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남매는 마녀가 내민 달콤한 과자를 좇다가 함정에 빠졌다. 성인이 된 우리도 초콜릿으로 넘실거리는 가마솥에 빠지지는 않지만, 개인 재정 전문가 데이브 램지(Dave Ramsey)에 따르면 여전히 ‘달콤하고 반짝이는 것’에 현혹돼 큰돈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2025년 9월 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램지는 “겉보기에 그럴듯하지만 결국 지갑을 망가뜨리는 금융 함정들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너무 좋아 보이는 조건은 결국 비싼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라는 격언을 재확인하며, 오늘날 소비자들이 가장 자주 빠지는 다섯 가지 행동을 조목조목 짚었다.
램지는 “이 다섯 가지만 멈춰도 재정 상황은 놀라울 정도로 개선된다”면서 조정 금리 모기지(ARM), 타임셰어, 자동차 리스, 무(無)선수금 할부, 복권 구매를 대표적 ‘돈 낭비 트랩’으로 지목했다.
1) 조정 금리 모기지(ARM) — ‘불장난’과 같다
ARM(Adjustable-Rate Mortgage)는 초기 몇 년간 낮은 금리를 적용한 뒤, 시장 금리에 따라 매년 또는 수년마다 금리가 변동되는 형태의 주택담보다. 램지는 이를 두고 “이자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계약은 불과 장난치는 것과 같다”고 단언한다. 그는 자신의 재정 교육 플랫폼 ‘램지 솔루션스(Ramsey Solutions)’에서 “어느 시점에 금리가 급등하면 월 상환액도 함께 치솟아 주택을 잃을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그가 추천하는 대안은 15년 고정 금리 모기지다. 대출 기간 전체에 동일한 금리가 적용돼 원리금 예측이 쉽기 때문이다. 램지는 “고정 금리 덕분에 월 상환액이 일정해지면 예산 수립과 자산 증식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2) 타임셰어 — ‘값비싼 두통거리’
타임셰어(timeshare)는 휴가용 부동산을 여러 명이 공동 소유해 특정 기간을 예약해 사용하는 제도다. 언뜻 보면 합리적 휴가 계획처럼 들리지만, 램지는 이를 “연간 유지보수비·세금·각종 회비가 끊임없이 불어나는 값비싼 두통거리”라고 표현한다. 게다가 원하는 날짜를 다른 소유주와 경쟁적으로 예약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따른다.
그는 ‘싱킹 펀드(sinking fund)’ 방식을 활용해 직접 휴가 자금을 따로 적립하라고 권했다. 싱킹 펀드는 ‘목적 자금’ 통장을 만들어 일정 금액을 주기적으로 저축하고, 목표 금액이 모이면 일시불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3) 자동차 리스 — ‘가장 비싼 운전 방법’
번쩍이는 신형 BMW를 몰고 싶은 유혹은 크다. 그러나 램지는 “리스는 은행이 소유한 차를 잠시 빌려 타는 것일 뿐”이라며 “월 납입이 끊기는 순간 차량은 당신 것이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리스료·주행거리 제한·반납 시 감가상각 비용까지 고려하면 총비용이 급증한다.
그는 현금으로 중고차를 ‘완전히’ 소유하라고 조언했다. 예산을 짤 때는 보험료·정기점검료·부품 수급 가능성 등을 꼼꼼히 조사하고, 차량 가격 협상 기술을 반드시 익히라고 덧붙였다.
4) 무(無)선수금·무이자 할부 — ‘장기 빚의 덫’
“지금 당장 0원으로 새 소파를 가져가세요!”라는 광고 문구는 달콤하다. 그러나 램지는 “앉는 물건에 빚을 지는 꼴”이라며 강력히 반대한다. 그는 “선수금 없이 가구·가전 등을 들이면 결국 장기간 상환 계약에 묶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목표 금액이 모일 때까지 ‘저축→일시불 결제’ 원칙을 지키라고 강조한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향후 이자·수수료·연체 위험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이유다.
5) 복권 구매 — ‘희박한 확률의 착시’
누구나 메가밀리언(Mega Millions) 당첨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램지는 “복권은 소득이 아니라 세금과 같다”고 표현하며, 여러 장의 즉석 복권을 사느라 흘려보내는 소액들이 결국 큰 손실로 귀결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대신 ‘베이비 스텝스(Baby Steps)’ 프로그램을 따르며 근로·저축·투자로 자산을 키우라고 제안한다. 베이비 스텝스는 1단계 긴급자금 1,000달러 마련부터 7단계 부의 기부까지 총 7단계로 구성된 램지 고유의 재정 로드맵이다.
전문가 해설: 왜 ‘달콤한 제안’이 결국 비싸게 돌아오는가?
금융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들은 즉각적 만족감(instant gratification)을 제공하는 상품·서비스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낮은 초기 비용·고급 이미지·복권 당첨’ 같은 요소가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해 합리적 계산을 흐리게 만든다. 램지의 조언은 결국 ‘원칙 중심 재무 관리’로 돌아가라는 메시지다. 수익·지출·위험을 모두 수치화해 장기적으로 판단하면, 표면적 혜택보다 실질 비용이 크다는 사실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당신의 부(富)를 결정한다.” — 데이브 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