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코코아 선물시장이 6일(현지시간) 장 마감 기준 통화 변동성에 따른 수급 변수로 혼조세를 보였다. 9월물 뉴욕(ICE NY) 코코아 선물(CCU25)은 전일 대비 +107달러(+1.28%) 상승한 반면, 같은 만기의 런던(ICE London) 코코아 선물(CAU25)은 -20파운드(-0.36%) 하락했다.
2025년 8월 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뉴욕 코코아 상승 배경에는 달러인덱스(DXY)가 1주일 만에 최저치로 밀린 영향이 있었다. 달러 약세는 달러화로 결제되는 원자재 가격에 일반적으로 상승 압력을 가한다. 반면, 런던 코코아는 파운드/달러 환율이 1주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매도 우위가 뚜렷했다. 파운드 강세는 파운드로 가격이 책정되는 런던 시장 코코아 계약에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아프리카 공급 변수: 수출·기상·품질 삼중고
코트디부아르 수출 둔화도 가격 지지 요인이다. 현지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8월 3일까지 코트디부아르 농가가 선적한 코코아는 176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했지만, 작년 12월 집계됐던 35% 증가폭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됐다.
유럽중기기상예보센터(ECMWF)는 올 시즌 코트디부아르·가나 지역 강수량이 30년 평균을 하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온 현상까지 겹치면서 10월 시작되는 메인 크롭의 꼬코아 꼬치(pod) 발육에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수확 중인 코트디부아르 미드 크롭(mid-crop) 품질 악화도 우려된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수송 트럭 한 대 분량 가운데 5~6%가 불량이라고 호소한다. 주수기(main crop) 불량률 1%와 비교하면 큰 폭의 악화다. 라보뱅크는 늦장마로 인한 생육 부진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미드 크롭은 통상 4월에 시작되는 소규모 수확으로, 올해 예상치는 40만t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한 수준이다.
나이지리아 생산량도 줄어든다. 나이지리아코코아협회는 2025/26년 생산량이 30만5,000t으로, 2024/25년 예상치 34만4,000t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이지리아는 세계 5위 생산국이다.
수요 부진 압력: 초콜릿 업체 실적 경고와 그라인딩 감소
한편 초콜릿 수요 부진은 가격 하방 요인으로 지목된다. 스위스 명품 초콜릿 업체 린트&슈프룽글리(Lindt & Sprüngli AG)는 1분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올해 영업이익률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OEM 가공사 배리 칼레보(Barry Callebaut AG)도 지난 3개월 사이 두 차례나 판매량 전망을 낮추며 고가의 원료 부담을 토로했다. 회사는 3~5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9.5% 줄어 10년 만에 최악의 분기라고 밝혔다.
가격 급락세는 그라인딩(grindings) 지표에도 반영됐다. 유럽코코아협회(ECA)는 7월 17일 2분기 유럽 그라인딩이 전년 대비 7.2% 감소한 33만1,762t이라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였던 5% 감소보다 부진했다. 아시아코코아협회는 2분기 아시아 그라인딩이 17만6,644t으로 16.3% 감소해 8년 만에 최저라고 밝혔다. 북미 역시 2.8% 감소한 10만1,865t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초콜릿 소비가 둔화함에 따라 원료인 코코아 선물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재고·공급 전망: ICCO·ICE 데이터 점검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재고는 7월 22일 기준 236만8,141포대로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고 증가는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가나코코아위원회(Ghana Cocoa Board)는 2025/26년 생산량이 65만t으로 2024/25년 60만t 대비 8.3% 증가할 것이라고 7월 1일 전망했다. 가나는 세계 2위 생산국이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 시즌 글로벌 공급 부족 규모를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해 60년 만에 최대 결손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즌 생산량은 13.1% 감소한 438만t으로 추정됐다. 재고 대비 그라인딩 비율은 27%로 4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ICCO는 2024/25년에는 14만2,000t의 공급 과잉이 발생하며 4년 만에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2월 28일 전망한 바 있다.
용어·지표 해설
달러인덱스(DXY)는 미국 달러를 주요 6개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크로나, 스위스프랑)와 비교한 가중 평균값이다. 원자재는 대개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는다.
그라인딩(grindings)은 코코아빈을 갈아 코코아버터·코코아파우더를 만드는 공정량을 뜻한다. 이는 실물 수요를 가늠하는 대표적 선행지표다.
재고 대비 그라인딩 비율(stocks-to-grindings ratio)은 전 세계 재고를 연간 가공량으로 나눈 값으로, 30% 이하이면 공급 타이트(tight) 구간으로 해석된다.
전문가 시각 및 시장 전망
시장 참가자들은 서아프리카 기상·품질 리스크와 글로벌 수요 둔화가 엇갈린 모멘텀을 형성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뉴욕 시장은 달러 약세 구간에서 단기 저점 매수세가 유입될 여지가 있는 반면, 런던 시장은 파운드 강세 지속 시 상대적 약세가 불가피하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①9~10월 서아프리카 우기 강수량 회복 여부, ②주요 초콜릿 제조사의 연말·연초 판매 가이던스, ③ICCO의 2024/25 시즌 파이널 공급 전망 수정치다. 본지 취재 결과, 일부 다국적 가공사는 지난해 대비 15~20% 수준으로 헤지 물량을 축소하며 가격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옵션 변동성(IV)이 지난달 대비 5~7bp 하락했으나, 건기 위험 프리미엄이 여전히 높아 스트래들 전략을 활용한 변동성 매매가 활발하다. 단기적으로는 7월 저점(런던 기준 톤당 2,200파운드선)과 6월 고점(2,700파운드선) 사이 박스권 형성이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공급 리스크와 수요 부진이 팽팽히 맞서는 국면에서 투자자는 환율 움직임과 서아프리카 기상 데이터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