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에너지 제재·EIA 재고 감소에 국제유가 상승세 지속

WTI 12월물RBOB 가솔린 12월물 가격이 29일(현지시간) 미장 마감 기준 각각 0.55%와 1.47% 오르며 거래를 마쳤다. 시장 참가자들은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제재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재고 감소를 핵심 상승 동력으로 지목했다.

2025년 10월 2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 원유 기업에 대한 제재를 실제로 집행하고, 이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압박하겠다는 방침이 재확인됐다. 이러한 정치·외교적 변수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글로벌 공급이 빠듯해질 수 있다는 전망을 강화하게 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로스네프트(Rosneft)와 루코일(Lukoil)에 대해 신규 제재를 발표했으며, 유럽연합(EU)도 로스네프트·가스프롬네프(Gazprom Neft)와 관련된 모든 거래를 금지하고 ‘섀도우 플릿(제재 회피에 동원되는 제3국 선박)’ 117척과 중국·홍콩 소재 12개 기업을 포함한 45개 기관을 추가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국 나토(NATO) 대표부는 “우리는 이미 러시아 에너지에 제재를 가했고, 이를 철저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

러시아산 수출 물량 축소도 상승 요인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두 달 동안 최소 28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드론과 미사일로 타격했으며, 이로 인해 러시아의 10월 상순(1~10일) 해상 석유제품 수출량이 일평균 188만 배럴로 3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Vortexa는 10월 24일 주간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 적재 원유가 전주 대비 12% 증가한 8,975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4일 보고서에서 2026년 세계 원유 시장이 하루 평균 400만 배럴의 초과 공급(공급 과잉)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주말 예정된 OPEC+ 회의 역시 관심사다. 블룸버그는 “OPEC+가 12월에 세 번째로 월간 13만7천 배럴 증산을 추진하는 ‘베이스 시나리오’를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감산 정책 전면 해제 과정에서 2024년 초의 220만 배럴 감산분을 완전 회복하기 위해 166만 배럴을 추가 증산하는 로드맵을 밟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9월 OPEC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40만 배럴 늘어난 2,905만 배럴로 2년 반 만의 최고치에 근접했다.

EIA 주간 재고 통계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면서 공급 불안 심리가 강화됐다.” — 시카고 소재 에너지 트레이더

EIA에 따르면 10월 24일 주간 미국 원유 재고는 686만 배럴 감소해 시장 예상치(120만 배럴 증가)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가솔린 재고는 590만 배럴 줄어 11개월 만의 최저치를, 디젤·난방유(증류유) 재고는 336만 배럴 감소해 전망치(-190만 배럴)를 크게 하회했다.

주목

다만 미국 원유 생산은 같은 주간에 사상 최고치인 일평균 1,365만5천 배럴로 0.1% 증가했으며, WTI 선물 인도지점인 오클라호마주 쿠싱 재고도 133만 배럴 늘었다. 그럼에도 현재 미국 원유·가솔린·디젤 재고는 각각 5년 평균 대비 -5.8%, -2.7%, -8.4% 수준으로 공급 여유가 좁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시장의 또 다른 선행지표인 베이커휴스(Baker Hughes) 주간 시추설비(리그) 수는 10월 24일 기준 2기 늘어난 420기를 기록했다. 이는 8월 1일 기록한 4년 최저치(410기)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2022년 12월의 627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30% 이상 감소한 상태다.

전문용어 해설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서부 텍사스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경질원유를 말하며,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대표적 국제 유가 벤치마크다.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은 미국 환경규제에 맞춰 생산되는 개질 가솔린 선물을 의미한다. EIA(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는 미국 에너지정보청으로서 원유·가스 재고, 생산·소비 지표를 주간·월간 단위로 발표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발 공급 차질이 단기적으로는 유가 강세 요인이지만, 2026년 이후 수요 둔화·신규 생산 확대가 중장기적으로는 상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 결국 단기 트레이딩과 장기 자산 배분 전략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