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표 은행 두 곳의 미묘한 온도 차가 유럽 금융주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도이체방크가 코메르츠방크에 대해 3년 6개월 넘게 유지해 온 ‘매수(買收)’ 의견을 ‘홀드’(보유)로 내린 것이다.
2025년 8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 벤저민 고이(Benjamin Goy)는 최근 메모에서 “지난해 이후 주가가 세 배 급등한 결과, 밸류에이션이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는 이유를 들어 투자의견을 조정했다.
목표주가 상향과 함께 의견 하향이라는 ‘엇갈린 메시지’ 역시 눈길을 끈다. 도이체방크는 기존 €33이던 목표주가를 €35로 높였지만, 코메르츠방크의 8월 17일 종가 €37.30에는 못 미친다. 이는 향후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을 드러낸다.
※ 용어 정리 – PER(주가수익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비싸다’는 의미다. ‘동종 업계 대비 프리미엄’은 PER이 상대 기업 평균보다 얼마나 더 높은지를 가리킨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메르츠방크 주가는 2027년 예상 실적 기준으로 10배 PER, 1.3배 P/TBV(주당장부가 대비 주가), 총주주수익률 10%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업종 평균 대비 20%~42% 프리미엄이 붙은 수치다.
벤저민 고이는 기본 펀더멘털 자체는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익성 개선, 자본 환원, 그리고 독일 정부의 재정 부양책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독일 지수 바스켓 편입’과 ‘파생상품 전환 수요’ 등 구조적 매수세가 존재하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긍정적 요소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진단한다. 특히 PER 프리미엄이 역사적 밴드 상단에 위치해 있어 “밸류에이션 재조정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가 모멘텀은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 12개월 동안 코메르츠방크는 세 차례 자사주 매입(바이백)을 단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유동 주식 물량이 줄어들어 수급이 타이트해졌다는 평가다. 도이체방크는 “앞으로 예정된 바이백 역시 단기 호재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밸류에이션 부담을 상쇄하지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독일 금융권 전반을 둘러싼 정책·거시 변수도 논의됐다. 독일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 지출 확대·감세 패키지는 가계·기업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으나, 반대로 유동성·물가 관리 차원의 정책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유로존 채권금리가 상승할 경우 은행 마진이 개선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도이체방크 보고서는 “이미 현재 주가에 반영된 시나리오”라는 데 무게를 뒀다.
시장 반응은 비교적 차분하다. 투자자들은 ‘목표주가 상향’이라는 긍정적인 신호와 ‘투자의견 하향’이라는 보수적 메시지를 동시에 소화하며 차익 실현과 관망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도이체방크는 “코메르츠방크의 투자 매력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현 수준에서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요약했다. 프리미엄 축소가 진행될지, 혹은 견조한 실적이 주가를 다시 견인할지는 향후 분기 실적과 매크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