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가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중 무역 휴전으로 위험 심리가 다소 개선됐지만, 물가가 시장의 기대보다 더 지속적일 경우 자산가격 전반에 새로운 변동성을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5년 11월 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메모에서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너무 안이하다”(too sanguine on inflation)고 지적했다. 이번 경고는 전주 발표된 미국-중국 간 무역 휴전 소식 이후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는 가운데 나왔다.
도이체방크의 거시 전략가 헨리 앨런(Henry Allen)은 “미국 1년 만기 인플레이션 스왑이 지난 5월 이후 가장 큰 주간 하락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 가격(XAU/USD*)이 되돌림을 보이는 한편, 채권과 주식이 동반 랠리를 펼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앨런은 “만약 인플레이션이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지속적이라면 여러 함의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핵심은 추가적인 매파적 서프라이즈 위험이다. 이는 지난주 연준(Fed) 결정에서 보았던 것과 유사하다.”
도이체방크는 이러한 결정이 1980년대 이후 경기침체 국면을 제외하고는 가장 빠른 속도로 단행된 연속적인 금리 인하 이후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 탄력·정책 요인·가격 상승 압력: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를 지지
도이체방크는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존재한다고 짚었다. 은행은 “최근 수주 동안 실물 활동 지표가 전반적으로 상방 서프라이즈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유로존 종합 PMI가 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 성장 지표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애틀랜타 연은(Atlanta Fed)의 GDPNow 추정치는 3분기 기준 3.9%로 집계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이체방크는 여기에 더해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완화 효과가 2026년까지 실물경제에 잔존할 것으로 보이며, 8월에 단행된 관세 인상과 유럽의 새로운 재정 부양책이 수요 압력을 추가적으로 키울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은 또한 유가 상승과 주요국의 “목표를 상회하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이체방크는 메모에서 “시장이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면 더 많은 매파적 서프라이즈를 보게 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더 높게 유지될 경우 “금과 같은 실물자산에 대한 지지”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과의 상관관계: 매파 전환과 변동성
보고서는 중앙은행의 매파적 전환이 종종 주식 매도세와 동시에 나타난 전례를 환기했다. 도이체방크는 2015–16년, 2018년, 2022년의 사례를 거론하며, 정책 스탠스가 갑작스럽게 강경해질 때 주식시장이 리프라이싱에 들어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 인용과 데이터 포인트
• “미국 1년 인플레이션 스왑이 5월 이후 가장 큰 주간 하락” — 헨리 앨런, 도이체방크 거시 전략가
•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지속적이면 여러 함의가 따른다” — 도이체방크
• “지난주 연준 결정과 같은 추가 매파적 서프라이즈 위험” — 도이체방크
• “연준·ECB의 통화완화 효과는 2026년까지 남을 것” — 도이체방크
• “유로존 종합 PMI 2년래 최고, 애틀랜타 연은 GDPNow 3분기 3.9%” — 도이체방크
• “유가 상승과 목표 상회 인플레이션 지속 관찰” — 도이체방크
용어 해설: 이해를 돕기 위한 기본 개념
인플레이션 스왑: 투자자들이 향후 일정 기간의 물가상승률을 고정 이율과 교환하는 파생계약이다. 여기서 1년 만기 미국 인플레이션 스왑의 주간 변동은 시장 기대 인플레이션의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한다.
매파적(hawkish) vs. 비둘기파적(dovish): 매파는 물가 안정에 우선을 두며 금리 인상·긴축에 개방적인 정책 스탠스를 의미한다. 반대로 비둘기파는 경기 부양을 중시해 완화적 정책에 우호적이다. 도이체방크가 말한 “매파적 서프라이즈”는 시장 예상보다 더 긴축적인 결정을 가리킨다.
GDPNow: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기별 실질 GDP 성장률을 추정하는 모형이다. 빈번한 업데이트를 통해 현재 경기의 온도를 가늠하는 데 활용된다.
종합 PMI: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아우르는 경기선행지표로, 50을 기준으로 확장·위축을 가늠한다. 유로존 종합 PMI의 2년래 최고치는 경기 모멘텀의 개선을 시사한다.
실물자산: 금과 같은 유·무형의 실체가 있는 자산을 말한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때 화폐의 구매력 하락을 일부 상쇄하는 수단으로 거론된다.
시사점: 시장의 ‘안이함’이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 재점검
이번 도이체방크 분석은 최근의 인플레이션 기대치 하락과 리스크자산 랠리가 지속 가능한 균형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성장 지표의 상방 서프라이즈, 정책 완화의 잔존 효과, 관세·재정 정책의 수요 자극, 유가 상승, 그리고 목표 상회 물가라는 조합은 인플레이션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은행은 다시 매파적으로 기울 소지가 있으며, 과거 사례처럼 주식시장 조정과 맞물릴 위험이 있다.
요컨대, 도이체방크의 메시지는 물가의 지속성에 대한 점검과 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 관리의 필요성을 환기한다. 특히 “시장 인플레이션 안이론”이 확대될수록, 예상치 못한 정책 리프라이싱과 그 파급효과가 커질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 XAU/USD는 달러화 대비 금 현물 가격의 대표적 표시 코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