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0월 인도분 선물 가격이 0.51% 상승한 배럴당 63.08달러로 마감했고, RBOB 휘발유 10월물도 0.31% 오른 갤런당 1.96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RBOB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개솔린 선물 지표다.
2025년 9월 1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산 원유 수출량 감소 우려가 글로벌 공급 타이트닝 전망으로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강세를 보였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을 압박하기 위해 G7 국가들이 중국ㆍ인도가 수입하는 러시아산 원유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도록 제안했다. 여기에 최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발트 해 원유 수출 허브 일부가 손상돼 공급 차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증시 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점도 경기 낙관론을 부각하며 에너지 수요 기대를 키워 유가를 뒷받침했다.
정책ㆍ지정학 리스크
조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지속에 대해 “인내심이 빠르게 바닥나고 있다“며 추가 경제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폴란드가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을 격추한 사건과 이스라엘이 카타르 도하에 있는 하마스 고위급을 겨냥해 공습을 감행한 소식은 유럽ㆍ중동 전역의 지정학적 위험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기 때문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가격에 즉각 반영됐다.
우크라이나 공격 여파로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이 크게 위축됐다. 8월 첫 27일간 러시아의 하루 평균 정유 처리량은 509만 배럴로 3년 3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원유 현물 시장에 즉각적인 공급 위축 압력을 가했다.
OPEC+ 증산 규모 ‘찔끔’…시장 기대 하회
OPEC+는 10월부터 137,000 bpd 증산하기로 했지만, 이는 8월ㆍ9월 54만7,000 bpd 증산 결정 대비 크게 줄어든 규모다. 나머지 166만 bpd의 유휴 생산력 재개 여부는 “시장 상황 추이에 달렸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에 따라 2026년 글로벌 원유 초과공급 전망치를 333만 bpd로 상향 조정했으나, 당장 단기 수급에는 타이트닝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10월 아시아향 전 등급 공식판매가격(OSP)을 배럴당 1달러 인하했다. 시장 예상치(50센트 인하)를 넘어서는 조정 폭이어서 수요 약화 신호로 해석되며 유가 상단을 제한했다.
미국 쪽 수급 지표
EIA(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9월 5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3.2% 낮았고, 휘발유 재고는 0.6% 낮았다. 디젤 등 중간유 재고는 10.4% 부족해 공급 긴장을 시사했다. 같은 주 미국 일일 원유 생산량은 1,349만5,000 bpd로 사상 최고치(1,363만1,000 bpd) 대비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Baker Hughes 집계에 따르면 9월 12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수는 416기로 전주 대비 2기 증가했다. 2022년 12월 기록한 627기 이후 2년 반 동안 급격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심리 변수
미국 미시간대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2.8포인트 떨어진 55.4로 4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가치 상승과 함께 이는 유가 상승폭을 일정 부분 상쇄했다.
한편, 선박 분석업체 보텍사(Vortexa)는 9월 5일 주간 기준 7일 이상 정박 중인 해상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6.8% 늘어난 7,769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저장 용도로 머무는 물량이 늘어난다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공급 과잉 가능성을 시사한다.
용어 해설
WTI는 ‘West Texas Intermediate’의 약자로, 미국 서부 텍사스산 경질유를 뜻하며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대표 유종이다. RBOB 휘발유는 미국 환경 규제 기준에 맞춰 혼합하기 전 상태의 기초 휘발유를 말하며, 뉴욕과 시카고 등 주요 허브의 현물ㆍ선물 가격 지표로 활용된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10개 비회원 산유국이 참여하는 확대 협의체를 말한다.
시장 전망으로는 러시아산 공급 차질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적으로 유가를 지지하겠지만, 사우디 OSP 인하와 해상 재고 증가 등이 상쇄 요인으로 작용해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