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TSLA)가 3분기 실적에서 예상 이상의 인도 물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단기 모멘텀이 장기 수요 약화를 가리고 있다는 바클레이스(Barclays)의 경고가 나왔다.
2025년 9월 15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 댄 레비(Dan Levy)는 자사 리서치 노트에서 “테슬라는 3분기 약 46만5,000대를 인도해 시장 컨센서스(43만 대)를 큰 폭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정부의 7,500달러(약 1,000만 원) 연방 EV 세액공제 일몰을 앞두고 몰린 선(先)구매 효과(Pre-Buy Effect)가 3분기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세액공제 제도 설명
EV 세액공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 구매 시 연방세에서 최대 7,500달러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다만 사전 발표된 ‘단계적 축소(Phase-Out)’ 일정에 따라 2025년 말부터 혜택이 점차 줄어들고, 최종적으로는 소멸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수요 당기기(Demand Pull-In)’ 요인으로 평가한다.
단기 호재가 장기 리스크를 가리다
레비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현재 테슬라에 대한 긍정적 데이터 흐름의 정점에 서 있다”며 “3분기 실적 서프라이즈, 로보택시 로드맵, 11월 6일 연례주주총회 의제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수요 약화를 일시적으로 가리고 있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4분기부터 미국 내 판매가 ‘급감’할 가능성을 지목했다. 세액공제가 사라진 뒤 소비자 가격 저항이 커지면서, 9%가량 증가했던 미국 판매량이 곧바로 역(逆)성장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클레이스는 2025년 테슬라 인도량을 약 160만 대로 유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 감소한 수치다. 레비는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는 당연히 긍정적이지만, 투자자들은 4분기 이후 더 약한 볼륨 가이던스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별 실적 온도차
중국에서는 인도량이 전 분기 대비 회복세를 보였으나, 전년 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감소했다. 유럽은 보이콧 움직임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행보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반면 한국·터키 등 기타 지역(ROW)은 3분기 역대 최고 인도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부분 변경 모델 Y의 수출 물량이 분기 후반 집중적으로 도착한 효과로 풀이된다.
미국 시장만 보면, 3분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9% 증가했으나 테슬라의 시장점유율은 8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기차 경쟁 심화와 다양한 가격대 모델 출시가 요인으로 지목된다.
마진·재고·신차 전략
바클레이스는 3분기 생산량을 약 44만5,000대로 전망했다. 높은 생산·인도로 재고는 약 2만 대 줄어들 것으로 봤다. 레비는 “높은 볼륨, 우호적 제품 믹스, 인센티브 축소가 맞물려 분기별 마진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관세·원자재 상승 압박은 여전히 부담이다.
테슬라가 준비 중인 저가형 모델(일명 ‘차세대 플랫폼’)에 대해서는 “출시가 지연되고, 현행 모델 Y와의 유사성이 커 단기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자 해석 · 시사점
“단기 실적 호조에 안도하기에는 이르다. 세액공제 종료는 수요의 ‘진짜 체력’을 시험할 것이며, 테슬라의 경쟁 지형도는 여전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바클레이스 보고서를 통해 두 가지 시사점을 짚는다. 첫째, 정책 의존적 수요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시장점유율 하락이 의미하듯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가격 전략 조정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테슬라는 최근 ‘무이자 할부’나 ‘보조금 연계 리스’ 등 다양한 판촉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마진 개선과 충돌할 수 있는 복잡한 과제다.
투자자라면 단기 주가 반등에 편승하기보다, 4분기 볼륨 가이던스·세액공제 종료 후 주문 흐름·신규 모델 출시 일정 등 펀더멘털 변수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결론
바클레이스의 평가대로, 테슬라는 3분기 화려한 실적을 통해 ‘강한 기업’ 이미지를 재확인할 수 있겠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세제 혜택 이후에도 견조한 수요를 끌어낼 전략이 요구된다. 향후 분기별 실적 발표와 주주총회에서 테슬라의 명확한 대응 로드맵이 제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