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원유 수출 축소 전망에 유가 상승

10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10월물 RBOB 가솔린 선물이 12일(현지시간) 모두 상승 마감했다. WTI는 전일 대비 0.32달러(+0.51%) 오른 배럴당 63.45달러에, RBOB 가솔린은 0.0061달러(+0.31%) 상승한 갤런당 1.99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9월 12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글로벌 공급 타이트닝(수급 경색) 전망을 키우며 원유와 가솔린 가격을 끌어올렸다. 미국 정부는 이날 주요 7개국(G7) 동맹국들에 중국·인도 등 제3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할 경우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발트해 연안 수출 허브를 포함한 러시아 에너지 인프라가 손상돼 수출 차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증시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마감한 점도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는 신호로 해석돼 에너지 수요 확대 기대를 자극했다.


정치·외교 변수도 가격 상승 압력을 더했다. 전쟁 장기화로 추가 제재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인내심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며 새로운 경제 제재를 경고했다. 업계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추가 규제 가능성을 즉각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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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공급 차질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이 이어지면서 러시아 정유 공장 가동률은 8월 1~27일 일평균 509만 배럴로 떨어져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상승폭을 제한한 요인도 존재한다. 미 달러화 강세와 함께 미시간대 9월 소비자심리지수가 55.4로 전월 대비 2.8포인트 하락, 예상치(58.0)를 밑돌며 4개월 만의 저점을 찍었다. 소비 심리 둔화는 연료 수요 위축 가능성을 시사한다.


유럽·중동 발 지정학 리스크 고조

폴란드는 10일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군사적 긴장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으로 번지면서 시장은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 차단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편, 이스라엘이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하마스 고위층을 공습함으로써 중동 분쟁 확전 우려도 부상했다. 중동은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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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의 생산 정책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회원 10개국의 연합체인 OPEC+는 지난 7일 회의에서 10월부터 하루 13만7천 배럴만 증산하기로 했다. 이는 8, 9월 증산량(54만7천 배럴) 대비 대폭 축소된 규모다. OPEC+는 “시장 상황을 보며 166만 배럴의 잔여 감산 물량 재개 시점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일 보고서에서 “2026년 세계 원유 시장은 일일 333만 배럴 공급 과잉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8월 전망보다 36만 배럴 상향한 수치이며, OPEC+의 단계적 증산 계획을 공급 과잉 원인으로 지목했다.


사우디·재고·시추 리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8일 아시아 고객 대상 10월 선적분 원유 공식 판매가격(OSP)을 전등급 일괄 배럴당 1달러 인하했다. 시장 컨센서스였던 50센트 인하보다 큰 폭으로 깎이면서 “역내 수요가 기대보다 약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해상 물동량 데이터업체 보텍사(Vortexa)는 5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에 저장된 전 세계 원유가 전주 대비 6.8% 늘어난 7,769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해상 재고 증가는 통상 실물 수요 둔화로 간주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9월 5일 기준)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3.2%, 휘발유는 0.6%, 증류유는 10.4% 각각 부족했다. 같은 기간 미국 평일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0.5% 증가한 1,349만5천 배럴로, 지난해 12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1,363만1천 배럴)보다는 소폭 낮았다.

석유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는 12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Rig)가 전주보다 2기 늘어난 416기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8월 1일 기록한 4년래 최저치 410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반면 2022년 12월 627기 대비로는 여전히 크게 감소해 투자 위축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 해설: 주요 용어 풀어보기

WTI는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 경질유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유가 벤치마크다. RBOB 가솔린은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휘발유 혼합 기초유를 의미하며 미국 가솔린 선물 거래의 기준물이다.

OPEC+는 전통적 산유국 카르텔(OPEC)과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비OPEC 10개국이 손잡은 확대 협의체다. 2016년 말부터 공동 생산 정책을 마련해 시장 영향을 키워 왔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OECD 산하 에너지 분석기관으로, 에너지 정책·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를 움직이는 핵심 변수 중 하나다.

시추 리그(Rig) 수는 실제 유정 굴착 장비 가동 대수를 말하며, 미국 원유 업황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장비 수가 줄면 향후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신호가 된다.


시장 전망과 시사점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황과 미국의 대러 추가 제재 움직임이 단기적 초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사우디의 가격 인하, 해상 재고 증가, IEA 공급 과잉 전망 등 하방 리스크도 상존해 변동성 확대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정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유가 1달러 등락 시 정유 4사 영업이익은 최대 1,000억 원가량 변동될 수 있다”며 “투자·채산성 계획을 수시로 재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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