 필요로 하는 상태로, 사망률과 의료비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아스테골리맙은 면역 관련 단백질 ST2 수용체를 표적해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단일클론 항체 치료제다.

■ 임상시험 단계, 왜 중요한가?
일반적으로 2b상 임상은 후보물질의 효능과 안전성을 본격적으로 평가해 3상 진입 여부를 결정짓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 목표 달성 실패는 개발 중단이나 설계 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투자 규모와 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 로슈 파이프라인에 미칠 파장
로슈는 암 면역치료제 ‘티쎈트릭(atezolizumab)’ 후속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호흡기·면역 분야에 연구비를 집중하고 있다. COPD는 전 세계적으로 2023년 기준 환자 수가 3억 9,200만 명에 달하고*WHO 추정치, 글로벌 치료제 시장 규모가 연 약 18% 성장하는 고성장 영역이다. 그러나 경쟁사 아스트라제네카·GSK 또한 장기지속형 이중항체와 생물학적 제제를 개발하고 있어, 로슈로서는 타임 투 마켓(time-to-market)을 단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됐다.

■ 전문가 시각
스위스 취리히대 호흡기내과 마르틴 로트 교수는 “15%대 악화 감소는 임상적 가치가 있으나, 경쟁 생물학제 대비 우월성을 설득하기엔 부족할 수 있다”며 “다른 바이오마커 기반 환자군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시장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결과가 로슈 주가의 단기 변동성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글로벌 COPD 시장 확장성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한다.

이번 시험 데이터는 향후 학회와 동료 검토(peer review) 저널에 제출될 예정이며, 로슈는 규제기관과 논의 후 3상 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 용어 설명
아스테골리맙(astegolimab): IL-33 경로를 차단해 염증을 줄이는 단일클론 항체.
ST2 수용체: 면역세포 활성화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COPD·천식 등 염증성 질환에서 발현 증가.
Phase 2b: 2상 임상 중 후반 단계로, 대상 환자 수와 관찰 기간을 늘려 용량·효능·안전성을 평가.
악화(Exacerbation): 증상 급격 악화로 입원 또는 치료 변경이 필요한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