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럭셔리 업계가 ‘코로나 특수’ 이후 본격적인 회복을 모색하고 있으나, 기대만큼 빠르지 않은 판매 회복세가 여전히 기업 실적과 전망을 누르고 있다.
2025년 7월 26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대표적 럭셔리 지주사 LVMH가 시장의 우려보다는 나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업종 전반의 주가가 반등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⓵ 엔화 약세 이후 일본 소비 둔화, ⓶ 미국 내 판매 급증의 지속 가능성, ⓷ 관세(Punitive Tariffs)로 인한 가격 인상 압력, ⓸ 제품 카테고리별 성과 격차라는 네 가지 ‘역풍(Headwinds)’이 향후 회복 속도를 결정할 전망이다.
1. 일본 시장의 둔화
엔화 급락으로 지난해 ‘쇼핑 특수’를 누렸던 일본 시장은 올해 들어 재균형(rebalancing) 국면에 진입했다. 스위스 리치몬트(Richemont)는 6월 말까지 3개월간 일본 매출이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59% 증가했던 작년의 기저효과를 그대로 반영한 수치다. 버버리(Burberry)는 2분기 일본에서 ‘어려운 실적(challenging performance)’을, 몽클레르(Moncler)는 아시아 주요 국가 중 일본만이 유일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내수 소비 재유입(repatriation)이 뚜렷하다.” — 세실 카바니스 LVMH 최고재무책임자
관광객이 일본 대신 자국 혹은 유럽 외 지역에서 소비를 늘리면서 중국·동남아 일부 시장에는 긍정적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 미국 시장의 반짝 상승
버버리, 리치몬트, 몽클레르,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 등은 2분기 미국 매출 증가를 보고했다. LVMH는 ‘현상 유지’ 수준이라고 설명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미국 소비자의 구매 선행(front-loading)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관세 인상 전 미리 사두는 일시적 효과인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관세를 예상한 선제 구매 때문인지, 단정할 수 없다.” — 로베르토 엑스 몽클레르 글로벌전략·마케팅 총괄
럭셔리 기업들은 최근 몇 분기 동안 중국발 수요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미국 시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버버리의 조슈아 슐먼 CEO는 “미국 시장에는 초고가층부터 쇼핑몰 방문객까지 소비자층이 다변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3. 관세발 가격 인상 압박
대부분의 유럽 럭셔리 브랜드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프랑스’ 생산 체계를 고수한다. 미국이 부과한 추가 관세 부담이 커짐에 따라, 여러 업체가 가격 조정을 예고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미국 내 가격을 3~4% 인상할 계획이며, 몽클레르는 향후 12개월간 ‘중간 한 자릿수(mid-single-digit)’ 인상을 단행한다. 버버리는 지난해부터 이미 단계적 가격 조정을 시작했다.
LVMH는 “제품 개선과 인플레이션 대응 수준의 점진적 인상”을 언급하면서도, 가격은 여전히 관세 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여러 지렛대 중 하나’라고 확인했다. UBS 이비던스 랩에 따르면 2025년 들어 글로벌 럭셔리 상품 가격은 평균 3% 상승했는데,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느린 상승폭이다.
4. 제품 카테고리별 명암
브랜드 간, 심지어 동일 그룹 내 하위 메종 간에도 카테고리 믹스가 성패를 가르고 있다. 카르티에(Cartier)로 유명한 리치몬트는 주얼리 부문이 여전히 호실적을 기록한 반면, 고급 시계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LVMH 역시 티파니(Tiffany) 등이 속한 주얼리, 그리고 패션·가죽 부문에서 약세를 보였지만, 에르메스(Hermès)의 초고가 핸드백은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신선한 ‘뉴니스(Newness)’를 보여 줄 때 구찌(Gucci)는 다시 위대해질 수 있다.” — 캐롤 매조 바클레이스 유럽 럭셔리 애널리스트
구찌 모회사 케어링(Kering)은 7월 29일 예정된 실적 발표에서 아티스틱 디렉터 데므나 그바살리아와 차기 CEO 루카 데 메오(Luca de Meo) 체제의 제품 리포지셔닝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추가 변수
• 환율 리스크 :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유럽 본사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 관광 회복 속도 : 항공권 가격과 비자 정책이 소비 이동 경로에 영향.
• 중국 경기 둔화 : 중산층 소비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프리미엄·어포더블 럭셔리(Accessible Luxury)에 대한 수요 감소 가능성.
낯선 용어 해설*
Bellwether : ‘길잡이’를 뜻하며, 업종 전반의 동향을 가늠하게 해 주는 대표 지표 기업을 지칭한다. LVMH가 그 예다.
cFX(Constant Currency) : 고정 환율 기준 매출을 말하며, 환율 변동을 배제하고 실질 성장률을 측정할 때 사용한다.
Front-loading : 수요를 앞당겨 소비하는 전략 또는 현상을 나타낸다. 관세·가격 인상 전에 미리 구입하는 행동이 이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