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데이터·AI 플랫폼 기업 데이타브릭스(Databricks)가 머신러닝 스타트업 ‘텍톤(Tecton)’을 인수한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회사는 이번 거래를 통해 자사 AI 에이전트 제품군을 확장, 기업 고객에게 토털 AI 구축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2025년 8월 2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데이타브릭스는 텍톤 인수를 통해 ‘에이전트 브릭스(Agent Bricks)’의 실시간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여, 음성·챗봇 등 대화형 서비스에서의 응답 시간을 단축할 방침이다.
텍톤은 세쿼이아 캐피털·클라이너 퍼킨스가 공동으로 투자한 신생 기업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밀리세컨드(millisecond) 단위 지연(latency) 수준에서 분석·배포할 수 있는 ‘피처 스토어(feature store)’*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2022년 투자 라운드에서 $9억(약 1조2천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약 90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텍톤의 기술과 인재는 데이타브릭스 AI 에이전트의 ‘실시간 빌딩 블록’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알리 고드시(데이타브릭스 CEO)
이번 거래 대금은 데이타브릭스의 비상장 주식으로 지급된다. 구체적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데이타브릭스는 같은 주에 기업가치 1,000억 달러(약 138조 원) 이상으로 신규 자금 조달 조건부 계약(term sheet)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불과 8개월 전 대비 60% 이상 상승한 평가다.
2020년 설립된 텍톤은 우버(Uber) 내부 AI 플랫폼 ‘미켈란젤로(Michelangelo)’를 개발한 엔지니어들이 창업했다. 이 플랫폼은 실시간 요금 책정·수요 예측 등에 적용돼 우버의 핵심 운영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고드시 CEO는 “음성 상호작용처럼 인간과 직접 맞닿는 서비스에서는 지연 시간이 길면 사용자 불만이 커진다”며, “AI 응답 속도를 즉시성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강조했다.
두 회사는 이미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텍톤은 2022년 데이타브릭스 및 경쟁사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두 플랫폼 모두 텍톤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또한 코인베이스(Coinbase) 등 다수의 텍톤 고객이 이미 데이타브릭스 서비스를 병행 사용 중이다. 고드시 CEO는 “두 기술을 동시에 사용하는 고객이 많아, 이번 인수로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데이타브릭스는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AI 플랫폼 역량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2023년 모자이크ML(MosaicML)을 13억 달러에 인수했고, 2024년에는 아파치 아이스버그(Apache Iceberg) 개발진을 보유한 타뷸러(Tabular)를, 2025년 초에는 서버리스 데이터베이스 스타트업 ‘니온(Neon)’을 10억 달러에 사들여 초고속 AI 애플리케이션 기반을 강화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설명
* 피처 스토어(feature store): 머신러닝 모델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특성(Feature)’ 단위로 저장·관리하는 전용 저장소를 의미한다. 데이터 과학자는 동일한 특성을 재사용할 수 있어 모델 개발·배포 속도를 대폭 향상시킨다.
* 밀리세컨드 단위 지연(latency): 데이터 요청부터 응답까지 걸리는 시간이 1/1000초(=1ms) 수준임을 뜻한다. 실시간 음성·영상 스트리밍, 자율주행 등 인간의 지각 한계를 고려해야 하는 분야에서 필수적인 성능 지표다.
전문가 분석
업계에서는 데이타브릭스가 텍톤을 흡수함으로써 ‘데이터 레이크하우스’와 ‘실시간 피처 스토어’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유일한 공급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클라우드 등 거대 AI 생태계가 ‘에이전트 기반 워크플로우’를 차세대 표준으로 채택하면서, 데이터 파이프라인 지연 최소화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데이타브릭스는 자체 개발한 오픈소스 엔진 ‘델타레이크(Delta Lake)’와의 시너지를 통해 데이터 저장·가공·배포 전 단계를 단일 플랫폼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장기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아마존 AWS·구글 GCP에 맞서는 클라우드 중립형 솔루션으로 자리할 가능성을 높여, 퍼블릭 클라우드 종속을 우려하는 기업의 수요를 흡수할 전망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데이타브릭스의 잇따른 대형 인수가 상장을 앞둔 몸값 부풀리기 전략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자본 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이 향후 투자 회수에 부담으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