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발 스마트폰 시장 동향】 애플의 차세대 스마트폰 아이폰17 시리즈가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매장에서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러시아 최대 애플 전문 리셀러 ‘리스토어(Restore:)’를 비롯한 주요 유통업체들이 일제히 전시 행사를 열면서, 고금리·재정적자 등 복합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현지 소비 심리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주목받았다.
2025년 9월 2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리셀러들은 이날부터 아이폰17과 신형 아이폰 에어(Air) 모델에 대한 사전 주문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모스크바 국제 비즈니스센터(일명 ‘모스크바시티’) 내 아피몰 시티(Afimall City)에 위치한 Restore: 매장에는 러시아 및 유럽 최고층 빌딩 숲 사이에서 최신 애플 제품을 직접 체험하려는 인파가 몰리며 개장 직후부터 긴 대기열이 연출됐다.
리스토어를 운영하는 인벤티브 리테일 그룹의 PR 디렉터 류드밀라 세무시나는 “올해 사전 예약 건수가 전년 대비 66% 늘었다”라며 “*아이폰만을 고집하는 단단한 팬층이 러시아에 여전히 뿌리내리고 있다
”고 분위기를 전했다.
러시아 정부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로 인해 애플페이(Apple Pay) 등 애플 주요 서비스 사용을 제한받았음에도, 현지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는 줄지 않았다. 심지어 애플이 러시아 공식 판매를 중단한 이후 ‘평행수입(parallel imports)’제조사 공식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제3국을 통해 들여오는 방식으로 공급망이 전환됐으나, 높은 물류비에도 수요는 견조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인상하고, 올해 재정적자가 4조 루블을 넘어서는 등 거시경제가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선호는 탄력을 유지하고 있다. 세무시나는 “초반 물량 부족 현상은 매년 반복되는 통과의례”라면서도 “현재 공급망은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차이도 눈에 띈다. Restore: 온라인몰 기준 256GB 아이폰17 기본 모델은 119,990루블(미화 1,437.08달러)로, 미국 판매가 대비 57% 비싸다. 영국보다도 29% 높은 수준이다. 추가 물류·보험·환차손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전가된 결과다.
현장 취재 중 만난 소비자 올레그 코체트코프는 “정부가 WhatsApp·텔레그램 음성 통화 서비스를 제한하면서, 화상통화의 대안으로 페이스타임(FaceTime) 사용이 늘었다”며 “대규모 카메라 업그레이드가 적용된 아이폰 Air 모델로 교체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테크 블로거 세르게이 예피친도
“안드로이드 기기는 러시아에서 사용 편의성이 높지만, 아이폰 프로의 성능 개선이 매력적이라 갈아탈 의향이 있다”
며 “향후 현지 기업들이 애플 생태계를 보완할 솔루션을 더 개발해 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영 대형은행 스베르(Sber)와 T-뱅크가 최근 애플페이 우회 결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아이폰 사용자들의 애로사항을 일부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Restore: 매장에 전시된 아이폰17 시리즈는 체험 전용으로, 고객이 현장에서 실물을 만져본 뒤 곧바로 온라인·모바일로 주문을 넣으면 며칠 내 배송받는 시스템이다. 세무시나는 “초도 물량 부족이 늘 존재한다
면서도 “추가 물류비를 제외하면 공급선은 안정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시장 지형을 보면 2024년 기준 매출액 기준 애플이 러시아 스마트폰 1위를 차지했으나, 중국 샤오미(Xiaomi)가 판매 대수에서 앞선 것으로 현지 가전유통업체 M.비디오 엘도라도가 분석했다.
애플 본사 측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환율 기준: 1달러 = 83.4955루블
◆ 기자 해설 — 러시아 스마트폰 ‘양극화 소비’의 단면
고물가·고금리 탓에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는 주춤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충성층은 오히려 두터워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이폰17 열풍은 ‘부의 과시’와 ‘기술 경험’이라는 두 가지 욕망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환율 변동성, 평행수입 규제 가능성, 서방 추가 제재 등 변수에 따라 수급 불안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