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동시에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투자자 심리가 빠르게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년 9월 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 주는 달러 지수(DXY)는 전장 대비 -0.32% 하락해 1.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발표된 부진한 미국 고용지표와 올해 말까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가 달러를 짓누르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9월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50bp(0.50%p) 전격 인하 가능성을 15%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제로(0%)’에 가까웠던 확률이 급등한 것이다. 또한 9월 회의에서 25bp 인하가 단행될 경우, 10월 28~29일 회의에서 추가 25bp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은 81%까지 치솟았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가 총 75bp 내려가 현행 4.38%에서 3.62% 수준이 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왜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가? – 용어 설명
달러 지수(DXY)는 유로화·엔화·파운드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지표다. 지수가 하락하면 달러 가치가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최근 달러 판매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는 ▲미국 고용시장 둔화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 ▲백악관 인사들의 연준 개입 논란 등이 꼽힌다.
유로화 강세
같은 날 EUR/USD 환율은 +0.40% 상승하며 1.5개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을 종료했다고 보는 반면, 연준은 올해에만 세 차례 인하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어 상대적으로 유로가 강세를 나타냈다.
유럽 경제지표는 혼재됐다. 독일의 7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3% 증가해 예상치 +1.0%를 상회, 4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반면 유로존 9월 Sentix 투자자신뢰지수는 -9.2로 5개월 최저치를 찍으며 시장 예상치(-2.0)보다 크게 부진했다.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프랑스 정치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유럽 통화시장에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8일(현지시간) 의회 불신임안 통과로 사임했다. 정치 공백은 유로화에 단기 하방 압력을 주지만, 달러 약세가 더 크게 작용해 전반적으론 유로 강세가 유지됐다.
엔화·일본 금융시장 동향
USD/JPY 환율은 소폭(+0.03%) 상승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지방선거 2연패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확장적 재정정책 기대가 부상했지만, 2분기 GDP 상향 조정(+2.2% 연율)과 8월 경기워치 전망지수(47.5)가 7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엔화 낙폭을 제한했다. 미 국채(T-노트) 금리 하락 역시 안전자산 수요를 높여 엔화를 지지했다.
ECB 9월 11일 회의에서 금리 인하 확률은 현재 1%로 미미하다.
금·은 가격 급등…사상 최고치
12월물 금 선물(GCZ2)은 온스당 3,641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같은 만기 은 선물도 +0.84% 상승했다. 달러 약세와 연준 완화 기대, 중국 인민은행(PBOC)의 10개월 연속 금 매입이 결합돼 귀금속 가격을 끌어올렸다. PBOC는 8월 한 달에만 6만 트로이온스를 추가 매입해 총 보유량을 7,402만 트로이온스로 늘렸다.
여기에 미·중 관세 갈등, 유럽·일본 정치 리스크가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했다. 금 ETF 보유량은 지난주 2년래 최고치, 은 ETF는 3년래 최고치로 확대됐다.
시장·전문가 시각 및 전망
필자는 달러 약세가 구조적 흐름으로 이어질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미국 물가 둔화 속도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국채 공급 부담 △11월 미 대선 결과에 따른 통화정책 방향 등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연준의 독립성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해외 자금의 달러 자산 회피가 가속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귀금속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3,700달러선 돌파 여부, 중기적으로는 중국·인도 실물 수요 회복이 관건으로 지적된다. 다만 높은 레벨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위험관리 역시 필수다.
자료: Barchart·Sentix·독일 통계청·일본 내각부·PBOC
본 기사에 언급된 종목이나 자산에 대해 필자는 직접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모든 정보는 투자 권유가 아닌 참고용 자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