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에너지 추가 제재 가능성에 유가 5주 만에 최고치

원유·휘발유 가격이 5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미국·유럽의 예상치를 웃도는 2분기 경제 성장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에너지 수요 증가 기대가 유가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7월 3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0.79달러(1.14%) 오른 배럴당 70.38달러, 9월물 RBOB 휘발유는 갤런당 0.0262달러(1.20%) 상승한 2.2078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이는 모두 5주 만의 최고치다.


1. 세계 경제 지표가 뒷받침한 상승 랠리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연율 3.0% 성장해 시장 예상치(2.6%)를 웃돌았다”

는 소식이 먼저 전해졌다. 동시에 7월 ADP 민간고용은 10만4천 명 증가해 4개월 만의 최대폭을 기록했으며, 유로존 2분기 GDP도 전기 대비 0.1% 성장·전년 대비 1.4% 성장으로 예상(각각 0%, 1.2%)을 상회했다. 유로존 7월 경제심리지수는 95.8로 5개월 만의 고점이다. 이러한 거시지표 호조가 원유 수요 확대 기대를 자극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2.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고와 러시아 추가 제재 시나리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8일 “러시아가 10일 안에 우크라이나와 휴전에 나서지 않으면 러시아 에너지 수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산 원유 최대 수입국 중 하나인 인도를 직접 거론하며 징벌적 정책 관세(세자릿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JPMorgan Chase는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수출 규모와 OPEC의 제한된 잉여 생산능력을 고려할 때, 실제 관세가 적용되면 시장은 공급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향후 유가가 배럴당 세 자릿수로 재반등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3. 유럽연합(EU)의 추가 봉쇄 조치

EU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속에 대응해 러시아 은행 20곳을 국제결제망 SWIFT에서 추가 배제하고, 제3국에서 재정제된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도 제재를 확대했다. 인도에 위치한 대형 정유시설(국영 로스네프트 지분 보유)까지 블랙리스트에 올렸으며, ‘그림자 선단’으로 불리는 러시아 유조선 105척을 추가 제재해 총 400척 이상이 제재 대상이 됐다.


4. OPEC+의 공급 전략과 재고 현황

블룸버그는 7월 10일 “OPEC+가 9월 증산(일 54만8천 배럴) 이후 10월부터 증산을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증가하고 있어 2025년 4분기에는 하루 150만 배럴(세계 수요의 1.5%)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OPEC+는 8월 1일부터 하루 54만8천 배럴 증산을 결정했고, 9월 회의에서 동일 규모 추가 증산을 재확인할 전망이다.

반면 7월 5일 산유국 회의에서는 일 54만8천 배럴 증산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시장 예상치(41만1천 배럴)를 웃돌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자흐스탄·이라크 등 과잉 생산국에 페널티를 주기 위한 전략적 증산“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2026년 9월까지 220만 배럴 증산 계획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5. 기타 공급 변수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구에서 터키로 연결되는 송유관이 2023년 3월 이후 가동 중단 상태였으나, 이라크 정부가 수출 재개 계획을 승인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수출 재개 즉시 하루 23만 배럴을 추가 공급할 방침이다. 또한 선박 분석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월 25일까지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는 전주 대비 23% 증가한 8,499만 배럴로 집계돼 공급 과잉 우려를 키웠다.


6. 미국 에너지 정보청(EIA) 주간 재고

EIA 주간 보고서(7월 25일 기준)는 휘발유 재고가 270만 배럴 감소해 예상치(110만 배럴 감소)보다 큰 폭 줄었다고 발표했다. 반면 원유 재고는 770만 배럴 증가해 시장 기대(260만 배럴 감소)와 정반대 결과를 보였다. 디젤·난방유(증류유) 재고 역시 360만 배럴 늘어나 예상치(40만 배럴 감소)를 크게 빗나갔다. 오클라호마주 쿠싱 허브 재고도 69만 배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31만4천 배럴로 전주 대비 0.3% 늘었다. 이는 2024년 12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천 배럴)보다는 소폭 낮다. EIA는 현재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5.6% 적고, 휘발유·증류유 재고도 각각 0.7%, 15.2% 낮다고 밝혔다.

7. 미국 내 시추 활동 동향

서비스 업체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7월 22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는 415기로 전주 대비 7기 감소하며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2022년 12월 기록한 627기(5년 3개월 최고치)와 비교하면 2년 반 만에 212기가 줄어든 셈이다.


8. 용어 해설*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은 미국 환경 규제에 맞춰 산소 첨가제를 섞기 전 단계의 휘발유 기초유를 말한다. 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는 전 세계 은행 간 송금·결제를 중계하는 국제망으로, 제재 대상이 되면 해외 금융거래가 사실상 차단된다. 그림자 선단은 제재 회피를 위해 선적 기록·위치 정보를 의도적으로 가리는 유조선 집단을 지칭한다.


9. 전문가 시각

기자 해설: 최근 유가 방향성은 거시 지표 호조에 따른 수요 확대 기대재고 증가·공급 확대 우려가 혼재돼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차 강경 발언을 내놓으면서 실질적 제재가 시행될 경우, OPEC+의 잉여 생산 능력이 현재 추정치(200만~300만 bpd)로는 공급 공백을 메우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이라크·쿠르드 송유관 재가동 등 공급 재개 뉴스가 현실화하면 상승 탄력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들은 8월 말 예정된 OPEC+ 회의 결과미국 EIA 주간 재고 지표를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에 언급된 종목이나 파생상품에 대해 기자는 직·간접적인 금융 이해관계가 없음을 밝힌다. 모든 데이터와 정보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