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애틀랜타】 델타항공(Delta Air Lines)이 인공지능(AI) 기반 요금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개별 승객의 개인정보에 근거한 맞춤형 운임은 산정하지 않겠다고 미국 의회에 공식 약속했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루벤 갈레고·마크 워너·리처드 블루멘솔 등 민주당 상원의원 세 명이 제기한 우려에 대해 서한을 보내 “어떠한 상품에서도 개인 맞춤형 가격을 책정한 적도, 시험 중인 적도, 도입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세 의원은 델타가 AI 기술을 활용해 “승객별 ‘고통 지점(pain point)’에 따라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고통 지점’이란 소비자가 심리적으로 감당 가능한 최대 지불액을 의미하는 마케팅 용어다. 의원들은 이같은 개인차별 요금제가 소비자 권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력 경고했다.
AI 기반 Fetcherr와의 협업
델타항공은 이스라엘 스타트업 ‘페처(Fetcherr)’와 협력해 2025년 말까지 20% 규모의 미국 국내선에 AI 수익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다만 회사 측은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신속 분석해 가격 변동 속도를 높이기 위한 도구”일 뿐, 승객 개개인의 여행 이력·소득·웹 검색 기록 등 개인정보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델타항공은 어느 시점에서도 개인 데이터를 요금 산정에 반영한 적이 없다.” — 델타항공이 미 상원에 보낸 서한 중
델타는 서한에서 연료비·수요·경쟁사 운임 등 시장 변수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이 변동하는 ‘동적 가격(dynamic pricing)’이 항공업계에 30년 이상 적용돼 왔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AI는 분석 자동화로 시간·비용 효율을 극대화할 뿐, 개인정보 기반 차별은 없다”고 못 박았다.
업계 전체로 번진 ‘AI 요금’ 논쟁
지난주 아메리칸항공(American Airlines)의 로버트 아이섬 최고경영자(CEO)도 실적발표 자리에서 “개별 요금을 위한 AI 활용은 소비자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며 “아메리칸항공은 그런 방식을 도입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AI를 이용한 가격 차별은 항공뿐 아니라 이커머스·핀테크·모빌리티 플랫폼에서도 뜨거운 사회적 이슈다. 가격 변동이 합리적인 시장 조정인지, 소비자 착취인지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규제와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고 분석한다.
‘동적 가격’과 ‘개인화 가격’의 차이
동적 가격은 전체 시장 데이터(공급·수요·경쟁·원가)를 기반으로 즉각 변동하는 가격 체계를 말한다. 반면 개인화 가격은 각 소비자의 구매력·행동 데이터를 활용해 동일 상품에 서로 다른 가격을 부과하는 방식이라, 차별 논란이 크다. 미국·EU 규제 당국도 개인 데이터의 과도한 상업 활용을 집중 감시하고 있다.
전문가 시각 — 신뢰 확보가 경쟁력
항공업계 분석가들은 “AI가 요금 산정 정확도를 높여 수익성을 개선할 잠재력이 크다”면서도 “소비자 신뢰를 잃으면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와 매출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알고리즘 해설 의무, 독립 감시 및 데이터 최소 수집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델타항공 사례처럼, 기업이 명확한 데이터 사용 가이드라인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움직임은 업계에 긍정적 선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교통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AI 가격 정교화에 따른 소비자 피해 모니터링 강화를 예고한 상태다.
향후 관전 포인트
- 델타항공이 2025년 말까지 AI 시스템을 확대 적용하는 과정에서 투명성 보고를 어떻게 수행할지
- 미국 의회와 규제기관이 업계 공통 가이드라인을 마련할지 여부
- 타 항공사·여행 플랫폼으로 ‘신뢰 기반 AI’가 확산될지 지켜볼 필요
이처럼 항공업계는 ‘수익 극대화’와 ‘소비자 보호’라는 두 축 사이에서 AI 활용의 윤리적 한계를 재정의하고 있다. 델타항공이 제시한 입장 표명이 글로벌 표준을 견인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