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시장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영란은행(BoE)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확대됐다고 도이체방크가 평가했다. 도이체방크의 영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산제이 라자는 실업률 상승과 임금 상승률 둔화가 확인된 최신 통계 이후, 금리 인하 논거가 화요일에 한층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2025년 11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공식 실업률은 9월까지 3개월 동안 5.0%로 뛰어 시장 예상치와 영란은행 자체 전망치 4.9%를 모두 상회했다. 같은 기간 고용자 수는 2만2천 명 감소했으며, 감원(redundancies) 규모는 13만4천 명으로 2021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시장 반응도 즉각 나타났다. 데이터 발표 직후 영국 국채(길트, Gilts) 가격이 올라 금리가 하락했는데, 특히 단기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영국 2년물 길트 금리는 6bp(0.06%포인트) 하락한 3.745%를 기록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다음 달 영란은행의 금리 인하에 대한 베팅을 늘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외환과 주식시장에서도 변화가 관찰됐다. 파운드화는 달러화 대비 0.2% 약세를 보이며 G10 통화 중 가장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반면, 영국 주식시장은 상승했고 FTSE 100 지수는 0.9% 상승해 다른 주요 유럽 지수를 상회했다.
세부 지표를 보면, 급여 신고 기반(payrolled) 고용자 수는 9월 수치 하향 수정 이후 3만2천 명 감소했다. 특히 소매업과 정보·통신(IT·통신) 부문에서 약세가 집중됐다. 이 같은 흐름은 노동시장 여유(slack)가 11월 통화정책위원회(MPC)의 전망치보다 더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임금 측면에서도 둔화가 확인됐다. 민간부문 정규 임금의 전년동기 대비 3개월 평균 상승률은 4.2%로 둔화돼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 연율 기준의 연속적(순차적) 임금 증가율은 3개월 누적 환산으로 2.7%까지 더 내려왔다. 아울러 영국 국세청(HMRC) 속보치는 2025년 4분기에도 추가적인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라자는 메모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오늘의 데이터는 두 가지를 말해 준다. 첫째, 노동시장에 여유가 더 쌓이고 있으며 이는 MPC의 11월 전망이 가정한 수준보다 더 클 수도 있다. 둘째, 임금 모멘텀은 계속 둔화하고 있다. 두 가지 모두 MPC에게는 고무적인 신호다.
한편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올해 추가 인하를 단행하기 전 더 많은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이전에 밝힌 바 있다. 라자에 따르면, 이날의 지표는 고용 여건 약화가 임금 압력 완화로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결국 물가상승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MPC의 판단에 신뢰를 제공할 것이다.
핵심 수치 정리
실업률: 2025년 9월까지 3개월 기준 5.0% (영란은행 전망 4.9% 및 시장 예상 상회)
고용자 수: 2만2천 명 감소, 감원: 13만4천 명 (2021년 1월 이후 최고)
임금: 민간부문 정규 임금 3개월 평균 전년동기 +4.2%, 3개월 연율 +2.7%로 둔화
채권: 2년물 길트 금리 3.745%(-6bp), 단기물 주도 가격 상승
외환/주식: GBP/USD -0.2%(G10 최약세), FTSE 100 +0.9%로 유럽 증시 아웃퍼폼
용어 해설과 맥락
영란은행(BoE): 영국의 중앙은행이다. 통화정책위원회(MPC)가 기준금리 결정을 담당한다. 인플레이션 목표는 대체로 중기적 2%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목표 달성을 위해 금리와 자산매입·매각 등 수단을 운용한다.
길트(Gilts): 영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기사에서 2년물 금리가 6bp 하락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가까운 시일 내 정책금리 인하를 더 강하게 반영했음을 뜻한다.
bp(베이시스 포인트): 금리 변동의 최소 단위를 의미하며, 1bp = 0.01%포인트다.
감원(Redundancies): 기업·기관이 인력 구조조정으로 직원을 해고하거나 계약 종료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는 경기 둔화 혹은 비용 절감이 반영될 수 있는 민감한 지표다.
급여 신고 기반 고용자(Payrolled employees): 기업이 급여 시스템을 통해 신고한 임금근로자 수를 뜻한다. 데이터 신뢰성이 높은 편이며, HMRC(영국 국세청) 속보치가 참고된다.
임금 모멘텀 둔화: 민간 정규 임금의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는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을 약화시켜 중앙은행의 완화적 전환을 뒷받침하는 경향이 있다.
시장 함의와 정책 시사점
이번 데이터는 노동시장 여유 확대와 임금 상승률 둔화라는 두 가지 축을 동시에 보여준다. 통상적으로 실업률 상승과 임금 압력 약화는 물가 상승세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힌다. 실제로 단기물 길트 금리가 빠르게 하락했고, 외환시장에서는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였으며, 주식시장은 완화 기대를 호재로 해석해 상승했다. 이는 통화 완화 기대가 채권·외환·주식 전반에 동시에 파급됐음을 시사한다.
다만 통화당국은 통상 한두 개 월의 지표가 아닌 추세를 확인하려 한다. 라자가 지적했듯, 임금 모멘텀 둔화와 노동시장 여유 확대가 이어질 경우 물가에 대한 하방 압력이 강화될 수 있다. 반대로 향후 데이터에서 임금이나 고용이 재차 견조하게 나타난다면 인하 속도는 조정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2년물 금리와 파운드화가 보여준 움직임이 12월 인하 베팅 강화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HMRC의 속보 지표가 2025년 4분기 추가 약세를 가리킨다는 점은, 연말까지 노동시장 냉각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MPC의 신중한 완화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으며, 총재가 밝힌 바와 같은 추가 근거 축적에도 기여한다. 동시에, 정책 판단은 물가 지표와 수요 측면의 내구성(가계소비·서비스 수요)에 대한 종합 평가를 필요로 한다.
투자자 유의사항
금리 인하 기대가 강화될 때는 채권 가격이 오르고 단기물 금리가 먼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금리 메리트 약화로 파운드화 약세가, 주식시장에서는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확대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은 후속 지표 및 MPC의 커뮤니케이션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12월 회의 전까지 발표될 물가와 소비, 기업활동 지표들이 정책 경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결론
영국 실업률 5% 상향과 임금 상승률 둔화는 영란은행의 12월 금리 인하 논거를 강화했다. 도이체방크의 산제이 라자는 노동시장 여유 확대와 임금 모멘텀 약화를 근거로 MPC가 안심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채권은 강세, 파운드는 약세, 영국 주식은 상대적 강세로 반응했다. 향후 물가와 노동 지표의 추가 확인이 12월 결정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