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드론, 폴란드 영공 침범…유럽 민간항공 안전성 우려 확산

[러시아 드론·유럽 항공안전] 러시아제 무인기가 폴란드 영공을 대규모로 침범하면서 유럽 민간 항공노선의 취약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항공 및 보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이미 복잡해진 글로벌 분쟁 상황 속에서 항공사들이 직면한 또 하나의 위험 요소라고 지적한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통신·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군은 이날 새벽 나토(NATO) 동맹국들의 전투기 지원을 받아 자국 영공에서 러시아 드론들을 격추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서방 군사동맹 소속 국가가 직접 사격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론 탐지 및 대응 과정에서 바르샤바 쇼팽·모들린·제슈프·루블린 등 주요 공항이 일시 폐쇄됐다가 재개항했다. 국경을 접한 일부 국가들은 2022년 러시아 침공 이후 가끔 미사일이나 드론이 넘어온 사례를 보고했지만, 이처럼 대규모 침범을 격추한 것은 전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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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운항 비용 급증과 노선 제한

갈수록 늘어나는 분쟁 지역은 항공사의 노선 운영과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영공, 중동 각국, 인도-파키스탄 국경, 아프리카 일부 지역이 폐쇄되면서 선택 가능한 항로가 줄어들었고, 우회 운항은 연료비 상승과 비행시간 증가로 이어진다.

41개국이 참여한 유럽 항공 교통 관제 기구 유로컨트롤(Eurocontrol)은 “우크라이나 상공 폐쇄로 인한 우회 항로가 이미 유럽 하늘의 혼잡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항공사 상당수는 2023년 10월 이후 미사일·드론 위험을 이유로 해당 지역 노선을 중단한 상태다.


주식시장 타격과 항공사 대응

9월 11일 드론 사태 직후 항공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영국항공 모회사 IAG 주가는 4.1% 하락했고, 이지젯(easyJet)은 4월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 루프트한자라이언에어 역시 2.2%씩 떨어졌다.

폴란드 국적사 LOT는 일부 항공편을 서부 폴란드 공항으로 회항시키고 추가 취소·지연을 예고했다. 중앙·동유럽 노선을 운영하는 저가항공 위즈에어(Wizz Air)는 “보안팀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일정 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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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항공안전청(EASA)은 침범이 일시적이었다는 점에서 별도의 항공안전 권고를 발령하지 않았다며 폴란드 당국의 대응 능력을 긍정 평가했다.


보험시장과 리스크 관리

“이번 사태는 유럽 전역이 더 잦은 무인기 침범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 에릭 스하우턴, 다야미 보안컨설팅 대표

항공보험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영공을 의도적으로·지속적으로 침범하거나, 중동에서 이스라엘 공습이 장기화될 경우 보험료 인상과 담보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LOT·루프트한자·라이언에어·에어발틱 등은 이번 사안과 관련한 로이터 질의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폴란드 민간항공청 및 항공교통관리당국도 추가 안전대책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최악의 시나리오: 민항기 피격

전문가들은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무력 충돌 지역 인근 비행 중인 민항기가 오인 사격 또는 의도적 공격을 받을 가능성을 꼽는다. 항공 리스크 컨설팅사 오스프리 플라이트 솔루션즈(Osprey)에 따르면, 2001년 이후 6대의 상업용 항공기가 실수로 격추됐고, 3건의 ‘아슬아슬한 근접 사건’이 있었다.

대표적 사례로는 2020년 이란 방공군이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오인 격추한 사건, 2023년 12월 러시아 방공망이 실수로 아제르바이잔 항공편을 격추해 38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다. “식별 오류(misidentification)가 최대 위험”이라는 스하우턴 대표의 지적은 이러한 사례를 뒷받침한다.

Osprey의 매튜 보리 최고정보책임자는 “항공사들은 폴란드 동부·남동부를 피해 서쪽으로 우회하거나, 주간 운항을 택하고, 기체에 추가 연료를 적재해 돌발 상황에 대비할 것”이라 전망한다. 이는 중동·아프리카 노선에서 이미 활용 중인 위험 완화 전략과 유사하다.


용어·기관 해설*

*유로컨트롤(Eurocontrol): 유럽 41개국이 참여하는 항공 교통 관리 조정 기구로, 유럽 상공의 항적 혼잡도 분석과 항로 최적화를 담당한다.

다야미(Dyami): 네덜란드 소재 항공·여행 보안 컨설팅사로, 국가·기업에 항공 보안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스프리 플라이트 솔루션즈: 영국 기반 항공위험 정보 플랫폼으로, 실시간 분쟁 지도와 항공 위험 인텔리전스를 항공사·보험사에 제공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항공법 전문가들은 무인기·미사일 탐지 시스템의 업그레이드초동 대응 프로토콜 강화가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EU 차원의 ‘통합 위험평가 플랫폼’을 구축해 정보 공유를 실시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험업계는 특정 분쟁지 인근 노선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할증 보험료를 부과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항공사 비용 구조를 악화시켜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 시점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황이 장기화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확대될 경우, 유럽 하늘길은 더 혼잡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항공 안전 관리의 패러다임이 전쟁·분쟁 중심 환경에 맞춰 재편되고 있다”며 “신속한 정보 공유와 다층 방어 체계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