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속 ICE 코코아 선물 가격 하락

뉴욕 ICE와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코코아 가격이 달러 강세에 직격탄을 맞으며 하락세로 마감했다.

2025년 9월 1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 ICE 12월물 코코아(티커: CCZ25)는 전장 대비 108달러(-1.43%) 내린 톤(t)당 7,451달러에, 런던 ICE 12월물 코코아(티커: CAZ25)는 90파운드(-1.73%) 하락한 톤당 5,129파운드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거래 참가자들은 달러 지수(DXY) 상승세가 위험자산 전반의 투심을 약화시키자 롱 포지션 청산(long liquidation)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상품 가격은 달러화와 역의 관계를 보이는데, 이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로 표시되는 코코아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져 수요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달러 인덱스는 이날 0.5%가량 상승하며 6주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목

서아프리카 기상 악화로 1주일 만에 상승했던 가격, 달러에 무너지다

전일까지만 해도 코코아 가격은 서아프리카 악천후 우려를 배경으로 1주일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Ivory Coast)에서는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농부들이 농장 진입조차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농장→항구로 이어지는 물류 흐름이 느려졌고, 공급 제약이 가격을 끌어올렸다. 반면 가나와 나이지리아 일부 지역은 건조 현상이 나타나며 코코아 꼬투리(pod)가 마르는 피해가 보고됐다.

공급 차질 신호는 재고에서도 확인된다.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보관 코코아 재고는 9월 12일 기준 2,092,823포대(bags)로 4.2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트디부아르 수출 속도 둔화…그러나 연간 누적은 전년 대비 5.8%↑

코트디부아르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9월 7일(마케팅 연도 기준)까지 농민들이 항구로 출하한 코코아는 총 181만t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35%대 증가율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확연히 둔화됐다는 점이 시장을 주목시킨다.

시장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물류 정체와 재고 감소가 가격을 지지하겠지만, 연간 누적으로는 여전히 공급이 늘고 있어 중장기 방향성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목

수요 위축 신호 확대…초콜릿 업체들 실적 경고

최근 4주간 코코아 가격은 고점 대비 조정을 받았다. 주요 초콜릿 업체들이 원가 부담과 소비 둔화를 이유로 잇달아 가이던스를 하향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스위스 명품 초콜릿 브랜드 린트 & 슈프륭리(Lindt & Sprüngli)는 7월,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올해 영업마진 전망을 낮췄다.

세계 최대 B2B 초콜릿 제조사 배리 칼리보(Barry Callebaut) 역시 3개월 새 두 차례나 판매량 가이던스를 내렸으며, 3~5월 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9.5% 줄어 10년 만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조사기관들은 고공행진한 코코아 가격과 일부 지역 관세 인상으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유럽코코아협회(ECA)는 7월 17일 2분기 유럽 그라인딩(원두를 갈아 반고체 상태로 만드는 가공 과정)이 331,762t으로 전년 대비 7.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예상치(-5%)보다 낙폭이 컸다. 아시아코코아협회(CCA)도 같은 기간 아시아 그라인딩이 176,644t으로 16.3% 감소해 8년 만에 분기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북미 지역 그라인딩은 101,865t으로 2.8% 줄어든 수준이었다.


공급 호재와 악재 뒤섞여…나이지리아·가나·코트디부아르 동향 주목

나이지리아, 세계 5위 코코아 생산국, 역시 공급 변수다.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년 생산량이 305,000t으로 11% 감소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2024/25년 예상 생산량 344,000t 대비 줄어든 수치다.

반면 가나 코코아위원회는 7월 1일 2025/26년 생산량이 650,000t으로 8.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가 요인은 정부 주도의 재배 지원 프로그램과 병충해 관리 강화로 분석된다.

코트디부아르 중간 수확(mid-crop) 품질 저하도 변수다. 국제농업은행 라보뱅크(Rabobank)에 따르면, 중간 수확의 평균 추정치는 400,000t으로 전년 440,000t보다 9% 줄어들 전망이다. 주요 원인은 늦은 우기 도래로 생육 기간이 짧아졌기 때문이다.


국제코코아기구(ICCO) 통계로 본 글로벌 밸런스

ICCO는 5월 30일 2023/24연도 전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을 494,000t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60년 만의 최대 규모 부족이다. 같은 기간 생산량은 13.1% 감소한 4.38백만t으로 집계됐다. 재고 대비 가공 비율(stocks-to-grindings ratio)은 46년 만의 최저 수준인 27.0%로 떨어졌다.

다만 ICCO는 오는 2024/25연도에는 142,000t 규모 흑자를 처음으로 예상했다. 생산량이 7.8% 늘어 4.84백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는 기상 여건·병충해·물류 변동성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전문가 해설: DXY, ICE, 그라인딩이란?

DXY(달러 인덱스)란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것으로, 국제 상품 가격과 역상관 관계를 보이는 대표적 지표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원자재·통화·주가지수 선물을 거래하는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소로, 코코아·커피·설탕 등 농산물 가격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그라인딩(grinding)은 코코아 원두를 갈아 ‘코코아 매스(반고체 형태)’를 만드는 가공 과정을 일컫는데, 이는 초콜릿 생산량을 가늠하는 핵심 수요 지표다.


향후 전망 및 투자자 유의사항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와 수요 위축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4분기 서아프리카 우기 및 병충해 추이를 감안하면, 공급 불안이 재부각될 여지도 있다.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선물을 이용한 헤지 전략이나, 원가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특히 초콜릿·제과업체의 실적 가이던스 변화는 투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아울러 공급 전망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는 1) 기후 변화에 따른 작황 변동성, 2) 주요 산지의 농업 인프라 투자, 3) 국가별 정책지원 및 수출 규제 등이 꼽힌다. 향후 국제 가격이 재차 급등할 경우, 유럽·아시아 초콜릿 제조업체들이 가격 전가에 어려움을 겪으며 또다시 수요 둔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