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니냐 가능성 71%…브라질 가뭄 우려에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 강세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이 16일(현지시간)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커피 시장이 다시 한 번 공급 불안에 휩싸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2025년 12월물 아라비카(KCZ25)는 전일 대비 3.00센트(0.72%) 오른 파운드당 418.55센트를 나타냈다. 반면 런던 ICE의 2025년 11월물 로부스타(RMX25)는 -26달러(-0.54%) 하락한 톤당 4,750달러에 거래돼 양 품종 간 희비가 엇갈렸다.

2025년 9월 1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10~12월 남반구에서 라니냐(La Niña) 발생 확률을 71%로 제시했다. 라니냐는 태평양 적도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면서 남미에 심각한 가뭄을 가져오는 기상 현상으로, 세계 최대 아라비카 생산국인 브라질(2026/27 재배연도) 작황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Minas Gerais) 주는 9월 13일까지 한 주 동안 강수량 ‘0’을 기록했다고 기상 서비스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가 전했다. 커피나무 꽃눈 분화의 핵심 시기인 9~10월 수분 부족은 착과율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시장은 향후 2026/27 수확량을 크게 줄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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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로부스타 가격은 공급지표 호조로 압박을 받았다. 베트남 통계청은 올해 1~8월 커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114만 1,000톤)했다고 발표했다. 베트남은 전 세계 로부스타 공급의 약 40%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으로, 풍부한 출하 물량이 시장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

브라질 레알화가 달러 대비 15개월 만에 최고치로 상승하면서 현지 농가의 달러 실현 유인이 낮아진 점도 아라비카 강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ICE 모니터링 재고는 9월 15일 기준 66만 6,337포대로 1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로부스타 재고 역시 이틀 전 6,554계약으로 2주 저점을 기록했다.

미국 시장의 관세 변수도 주목된다. 미국 정부가 브라질산 커피 원두에 50%의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 로스터(볶음업체)들은 신규 계약을 대거 철회하고 있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생두의 3분의 1이 브라질에서 공급되는 만큼, 내부 재고 조달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브라질 정부 산하 농업공급회사 코나브(CONAB)는 9월 4일 2025년 아라비카 생산 전망치를 3,520만 포대(-4.9%)로 하향 조정했다. 총 커피 생산량은 5,520만 포대(-0.9%)로 축소됐다. 국제커피기구(ICO) 역시 7월 세계 커피 수출이 -1.6% 감소한 1,160만 포대라고 집계해 공급 우려를 가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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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브라질 최대 협동조합 코옥수페(Cooxupé)는 9월 5일 기준 조합원들의 2025/26년 수확이 97% 완료됐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수확 압력’이 가격 상승을 제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으나, Cecafe가 집계한 7월 브라질 그린빈(생두)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8% 급감해 상승 모멘텀이 유지됐다.

로부스타 시장에서도 동남아 산지 위험이 부상한다. 베트남은 가뭄 영향으로 2023/24년 생산량이 147만 2,000톤(-20%)으로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베트남커피코코아협회는 2024/25년 생산 전망을 2,650만 포대로 삭감(3월 12일)하며 추가 하방 위험을 경고했다.

미국 농무부(USDA) 산하 외국농업국(FAS)은 6월 25일 2025/26 글로벌 커피 생산1억 7,868만 포대(+2.5%)로 예측했으나, 아라비카는 -1.7% 감소하고 로부스타가 +7.9% 증가해 품종 간 균형이 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위스 트레이더 볼카페(Volcafe)는 같은 기간 아라비카 공급부족-850만 포대로 추산해 5년 연속 적자를 경고했다.

용어·시장 구조 해설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는 상업용 커피의 양대 품종이다. 아라비카는 고산지(800~2,000m)에서 재배되어 풍미와 향이 뛰어난 반면, 로부스타는 저지대(0~800m)에서 빠르게 자라 카페인 함량이 높고 쓴맛이 강하다. 전자는 가격이 높고, 후자는 인스턴트·RTD(Ready To Drink) 시장에서 선호된다.

라니냐는 스페인어로 ‘여자아이’라는 뜻으로, 엘니뇨와 반대되는 해수 온도 변동 현상이다. 서태평양으로 따뜻한 해수가 이동하면서 남미는 건조해지고 아시아·오세아니아 일부 지역은 홍수 위험이 커진다. 커피·카카오·사탕수수 등 열대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주된 요인이다.

ICE 선물시장은 뉴욕·런던에 기반한 국제상품거래소로, 아라비카·로부스타 커피 선물 가격의 글로벌 기준점이다. 현물 재고(Exchange-certified stocks)는 실물 인도 가능 물량을 의미하며, 재고 감소는 통상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문가 시각·시장 전망

현 시점에서 시장의 초점은 ‘라니냐가 실제로 발생할 것인가’와 ‘브라질의 화폐·정책 대응’에 맞춰져 있다. 라니냐로 인한 개화기 가뭄이 현실화될 경우, 올해 7개월 만의 고점을 뚫은 아라비카 가격은 더블 톱을 돌파하며 파운드당 450~470센트까지도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대서양·인도양의 해수 온도 변화가 상쇄 작용을 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기상청의 최신 예보 업데이트가 중요한 선행지표가 될 전망이다.

또 한 가지 변수는 미·브라질 무역 갈등이다. 50% 관세로 미국 로스터가 다른 원산지로 수입처를 전환할 경우, 베트남·콜롬비아·에티오피아 등 중남미·아시아 산지를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 이는 달러화 결제 수요와 글로벌 물류 비용에 영향을 주어 커피뿐 아니라 수입 농산물 전반의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