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설탕 선물이 달러 약세를 동력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ICE 선물거래소에서 2025년 10월 인도분 뉴욕 원당(원심당) 11호(SB V25)는 전일 대비 0.13센트(+0.80%) 오른 파운드당 16.38센트선에서, 런던 ICE의 10월 백설탕 5호(SW V25)는 2.60달러(+0.54%) 상승한 톤당 484.50달러선에서 각각 거래를 마쳤다.
2025년 8월 22일, 나스닥닷컴이 전재한 바차트닷컴(Barchart.com)의 보도에 따르면, 같은 날 미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가 3주 반 만의 저점으로 추락하면서 쇼트 커버링(매도 포지션 청산)이 촉발돼 설탕 선물 매수세를 자극했다.
달러인덱스(DXY)는 세계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로, 통상 달러가 약세일 때 달러 표시 상품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설탕을 포함한 대부분의 농산물은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므로, 환율 변동은 투기적 수요뿐 아니라 실수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요지표 호조: 중국·파키스탄 수입 확대
중국 해관총서(GACC)가 발표한 잠정 통계에 따르면 7월 중국 설탕 수입량은 74만t으로 전년 동월 대비 76% 급증했다. 더불어 파키스탄 정부는 최근 정백당 20만t 구매 입찰을 공고하며 국제 시장 수요를 부각시켰다. 이러한 아시아권 수입 확대는 5주 만에 런던 백설탕 가격을 끌어올리는 촉매가 됐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브라질의 생산 확대 움직임이 단기 조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상품조사회사 코브릭 애널리틱스(Covrig Analytics)는 브라질 중앙남부(Center-South) 지역 제당공장이 건조한 기상 여건 탓에 사탕수수 수분 함량이 낮아 설탕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며, 에탄올 대신 설탕 생산에 더 많은 사탕수수를 배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생산 동향과 기상 변수
브라질 제당·에탄올 산업협회(UNICA)에 따르면 7월 하순(16~31일) 중앙남부 설탕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한 361만4,000t에 그쳤다. 같은 기간 사탕수수 분쇄량 중 설탕 비중은 54.10%로 작년 50.32%에서 확대됐다. 브라질 정부 농산물 예측기관 코나브(Conab)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2024/25연도 브라질 설탕 생산량을 ▲4천4백11만8,000t(전년 대비 3.4% 감소)으로 전망하며, 극심한 가뭄과 고온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시장 참가자들은 단기적으로 생산 감소 우려와 중장기적으로 설탕 비중 확대라는 엇갈린 재료를 혼재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뉴욕 원당 11호는 지난주 2개월 만의 고점을 찍은 뒤, 이번 주 초 공급 증가 우려에 2주 저점으로 밀렸다가 오늘 다시 반등하는 등 변동성이 거세다.
인도·태국 생산 전망: 공급 과잉 경계
블룸버그는 인도가 풍부한 몬순으로 2025/26년 대규모 수확을 기대하면서, 현지 정부가 10월 시작하는 새 결산연도에 설탕 수출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인도 기상청(IMD)은 8월 18일 기준 전국 누적 강수량이 611.2mm(평년 대비 1%↑)라고 발표했다.
인도 사탕수수·바이오에너지 제조업협회는 2025/26 마케팅연도 중 백설탕 200만t 수출 허가를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더불어 인도 협동조합제당연맹은 2025/26년 인도 설탕 생산량이 전년보다 19% 증가한 3천5백만t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태국 사탕수수·설탕위원회(OCSB)도 5월 2일 발표에서 2024/25년 설탕 생산이 1,000만t(전년 대비 14%↑)으로 늘었다고 밝혀, 세계 3위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인 태국 역시 공급 확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국제기구·기관별 수급 전망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보고서에서 2024/25연도 세계 설탕 공급 부족 규모를 547만t(9년 만의 최대)로 상향 조정했다. 전년도(2023/24)의 131만t 공급 과잉이 이듬해 곧바로 부족으로 전환된 셈이다.
그러나 미 농무부(USDA)가 5월 22일 발표한 반기 보고서는 2025/26년 세계 설탕 생산이 1억8,931만8,000t(전년 대비 4.7%↑)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해 소비 전망치는 1.4% 증가한 1억7,792만1,000t, 기말 재고는 7.5% 늘어난 4,118만8,000t으로 예상돼, 중장기적으로 공급 과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참고 USDA 산하 외국농업서비스(FAS)는 2025/26년 브라질 생산을 2.3% 늘어난 4,470만t, 인도는 25% 늘어난 3,530만t, 태국은 2% 증가한 1,030만t으로 각각 전망했다.
용어해설: 원당 11호·백설탕 5호
뉴욕 ICE 원당 11호(ICE Sugar No.11) 선물은 국제 설탕시장의 대표 벤치마크로, 정제 전 원심당(Raw Sugar)을 112,000파운드(약 50.8t) 단위로 거래한다. 런던 ICE 백설탕 5호(ICE White Sugar No.5)는 원당을 정제해 부가가치가 높은 흰 설탕을 톤당 가격으로 거래한다. 11호 가격이 오르면 5호도 연동되는 경향이 있지만, 정제 마진과 물류 요인에 따라 스프레드가 변동한다.
전망 및 시사점
단기적으로는 달러 약세·아시아 수요 호조·브라질 일부 생산 차질이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인도·태국의 생산 회복, 장기적 공급 과잉 가능성은 상단을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달러 흐름 ▲남미·남아시아 기상 ▲각국 수출 정책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 식품·음료 업계 역시 설탕 가격 변동에 민감한 만큼, 미국·브라질 현물 가격과 선물 곡선을 면밀히 점검해 원가 리스크를 헤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