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업 60% “EU-미국 무역협정으로 관세·행정 부담 늘 것”…DIHK 긴급 설문

독일 경제계가 EU-미국 무역협정을 둘러싸고 우려를 표명했다. 독일 상공회의소(DIHK)가 3,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플래시 서베이(flash survey)¹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0%가 이번 합의가 “추가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8월 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관세 인상과 행정 절차 확대가 주요 우려로 꼽혔다. 특히 미국과 직접 거래하는 기업(직접 수출·공장·지사 운영 등)을 한정하면 우려 비율이 74%로 뛰어올랐다.

세부 응답 분석에 따르면 37%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단 5%만이 “경제적 완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협정 발효와 동시에 EU산 대부분의 상품에 15% 관세가 적용될 예정이어서, 직접 거래 기업 열 곳 중 아홉 곳은 이미 현행 정책의 부정적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번 합의는 정치적으로 불가피했을 수 있으나 독일 기업 다수에게는 쓴 약(bitter pill)과 같다.” — 헬레나 멜니코프, DIHK 최고경영자(CEO)

협정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부담 요인으로 지적됐다. 멜니코프 CEO는 “EU 집행위원회가 후속 협상에서 개선안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약 80%의 미국 직거래 기업이 ‘새로운 관세’ 자체를 최우선 리스크로 꼽았으며, 이 가운데 90%는 이미 부정적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결과 전체 독일 기업의 3분의 2는 대체 시장을 모색하고 있으며, “유럽 단일시장(EU Single Market)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는 이유로 내부 시장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해설: DIHK와 플래시 서베이란?
DIHK(Deutscher Industrie- und Handelskammertag)는 독일 79개 지역 상공회의소(IHK)를 대표하는 연합 기관으로, 600만 개 이상의 독일 기업을 대변한다. ‘플래시 서베이’는 특정 이슈 발생 직후 신속하게 실시해 단기간에 대량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의 설문조사를 의미한다.

전문가 시각
경제·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두 가지로 해석한다. 첫째, 정치·외교적 합의가 반드시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교훈이다. 둘째, 기업들은 불확실성 관리 차원에서 시장 다변화 전략을 서두르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EU 내부 공급망 강화로 귀결될 수 있다.

¹ 플래시 서베이(flash survey): 정책 변동·위기 상황 등 시급한 이슈에 대해 1~2주 내 응답을 수집·분석하는 초단기 설문 방식.


향후 관전 포인트

1) EU 집행위원회가 미국과의 추가 협상에서 관세율 완화·행정 절차 간소화를 얻어낼 수 있을지 여부.
2) 독일 기업의 대체 시장 다변화가 EU 내부 경기와 공급망 안정성에 미치는 파급 효과.
3) 미국-EU 통상 관계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어떤 선례를 남길지에 대한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