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 컴퍼니(NYSE:DIS)가 소유한 ABC 방송국이 미국 인기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Jimmy Kimmel Live!)’를 “무기한” 편성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진행자 지미 키멜이 보수 성향 활동가 찰리 커크(Charlie Kirk) 피살 사건을 두고 한 발언이 정치권과 규제 당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데 따른 것이다.
2025년 9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FCC(미 연방통신위원회) 의장 브렌던 카(Brendan Carr)는 같은 날 보수 성향 팟캐스트에 출연해 키멜의 발언을 “역겹다”고 비판하며, ABC와 디즈니의 방송 면허 취소 가능성을 거론했다. 카 의장은 “방송사에 대한 제재를 검토할 충분한 사유가 된다”라며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미 최대 지상파 계열사 운영사 넥스타 미디어 그룹(Nexstar Media Group)도 같은 날 성명을 발표해 “예측 불허 기간(foreseeable future) 동안 ‘지미 키멜 라이브!’를 자사 계열국에서 송출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넥스타는 현재 동종 미디어 기업 테그나(Tegna Inc.)(NYSE:TGNA)를 62억 달러에 인수하기 위해 FCC 승인 절차를 밟고 있어, 카 의장의 발언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키멜은 사건 이틀 전인 9월 16일(현지 시각) 방송 오프닝 독백에서 “유타 주립대에서 찰리 커크를 살해한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이 사실상 트럼프 지지 집단 ‘메이크 어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MAGA)’ 세력과 동일 선상에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MAGA 진영이 커크 피살 사건을 놓고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다 새로운 바닥을 쳤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커크의 죽음을 조문하지 않았다는 점을 풍자하며 “4살 아이가 금붕어 죽음을 애도하는 수준
”이라 표현했다. 해당 발언은 보수층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SNS 상에서 #CancelKimmel(키멜을 취소하라) 해시태그가 빠르게 확산됐다.
커크(당시 31세)는 9월 10일 유타 밸리 대학교 강연 도중 목 부위 총격으로 숨졌다. 유타 주 검찰은 이틀 뒤 22세 타일러 제임스 로빈슨(Tyler James Robinson)을 살인 혐의로 체포·기소했으며, 정치적 동기가 인정된다며 사형을 구형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사건 직후 “좌파 진영의 과격한 수사가 폭력을 조장했다”고 주장하며 야권 책임론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년간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해 왔으며, 이번 주 초에도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를 상대로 150억 달러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소셜미디어 게시글에서 “지미 키멜 프로그램 중단은 ‘미국에 좋은 소식(great news for America)’”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NBC도 지미 팰런·세스 마이어스 쇼를, CBS는 스티븐 콜베어 쇼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CBS는 올해 초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를 이미 취소했다.
FCC·방송 면허란 무엇인가?
FCC(연방통신위원회)는 미국 방송·통신을 감독하는 독립규제기관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주파수 사용권을 부여받기 때문에 일정 기간마다 FCC 재인가를 받아야 하며, ‘공공의 이익’ 원칙을 어기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한국의 방통위와 유사하나, 정치적 독립성과 민간 기업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자 해설 및 전망
“ABC가 심야 토크쇼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규제 리스크와 광고주 이탈을 동시에 차단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첫째, FCC가 ‘방송 면허 취소’를 실제로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넥스타·디즈니 등 미디어 대기업이 진행 중인 M&A·재승인 심사 일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보수·진보 진영 간 문화전쟁(culture war)이 심화되면서 시청자와 광고주가 양극화되고 있어, 콘텐츠 기업의 리스크 관리가 향후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고액 소송 제기와 언론 비판은 미국 미디어 시장의 법적·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디즈니는 17일 뉴욕증시에서 1.4% 하락 마감했으며 (※주가 변동 정보는 일반 투자 참고용으로, 기사 작성 시점 기준 실시간 마감가일 뿐 향후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이번 ‘지미 키멜 라이브!’ 중단 사태는 방송 규제와 정치적 압력, 그리고 기업 평판 리스크가 맞물린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향후 FCC 청문 과정과 넥스타-테그나 인수 심사 결과에 따라 미국 미디어 산업 전반의 지형도가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