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특파원】 미국 바이오의약품 기업 리제네론 파머슈티컬스(Regeneron Pharmaceuticals Inc.)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월가 전망치를 크게 뛰어넘는 수익과 매출을 기록했다. 핵심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듀픽센트(Dupixent)의 견조한 수요가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1일(현지시간) 프리마켓에서 주가가 약 3% 상승하는 탄력도 확인됐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리제네론과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Sanofi)의 공동 개발품인 듀픽센트에 대해 이미 높은 성장 기대치를 설정해 둔 상태다. 특히 지난해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 적응증을 추가 승인받으면서 시장 규모가 급격히 확장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듀픽센트는 인터루킨(IL‐4·IL‐13) 경로를 억제해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인체형 단클론 항체다.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아토피 피부염 ▲천식 ▲부비동염 ▲식도염 등 다수 적응증을 획득하며 블록버스터로 등극했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43억4,000만 달러를 기록해 컨센서스(41억4,000만 달러)를 여유 있게 상회했다.
주력 파이프라인별 실적
“듀픽센트는 전 세계 13만 명 이상의 환자에게 투여되며 면역·호흡기 질환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회사 측 관계자
반면 안과 질환 치료제 아일리아(Eylea)는 제네릭 출시와 경쟁약 증가로 수익성이 약화됐다. 바이엘(Bayer AG)과 공동 개발한 해당 약물의 미국 매출은 25% 감소한 11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 중 고용량(8mg) 신규 제형 판매액은 3억9,300만 달러였다. 시장 예상치(21억7,000만 달러)를 크게 밑돌아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경쟁사인 스위스 로슈(Roche)가 지난주 발표한 바비스모(Vabysmo)의 2분기 매출은 20억7,000만 스위스프랑(약 25억4,000만 달러)으로, 애널리스트 기대치를 근소하게 하회했으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아일리아의 시장 지위를 잠식하고 있다는 업계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피부암 치료제 리브타요(Libtayo)는 3억7,7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시장 전망치(3억3,875만 달러)를 웃돌았다. 면역관문 억제제 계열인 리브타요는 비소세포폐암·기저세포암 등 적응증 확대를 통해 향후 실적 기여도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재무 하이라이트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2.89달러로, LSEG(구 리피니티브) 집계 애널리스트 평균치(8.44달러)를 압도했다. 총매출은 36억8,000만 달러로 32억8,000만 달러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고마진 바이오의약품 비중 확대가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직결됐다는 분석이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R&D(연구개발) 투자 효율성 제고와 글로벌 공급망 최적화가 수익성 향상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정책 변수와 리스크 요인
리제네론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7개 제약사에 발송한 ‘해외 수준으로 처방약 가격 인하’ 요구 서한을 받은 기업 명단에 포함됐다. 약가 압박이 중장기 실적에 미칠 잠재적 영향이 불확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회사 측은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적정 수익 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아일리아 매출 둔화와 후속 파이프라인의 임상 결과가 향후 주가 변동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진입 시점과 리브타요 병용요법 임상 데이터도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용어 해설
• 아토피 피부염: 만성·재발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가려움증과 발진이 특징이다.
• COPD: 주로 흡연으로 발생하는 진행성 폐질환으로, 호흡곤란과 만성기침을 유발한다.
• 단클론 항체: 동일한 면역세포에서 유래한 항체로, 특정 항원을 표적해 선택적 치료 효과를 낸다.
• 면역관문 억제제: 종양세포가 면역을 회피하는 ‘관문’을 차단해 면역세포의 항암 활성을 높이는 약물.
전문가 시각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듀픽센트의 COPD 적응증 확장을 ‘차세대 캐시카우’로 평가하면서도, 아일리아 매출 공백을 완전히 상쇄하려면 리제네론이 신규 안과 파이프라인을 가시화해 투자자 신뢰를 재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약가 인하 압박이 현실화될 경우 고가 생물학적 제제의 수익성 약화는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제네론은 ‘고객 대비·임상 가치 기반 가격 책정’ 전략으로 규제 당국과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요약하면, 듀픽센트와 리브타요가 실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으나, 아일리아 부진·약가 규제·경쟁 심화를 동시에 헤쳐 나가야 하는 전략적 전환점에 놓여 있다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