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원유 수출 감소 전망에 국제 유가 상승

◆ 선물시장 마감 동향
10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12일(현지시간) 전장 대비 0.32달러(+0.51%) 오른 배럴당 62.96달러*1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달물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RBOB) 가솔린 선물도 0.0061달러(+0.31%) 상승한 갤런당 1.9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9월 13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가격 상승은 러시아산 원유 수출 감소 가능성이 전 세계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한 데 따른 결과다.

◆ 공급 차질 우려 확대
미국 정부는 주요 7개국(G7) 동맹국에 대해 중국과 인도가 수입하는 러시아산 원유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하도록 압박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발트해 연안 원유 수출 허브의 일부 인프라가 손상돼 물류 흐름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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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날 S&P 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하며 경제 전망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점도 석유 수요와 유가를 지지했다.


◆ 전쟁과 제재 리스크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추가 제재 가능성 역시 유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인내심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새로운 경제 제재를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러시아 정유설비의 가동률을 하루 509만 배럴 수준까지 끌어내려 3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게 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물리적 공급량은 더욱 타이트해질 가능성이 크다.


◆ 수요·심리 악재도 병존
반면 미국 미시간대 9월 소비심리지수는 55.4로 전달 대비 2.8포인트 하락, 4개월 만의 최저치를 나타냈다. 여기에 달러화 강세가 겹치면서 유가 상승 폭은 다소 제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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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정학적 긴장 고조
유럽·중동 지역의 긴장은 유가에 추가 프리미엄을 형성했다. 폴란드군은 국경을 넘은 러시아 드론을 격추했으며, 이스라엘은 카타르 도하에서 하마스 고위 지도부를 겨냥한 공습을 단행했다. 산유량의 약 1/3을 차지하는 중동의 갈등 확산은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 OPEC+ 증산 폭 축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 연합체(OPEC+)는 10월부터 일일 13만7,000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직전 두 달간의 54만7,000배럴 증산 계획보다 대폭 축소된 수치다. 합의문에는 일일 166만 배럴의 생산 여력이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2026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조건부 조항이 포함됐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 공급 초과분 전망치를 일평균 333만 배럴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8월 전망치보다 36만 배럴 증가한 수치로, OPEC+의 생산 회복 계획이 과잉 공급 위험을 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시장의 약세 신호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 고객 대상 10월 선적분 공식 판매가(OSP)를 전 등급 배럴당 1달러 인하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50센트 인하를 크게 웃도는 ‘깊은 할인’으로, 수요 약세를 방증한다는 평가다. 또한 에너지 분석 업체 보텍사(Vortexa)는 9월 5일 기준 해상 부유식 저장량이 전주 대비 6.8% 증가한 7,769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 미국 에너지 통계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9월 5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휘발유·중간유 재고도 각각 평균 대비 0.6%, 10.4% 부족했다. 미국 주간 원유 생산량은 1,349만5,000배럴로 전주 대비 0.5% 늘었으나, 2024년 12월 초 기록한 역대 최고치(1,363만1,000배럴)보다는 소폭 낮은 수준이다.

한편 베이커휴스(Baker Hughes)는 9월 12일 종료 주간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공(리그) 수가 전주 대비 2기 늘어난 416기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8월 초 기록한 4년 만의 최저치(410기)를 근소하게 웃도는 수치다.


◆ 용어 해설
WTI는 미국 서부 텍사스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경질유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국제 유가 벤치마크다. RBOB는 휘발유 완제품 생산을 위한 블렌딩 기초유를 의미하며, 미국 동부 연안(East Coast)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OPEC+는 OPEC 회원국 13개국과 러시아·카자흐스탄 등을 포함한 10개 산유국으로 구성된 협의체다. IE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기구로 세계 에너지 시장 분석과 정책 권고를 담당한다.

“폴란드에서 러시아 드론 격추” “미국, 러시아산 원유에 최대 100% 관세 제안” “사우디, 아시아向 OSP 배럴당 1달러 인하”

*1) 종가 기준가는 CME 그룹의 13일 오전 2시 36분(UTC) 고시치를 사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