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리서치(Deutsche Bank Research)가 체코계 통합 결제 및 통행료 솔루션 기업인 유로왜그(Eurowag)의 투자 의견을 기존 ‘매수(buy)’에서 ‘보유(hold)’로 하향했다. 목표주가 범위는 90페니~110페니(90p~110p)로 제시됐으며, 전 거래일 종가는 101.50페니였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유로왜그는 2025 회계연도 상반기(2025년 1~6월) 실적 발표에서 순매출 15% 성장과 조정 EBITDA 8%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독일·오스트리아에서 실시된 CO₂ 배출 기반 통행료(이하 ‘CO₂ 톨’) 도입에 따른 수수료 상승, 그리고 EETS(European Electronic Toll Service) 솔루션의 신규 시장 확대가 매출을 견인했다.
조정된 현금 EBITDA(개발비 자본화와 주식 기반 보상 비용을 반영)도 전년동기 대비 14% 늘었으며, 조정 현금 EBITDA 마진은 30.4%로 2024년 상반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고정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출 총이익률을 방어했다는 평가다.
재무 건전성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상반기 말 순차입금은 2억4,400만 유로(€244m)로 전년동기 3억1,700만 유로 대비 줄었으며, 순차입금/EBITDA 배수는 2.6배(H1’24) → 2.3배(FY24 말) → 2.0배(H1’25)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은 “유럽 경제 성장률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음에도 회사의 현금 창출력은 견조했다”며 “다만 주가가 최근 실적 개선 기대감을 상당 부분 선반영한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용어 해설 및 배경
CO₂ 톨은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통행료를 차등 부과하는 제도다. 독일은 2023년 12월, 오스트리아는 2024년 1월부터 해당 제도를 시행했다. 화물차 운송업체는 배출량이 높을수록 더 많은 통행료를 내야 하며, 유로왜그는 이를 정산·중개하는 플랫폼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얻는다.
EETS는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단일 전자 통행료 서비스’로, 트럭 운전자와 운송사가 하나의 단말기·계약으로 EU 전역에서 통행료를 결제할 수 있도록 한다. 유로왜그는 EETS 계열사인 팜플랫(Pamplat) 인수를 통해 유럽 전 지역으로 결제망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번 실적에서도 해당 솔루션이 매출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시장 평가와 전망
투자 의견이 ‘매수’에서 ‘보유’로 낮아진 직접적 이유로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꼽힌다. 유로왜그 주가는 2024년 하반기부터 EETS 확장 기대, 유럽 전역의 CO₂ 톨 도입 확산 전망에 힘입어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도이체방크는 “현재 주가는 2025년 예상 EBITDA의 11배 수준으로, 동일 업종 평균(약 9배)을 이미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럽 경기 정체 및 고금리 기조가 운송업체의 투자·운행 의지를 약화시킬 리스크도 고려됐다. 경기 민감도가 높은 화물 운송 수요가 둔화될 경우, 통행료 결제 볼륨 역시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의견이 많다. 유럽연합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및 탄소 감축 목표를 강화하면서 CO₂ 톨을 도입·인상하는 국가가 늘어날 전망이며, EETS 인증 시장 역시 확대 국면이다. 이에 따라 유로왜그의 통행료 결제 및 데이터 서비스 부문 수익은 중장기적으로 성장 탄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시각
필자는 유로왜그가 ‘핀테크·친환경 인프라’ 결합 모델을 갖춘 이례적 사업 구조라는 점에 주목한다. 통행료 결제 데이터는 화물 운송 경로·물동량·배출량 등 물류 전반의 ‘실시간 ESG 지표’로 활용될 수 있어, 향후 탄소배출권 시장과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유로왜그가 통행료 결제를 넘어 탄소 데이터 플랫폼으로 변모한다면, 가치평가의 기준 역시 재편될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금리·경기·환율 변동성이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유로존 트럭 운송업체 다수가 디젤 가격 상승과 인력난으로 채산성이 악화돼 있으며, 2026년 이후 예정된 유럽 전역의 환경규제 강화가 비용 압박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이때 유로왜그 수익 모델의 핵심인 ‘트랜잭션 볼륨’이 흔들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종합하면, 유로왜그 주식은 성장성과 리스크 요인이 혼재한 상태다. 도이체방크의 보유 의견 전환은 밸류에이션 과열을 경고하는 상당히 시의적절한 조정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