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 법원, 시리아 친정부 민병대원 전쟁범죄 혐의로 첫 공판 개시

독일 사법당국, 시리아 내전 관련 전범 재판 본격화

독일 북부 항구도시 함부르크의 한자 자유주 고등법원(Hanseatisches Oberlandesgericht)이 시리아 내전민간인 학대·노역 강요·약탈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47세 시리아 남성을 상대로 17일(현지시간) 공개 심리에 들어갔다.

2025년 8월 19일, IANS/DPA 보도에 따르면, 피고인은 2016년 2월 독일에 입국했으며 2024년 8월 브레멘에서 체포돼 구금 중이다. 독일 연방검찰청은 그가 시리아 정부 측 샤비하(Shabiha) 민병대 지휘부 요원이었다고 판단하고, 반인도적 범죄 21건전쟁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다마스쿠스 일대 검문소를 장악해 민간인을 임의로 체포·구금했다고 주장한다. 당시 샤비하 조직원들은 군 정보기관의 일부 부서와 공모해 인질 몸값을 요구하거나, 가혹행위·고문·강제노역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민간 거주지를 약탈해 전시(戰時) 치부 행위를 일삼았다는 진술도 확보됐다.


샤비하란 무엇인가?

샤비하는 아랍어로 ‘유령’을 뜻하며, 1970년대 말부터 시리아 북부 라타키아 등지에서 암약한 알라위파 친정권 폭력조직을 일컫는다. 내전이 격화된 2011년 이후, 정규군과 정보기관의 눈·팔 역할을 수행하며 반정부 시위를 무력 진압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샤비하 요원들이 주택가 총격·고문·약탈 등 국제인도법 위반 행위를 주도했다고 보고한다.


독일의 ‘보편관할권’ 적용

독일은 2002년 제정된 국제형사범죄법(Völkerstrafgesetzbuch, VStGB)에 따라, 전쟁범죄·반인도적 범죄·집단학살죄를 저지른 외국인도 자국 법정에서 재판할 수 있다. 1 이를 ‘보편관할권’(Universal Jurisdiction)이라고 부르며, 2022년 코블렌츠 법원의 시리아 정보기관 고문 책임자 유죄 선고 이후 두드러진 선례가 쌓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리아 내전 피해자들이 국내 사법절차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독일이 사실상 국제형사재판소(ICC)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향후 재판 쟁점

이번 재판에서 핵심은 피고인의 지휘책임(chain of command)과 직접 가담 여부다. 검찰은 피고인이 샤비하 핵심 간부로서 부하들의 불법행위를 방조·지시했다고 본다. 반면 변호인단은 “피고인은 단순 지원인력이었으며 고문이나 노역 강요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당시 시리아 군사·정보기관과 민병대 사이 ‘공동범행’ 구조가 어느 정도였는지, 그리고 피고인이 조직 자금을 통해 개인적 이익을 취했는지가 양형에 결정적인 요소가 될 전망이다.

함부르크 한자 자유주 고등법원 대변인은 “사건 기록만 수천 페이지에 달하고 증언자 보호 문제도 복잡해 최소 30차례 이상 공판이 열릴 것”이라며 “2026년 상반기 최종 선고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 전범 기소 사례 확대

독일뿐 아니라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도 자국 형법 및 보편관할권을 앞세워 시리아 내전 가해자 수사를 확대 중이다. 특히 2023년 프랑스 파리에서는 샤비하 연루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집단학살 공모 혐의로 기소돼 양국 공조 수사의 발판이 마련됐다.

국제인권법 학계는 “유럽 사법당국 간 정보 공유와 공판 전략이 긴밀해질수록, 고위급 인사에 대한 법적 책임 추궁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시민사회·피해자 단체 반응

독일 거주 시리아인 단체 ‘사정 없는 정의’(Justice Without Compromise)는 성명을 통해 “이번 재판은 다마스쿠스 권력자들이 여전히 면책 특권을 누리고 있는 현실에서 중요한 경고”라며 “피해자 진술이 실제 형량에 반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일부 독일 내 반난민 사이트에서는 “독일이 국제 사법경비를 과도하게 떠안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뮌헨대 국제법 센터 연구진은 “전쟁범죄 처벌은 국제공동체 전체의 법적·도덕적 의무이며, 장기적으로 난민 재발 유인을 줄이는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 전망

베를린 소재 싱크탱크 ‘글로벌 거버넌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샤비하 조직원에 대한 독일 재판이 국제인권 거버넌스의 분수령”이라며,

“유럽 법원들이 지속적으로 하급·중급 지휘관을 기소함으로써, 시리아 정부 고위층까지 사법망을 끌어올리는 ‘도미노 효과’가 기대된다”

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유죄 확정까지는 피고인이 고문·노역·약탈에 직접적으로 관여했음을 뒷받침할 영상·문서·증언 삼박자가 충족돼야 한다. 공판 과정에서 피해자·증인의 신변보호와 10년도 넘은 기억의 신뢰성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결론

이번 함부르크 공판은 독일의 보편관할권 적용 범위와 한계를 다시 시험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내전 피해 당사국 내 사법적 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럽 사법당국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역사적 정의를 실현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