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 미 해군, 중국 견제용 자율 무인함대 구축 난항

뉴욕발 특별취재 – 지난달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진행된 미 해군 무인 수상정(UxV) 시험 중, 펜타곤이 ‘최첨단 자율 드론 보트’라고 소개한 시연에서 한 척이 예기치 않게 멈춰섰다.

2025년 8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보트의 소프트웨어 결함을 긴급 점검하던 순간, 또 다른 드론 보트가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정지한 선박의 우현을 들이받은 뒤 갑판을 넘어 물로 추락했다. 로이터통신이 단독 입수한 영상에 사고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고에 얽힌 두 선박은 미 방산 스타트업 SaronicBlackSea Technologies가 각각 제작한 모델로 확인됐다. 이번 사례는 펜타곤의 자율 무인함대 프로그램이 직면한 최근 난관 가운데 하나로, 프로그램에 정통한 12명의 소식통이 잇따른 ‘좌충우돌’ 상황을 전했다.

몇 주 전 별도 시험에서도 비슷한 불상사가 발생했다. 지원정을 예인(曳引)하던 BlackSea의 또 다른 자율 보트가 돌연 가속하면서 지원정이 전복돼 선장이 물에 빠졌다는 증언이 4명에게서 나왔다. 선장은 구조됐으며 의료 처치는 거부했다. 이 사건은 먼저 디펜스 스쿱이 보도했다.

“소프트웨어 오류와 인간의 실수가 복합적으로 얽혔으며, 선박 내부 시스템과 외부 자율 소프트웨어 간 통신이 끊긴 것이 핵심 원인이다.” — 사고 경위를 잘 아는 관계자

미 해군, Saronic, BlackSea 측은 모두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우크라이나 전장과 ‘바다 드론’ 열풍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인 수상정이 러시아 흑해함대를 마비시키는 등 ‘비대칭 전력’으로 주목받자, 미 국방부 수뇌부도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진격을 저지할 해상·공중 드론 스워밍(군집) 전략 구축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대만 역시 자체 해상 드론 확보에 나섰다.

우크라이나가 운용 중인 드론은 좌석이 없는 ‘고속정’ 형태로 무장·폭약·정찰 장비를 탑재하며, 가격은 대당 약 25만 달러로 ‘자폭 임무’에 최적화돼 있다. 반면 미 해군은 인간 지휘 없이 완전 자율 군집 운용을 목표로 하고 있어, 선박 한 척당 몇백만 달러로 단가가 훨씬 높다.

허드슨연구소의 자율전 전문가 브라이언 클라크는 “이번 실패 사례는 해군이 기술적 한계를 파악하고 전술을 수정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기술 진척 지연 넘어 조직 혼선까지

미 국방부 산하 국방혁신단(DIU)은 시험용 기술을 확보했으나, 사고 이후 자율 조종 소프트웨어를 공급한 L3해리스와 맺은 2천만 달러 규모 계약무기한 중단했다는 소식이 두 명의 관계자에게서 확인됐다.

펜타곤은 사고 원인·계약 중단 여부에 대한 로이터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운영자와 산업계가 경쟁·반복적으로 발전시키는 접근 방식”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L3해리스는 “우리 자율 지휘·통제 제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신한다”는 토비 맥시그 부사장의 성명을 전달했다.

국방부는 2023년, 10억 달러 규모 ‘레플리케이터(Replicator) 프로그램’을 출범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DIU와 해군은 수천 대의 해상·공중 드론과 통제 소프트웨어를 조달할 계획이며, 첫 번째 선정 시스템은 이달 공개될 예정이다.

해군은 BlackSea에 최소 1억 6,000만 달러를 투입해 한 달에 수십 척의 ‘글로벌 자율 정찰정(GARC)’을 생산 중이다. 반면 Saronic은 ‘코르세어(Corsair)’ 드론 보트를 개발했으나 대규모 계약은 따내지 못했다. 프로토타입 계약으로는 2,000만 달러 이상을 수주했다. 벤처 투자사 안드리센 호로위츠와 8VC가 참여한 최근 평가에서 기업가치를 40억 달러로 인정받았다.

“이 시스템은 함대의 작전 반경을 넓히고 상황 인식을 강화해 전투 효율성을 높일 핵심 전력이다.” — 짐 킬비 해군 참모총장 대행, 6월 BlackSea 공장 방문 연설


해군 조달 조직 ‘PEO USC’의 파열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재임 2기)이 복귀 후 ‘대규모 드론 군집 배치’를 국방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지난달 ‘빅 뷰티풀 법안(Big Beautiful Bill)’에는 해상 자율 시스템 예산으로 49억 달러가 포함됐다.

그러나 새 행정부 아래에서도 해군의 접근 방식에 대한 회의론은 가시지 않았다. 4월 무인·소형 전투함 조달실(PEO USC)은 BlackSea 보트용 소프트웨어 시연이 ‘#해양 자율성 진전에 중대한 도약’이라고 링크드인에 홍보했으나, 스티븐 파인버그 국방부 부장관 비서실장이던 콜린 캐럴은 “유사 사업 중복”을 지적하며 “프로그램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 댓글을 달았다.

이후 연이은 좌초(挫挫)에 따라, PEO USC는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고 폐지·재편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두 달 전 해군은 내부 감사 결과를 근거로 케빈 스미스 소장을 ‘지휘 신뢰 상실’ 사유로 해임했다.

지난달 회의에서 파인버그 부장관은 해군 고위층에게 자율 선박 역량과 비용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펜타곤 모두 회의 내용과 PEO USC 재검토에 대해 직접 언급을 피했다.


업계 ‘무인 해상 생태계’ 주도권 경쟁

조선소와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무인 잠수함, 화물 수송선 등 더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노리고 있다. PEO USC는 지난주 ‘모듈러 어택 서피스 크래프트(MASC)’ 입찰을 개시했으며, 중·대형 무인선을 통해 컨테이너·감시장비 탑재 및 타격 임무까지 수행하도록 설계할 방침이다.

애틀랜틱 카운슬 연구원 T. X. 햄스는 “전통적으로 ‘대형 함정’ 중심이던 조직이 순식간에 기민한 시스템을 도입하려 하니, 실험과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용어 해설 및 전문가 시각

※ DIU: Defense Innovation Unit, 민간 신기술을 군사 분야에 빠르게 도입하기 위해 2015년 신설된 국방부 산하 조직이다.

※ Replicator 프로그램: 드론·AI·자율주행 등 상용 기술을 ‘대량·저비용·빠른 배치’ 원칙으로 군에 전환하려는 10억 달러 규모 이니셔티브다.

※ PEO USC: Program Executive Office Unmanned and Small Combatants, 해군 무인 수상정·소형 전투함 개발·조달을 전담하는 부서다.

기자가 취재한 다수 전문가들은 “드론 군집 자체는 미래 전장 필수 자산”이라면서도, 해군 내부 조율 부재와 조달 체계 복잡성을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조달·운용 방식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고가의 실험이 ‘예산 블랙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