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물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 가격은 19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 거래일 대비 0.89달러(−1.40%) 내린 배럴당 62.91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달물 RBOB 휘발유 선물도 0.0407달러(−2.02%) 떨어졌다.
이번 가격 조정은 달러화 강세에 더해 글로벌 원유 공급 증가 전망이 겹치면서 나타났다. 미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DXY 지수가 상승하자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의 상대 가격 부담이 커졌고,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의 수출 재개 가능성까지 부각되면서 매도세가 유입됐다.
2025년 9월 2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로이터 통신은 “이라크가 쿠르디스탄 지역에서 터키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을 통한 원유 수출 재개 계획을 잠정 승인했다”고 전했다. 이 합의가 최종 성사될 경우, 하루 최소 23만 배럴(bpd)의 신규 물량이 국제 시장에 공급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26년 세계 원유 초과 공급 전망치를 하루 333만 배럴로 8월 예상치보다 36만 배럴 상향 조정했다. 이는 OPEC+의 증산 계획을 감안한 결과로, 공급 과잉 우려가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과 석유 인프라를 향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공급 차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드론이 사라바트·볼고그라드 정유소를 타격해 하루 30만 배럴 규모의 정제 능력이 중단됐다. 앞서 러시아 최대 송유관 운영사 트랜스네프트는 저장 능력을 제한했고, 연간 2,000만 톤 이상을 처리하는 키리시 정유소도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멈춘 상태다. 9월 상반월 러시아의 석유제품 수출은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인 하루 194만 배럴로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면 러시아 에너지 수출에 대한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푸틴 대통령에 대한 인내심이 빠르게 바닥나고 있다”며 G7 동맹국에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인도에 최대 100%의 관세 부과를 제안했다.
해상 원유 재고 감소도 가격 지지 요인이다. 시장조사업체 보텍사(Vortexa)는 9월 12일 종료 주간 7일 이상 정박 중인 유조선의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7.2% 줄어 6,796만 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OPEC+의 단계적 증산 계획
지난 7일 OPEC+는 10월부터 일일 13만 7,000배럴을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8·9월에 적용된 하루 54만 7,000배럴 증산 규모보다 작다. OPEC+는 2026년 9월까지 2년간 단계적으로 220만 배럴의 생산량을 복원할 예정이며, 향후 추가 증산 여부는 “시장 여건”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8월 OPEC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40만 배럴 늘어난 2,855만 배럴로, 2년 만의 최고치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18일 발표한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9월 12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4.7% 낮았다. 휘발유·디스틸레이트 재고도 각각 1.6%, 7.4% 아래였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전주보다 0.1% 감소한 하루 1,348만 2,000배럴을 기록, 2024년 12월 첫째 주 세운 사상 최고치(1,363만 1,000배럴)에는 미치지 못했다.
석유 시추 활동은 소폭 늘었다. 베이커휴스는 19일 종료 주간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가 2개 증가해 418기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기록한 5년 반 만의 최고치(627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8월 1일 기록한 4년 최저치(410기) 직후 반등을 모색하는 양상이다.
용어 설명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가벼운 경질유로, 세계 원유 가격의 대표적 벤치마크다. DXY(달러 인덱스)는 유로·엔·파운드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것으로, 원유처럼 달러로 거래되는 상품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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