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로이터) —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은 끝났지만, 경제 데이터의 공백이 남긴 후폭풍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주요 지표의 누락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를 지연시키거나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이는 주식시장이 미묘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시점에서 위험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2025년 11월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경계감은 목요일 금리 민감 성격이 강한 나스닥에서 한 달 만에 가장 큰 폭의 매도를 촉발했다. 불과 일주일 전에는 4월 이후 최대 주간 하락이 기록됐다. 올해 인공지능(AI) 관련 대형주 급등에 힘입어 치솟았던 나스닥은 10월 고점 대비 약 5% 하락한 상태다.
문제의 핵심은 선물 포지셔닝부터 농작물 수확 추정치, 특히 고용·물가 지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확산된 정보 공백이다. 총 43일에 걸친 셧다운 기간 동안 일부 데이터는 아예 수집되지 못했고, 그런 지표는 향후에도 공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백악관 경제자문인 케빈 해셋(Kevin Hassett)은 10월 물가 지표의 공개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또한 실업률 산출의 기초가 되는 가계조사가 진행되지 않아, 10월 고용보고서는 실업률을 포함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월의 인플레이션 데이터 공개에는 의문이 있으며, 가계조사가 실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용보고서에는 실업률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안개 속 운전(Driving in the fog)’
이 상황이 시장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이유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현재의 정책 환경을 “안개 속 운전”에 비유하며 정책 결정자들이 속도를 늦출 가능성—즉, 추가 인하 대신 동결—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CME의 페드워치(FedWatch) 도구에 따르면, 12월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은 한 달 전 ‘기정사실’에 가까웠지만 현재는 약 50%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로 인해 올해 급등했던 위험자산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호주 시드니의 퍼페추얼(Perpetual) 투자전략 책임자 매트 셔우드(Matt Sherwood)는
“4월 저점 이후 시장은 사실상 중단 없이 크게 반등했다”
며,
“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와 완화적 금융여건의 지속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현재의 (평가) 수준은 극단적 밸류에이션이라고 본다”
고 말했다.
LSEG 데이터스트림에 따르면, S&P 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22.8배로, 10년 평균 18.8배를 큰 폭 상회하고 있다. 여기에 테크 등 주요 섹터의 연초 이후 상승률이 20%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차익실현 욕구가 고조되기까지는 많은 요인이 필요하지 않다.
분위기는 이미 변덕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팔란티어(Palantir)와 오라클(Oracle)은 이달 들어 약 15% 하락했고, 엔비디아(Nvidia) 역시 약 8% 하락했다. 인디애나주 해먼드의 호라이즌 인베스트먼트 서비스 최고경영자 척 칼슨(Chuck Carlson)은
“올해 큰 폭으로 오른 일부 섹터에서는 작은 악재라도 파장이 커질 수 있다. 이익 실현을 서두르는 ‘방아쇠 손가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2026년을 향한 ‘계기 없는 비행’
셧다운 기간 동안의 데이터 공백은 그간 관심이 적었던 민간 조사들을 전면에 부각시켰고, 그 결과 소비 지출은 견조해 보이나 일부 지표에서는 해고가 급증하는 등 혼재된 경제상이 그려졌다. 투자자들은 결론 도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2026년 말까지 최소 세 차례의 금리 인하로 정책금리가 3%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에는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 이번 주에는 샌프란시스코 연준의 메리 데일리, 미니애폴리스 연준의 닐 카시카리 등 더 많은 정책당국자들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기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BNY 뉴욕의 마켓 매크로 전략 책임자 밥 새비지(Bob Savage)는
“연준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flying blind)다.”
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번 결정에서 금리 자체보다 정책당국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하는 ‘점도표(dot plot)’에 더 큰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장과 고용에 대한 그들의 기대가 정말 중요하다.”
AI 랠리의 지속 vs. 단기 변동성
분명 AI 투자 붐이 이어지는 한, 최근 조정은 상승장 속의 짧은 굴곡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변동성은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 미국 달러가 주식과 함께 하락하는 흐름은 글로벌 자금이 미국에서 이탈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트코인 역시 올해 초 시장 약세의 선행지표로 작용했는데, 현재는 10만 달러 아래에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러닝 포인트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파트너이자 최고투자책임자 마이클 슐만(Michael Schulman)은
“추수감사절(Thanksgiving)까지 시장은 다소 거친 흐름을 보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상황이 풀리길 기다리고 있다.”
고 말했다.
용어 풀이 및 맥락
페드워치(FedWatch)는 CME 그룹의 도구로,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에 내재된 금리 결정 확률을 실시간 추정해 보여준다. 선행 P/E는 향후 12개월 컨센서스 이익 추정치를 기준으로 계산한 주가 대비 이익의 배수를 의미하며, 밸류에이션의 고평가/저평가 판단에 활용된다. 점도표(dot plot)는 각 연준 위원이 전망하는 향후 기준금리 경로를 점으로 표시한 도표로, 중립금리와 경기 인식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파월 의장이 언급한 ‘안개 속 운전’은 정보가 불완전한 상황에서의 정책 신중론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분석: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체크포인트
첫째, 데이터 결손이 정책 시그널의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가·고용의 핵심 항목 일부가 공표되지 않거나 늦게 공개될 경우, 연준은 ‘확실해질 때까지 대기’ 전략을 취할 유인이 커진다. 이는 12월 인하 확률을 추가로 낮추고, 커브 전반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둘째, 밸류에이션과 실적의 간극이 확대될수록, 테마형 고베타 종목에서 군집적 차익실현이 반복될 수 있다. 기사에 언급된 대로 팔란티어·오라클·엔비디아 등 대표 종목의 단기 조정은 지수 레벨의 민감도를 증폭시킨다.
셋째, 대체 신호의 중요성이 커진다. 민간 고빈도 지표, 기업의 선행 발언(가이던스), 카드 사용액·배송량 등 현장 데이터가 공식 통계의 빈자리를 보완할 것이다. 다만 이는 표본·방법론 차이로 인해 신뢰 구간의 변동이 크므로, 다중 소스 교차검증이 필요하다.
넷째, 달러와 크립토의 동조 약세가 글로벌 포지션 재배치의 힌트일 수 있다. 전통적으로 리스크오프 국면에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패턴과 상충할 경우, 이는 국가·자산 간 리밸런싱 또는 현금 선호 심화로 읽힐 수 있다.
결론적으로, 데이터 안개는 연준의 속도 조절과 밸류에이션 재조정이라는 이중의 압력을 시장에 가한다. 추가 하락이 단기적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지만, 동시에 AI·생산성 주도 구조적 투자 테제는 유효하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투자자들은 리스크 예산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면서도, 현금흐름 가시성이 높은 종목과 퀄리티 팩터에 선별적 비중을 두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