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달러화 강세와 무역협상 기대 약화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하며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0.48달러(-0.73%) 떨어졌고, 같은 달물 RBOB 가솔린 가격도 -0.0029달러(-0.14%) 낮아졌다.
2025년 7월 2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유 등 달러 결제 상품의 투자 심리가 위축됐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새 무역협정 타결 가능성은 50 대 50″
이라고 언급한 뒤 시장의 낙관론도 한풀 꺾였다.
같은 날 발표된 글로벌 경제 지표 역시 수요 둔화를 시사했다. 미국 6월 국방 제외 자본재 신규 주문은 전월 대비 -0.7% 감소해 시장 예상치(+0.1%)를 밑돌았고, 영국 6월 자동차 연료 제외 소매판매는 +0.6%% 증가에 그쳐 전망치(+1.2%)를 하회했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가 중단됐던 Iraq–Turkey 파이프라인을 통해 하루 23만 배럴을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승인받았다는 소식도 공급 확대 전망을 키웠다. 이라크는 OPEC 2위 산유국으로, 해당 물량이 재개될 경우 글로벌 잉여 공급 우려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반면 유가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추가 제재에서도 일부 지지력을 얻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20개 추가 러시아 은행을 국제결제망(SWIFT)에서 배제하고, 러시아산 원유를 재정제·재수출한 제품에까지 규제를 확대했다. 또한 러시아 그림자 선단 소속 선박 105척이 추가로 제재 리스트에 오르며 총 400척 이상이 제재 대상이 됐다.
OPEC+ 증산 전략도 시장의 핵심 변수다. 지난 7월 5일 회의에서 OPEC+는 8월 1일부터 일 54만8,000배럴 추가 증산하기로 결정해 기존 시장 전망(41만1,000배럴)을 웃돌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향후에도 비슷한 규모의 증산이 가능하다
며 카자흐스탄·이라크 등 과잉 생산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포석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은 7월 10일, OPEC+가 9월 증산 이후인 10월부터는 추가 증산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재고가 일평균 100만 배럴씩 늘고 있다며, 2025년 4분기에는 전 세계 수요의 1.5%에 해당하는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상 저장 물량은 감소세다. 선박 추적업체 Vortexa에 따르면 7일 이상 정박한 탱커에 보관된 전 세계 원유 재고는 주간 기준 14% 감소한 6,631만 배럴을 기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7월 18일 주간 보고서는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8.6%, ▲가솔린 재고는 +0.2%, ▲중질유 재고는 -18.5%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 주간 산유량은 전주 대비 -0.8% 감소한 1,327만3,000배럴로, 지난해 1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000배럴)보다는 소폭 낮았다.
베이커휴스는 7월 18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가 422기로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라고 전했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만에 200기 넘게 감소한 셈이다.
용어 풀이 및 배경 설명투자 참고
- WTI는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질유로, 국제유가의 대표 지표다.
- RBOB 가솔린은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
의 약자로, 북미 가솔린 선물가격의 기준물이다. -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OPEC 산유국의 협의체다.
- 국제 결제망 SWIFT는 전 세계 은행 간 자금 이체를 지원하는 네트워크다.
기자 해설
수급을 둘러싼 상반된 재료가 공존하는 가운데, 달러화 강세는 원유 선물시장의 가장 즉각적인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가 달러 매수를 촉발하면, 달러 표시 원자재인 원유의 상대가격 부담이 커진다. 반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 강화와 해상 재고 감소는 공급 측 리스크를 자극한다. 단기적으로는 달러 흐름과 OPEC+의 10월 결정이 가격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원문 작성자인 리치 애스플런드는 기사 작성 시점 기준 해당 종목에 대한 직·간접적 포지션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