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에 커피 선물 ‘롱 청산’ 압력 확대

[시세 동향] 17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9월물 아라비카 커피(KCU25)는 전장 대비 -3.55센트(-1.15%) 하락했으며, 런던 ICE 9월물 로부스타 커피(RMU25)는 -136달러(-3.97%) 밀리며 장중 급락세를 보였다.

2025년 7월 17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커피 선물 가격의 급락은 미 달러지수(DXY)가 3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데 따른 롱 포지션 청산(long liquidation) 압력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롱 포지션 청산이란 투자자들이 매수 중심의 보유 계약을 정리해 현금을 확보하는 행위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달러 표시 상품인 원자재의 상대 가격 매력이 감소해 해당 포지션이 급격히 청산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커피뿐 아니라 원유 등 대부분 원자재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건조한 브라질 날씨, 단기 호재에도 불구하고 힘 못 써

아라비카 커피는 장 초반, 전일(16일) 브라질 주요 산지의 이상 고온·무강수 소식에 힘입어 3주 최고가를 시도했다.

브라질 기상기관 소마 메테오롤로지아(Somar Meteorologia)는 7월 12일 종료 주간 동안 최대 산지 미나스제라이스(Minas Gerais)에 강수량이 전혀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달러가 강하게 반등하자 매수세는 빠르게 뒤집혔고, 가격은 오히려 전일 대비 하락 전환했다.

브라질 수확 진척도는 공급 확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대 커피 협동조합인 쿠슈페(Cooxupé)는 7월 11일 기준 조합원 수확이 49.3% 진행됐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사프라스앤메르카두(Safras & Mercado)는 7월 9일 브라질 전체 2025/26 수확이 69% 완료됐다고 전하며, 로부스타는 88%, 아라비카는 58%가 각각 끝났다고 세부 수치를 제시했다.


재고 증가세도 가격 압박

ICE가 모니터링하는 로부스타 재고는 16일자 기준 5,611 랏으로 10개월래 최고치다. 아라비카 재고는 5월 27일 892,468포대(60kg 기준)로 5개월 최고치를 기록한 뒤 16일 현재 821,463포대로 다소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뉴욕·런던 거래소를 운영하며, 선물 인도 규격에 부합하는 인증 창고 재고를 매일 공시한다. 재고가 늘면 실물 공급이 원활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가격 하락 요인이 된다.


미·브라질 통상 갈등, 잠재적 수급 변수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6일 미국의 브라질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8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아라비카 생산국 브라질 물량의 미국향 수출 차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불확실성이 부각될 소지가 있다.


글로벌 생산 전망: 공급 과잉 경고음

미국 농무부(USDA) 산하 해외농업국(FAS)은 6월 25일 보고서에서 2025/26 전 세계 커피 생산을 1억 7,868만 8,000포대(+2.5% y/y)로 전망했다. 세부적으로 아라비카는 -1.7% 감소한 9,702만 2,000포대, 로부스타는 +7.9% 증가한 8,165만 8,000포대로 예측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기말 재고는 +4.9% 증가한 2,281만 9,000포대로 추산된다.

시장조사업체 볼카페(Volcafe)는 2025/26 마케팅 연도 아라비카 수급이 -850만 포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4/25 부족 규모 -550만 포대보다 확대된 수치로, 5년 연속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베트남 변수: 생산 부진 이후 반등 조짐

2023/24 작황이 극심한 가뭄으로 -20% 급감했던 베트남 커피는 2024/25 시즌 1,352만 t(톤) 수출로 -17.1% y/y 감소했다. 베트남커피코코아협회(Vicofa)는 3월 12일 2024/25 생산 전망을 2,650만 포대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베트남 통계청은 7월 7일 올해 1~6월 수출이 943,000t(+4.1% y/y)으로 회복세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아라비카·로부스타 무엇이 다른가?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는 대표적인 커피 품종이다. 전자는 해발 800m 이상 고지대에서 재배되며, 산미(酸味)가 풍부하고 향이 섬세해 프리미엄 원두로 분류된다. 후자는 고온·저지대에서 자라 카페인이 많고 쓴맛이 강하며, 인스턴트·블렌딩 원두로 많이 쓰인다. 세계 최대 아라비카 생산국은 브라질, 최대 로부스타 생산국은 베트남이다.


시장 용어 해설

롱 리퀴데이션은 투자자가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매입해 두었던 계약(롱 포지션)을 정리하는 행위를 뜻한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달러로 표시된 원자재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 보여 포지션을 접는 사례가 늘어나며, 이는 수급 악화와 별개로 가격을 압박한다.


기자 해설 및 전망

이번 하락은 명백히 거시 금융 요인이 단기적으로 압도한 전형적 사례다. 실제 물리적 재고와 수확 진척도는 분명 공급 확대를 가리키지만, 달러 강세가 이를 가속화해 선물시장의 기술적 매도가 동시에 발생했다. 다만 브라질·미국 간 통상 긴장, 베트남 생산 불확실성, 지속되는 품종별 공급 격차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 변동성은 오히려 커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고품질 아라비카는 구조적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어, 연말 이후 기상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다시 강한 반등세를 보일 여지도 남아 있다.

따라서 업계와 투자자는 달러 흐름뿐 아니라 라니냐·엘니뇨 등 기후 사이클, 미·브라질 무역 정책, 베트남 정부의 재식재 지원 정책 등을 복합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가격이 단기 급락한 현 시점은 일부 로버스트 원두 수입 업체에는 헤지 관점에서 매력적인 기회가 될 수 있으나, 아라비카 중심 로스터리 업체는 재고 관리에 보다 보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