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일본 대표(블루칩) 주가지수인 니케이225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의 ‘랠리 열차’에 합류했다.
2025년 8월 1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미 사상 최고치를 여러 차례 갈아치운 해외 주요 지수들의 뒤를 이어, 니케이가 마침내 전 고점을 돌파했다. 이 같은 급등세는 전 세계적인 위험자산 선호와 맞물려 있으며, 특히 미국·중국 간 무역협상 휴전 연장, 엔화 약세, 일본 기업 실적 호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은 일본 및 글로벌 애널리스트들이 현지 시각 12일 오전 장중에 내놓은 주요 코멘트다.
1. 아리사와 쇼이치(쇼이치 아리사와) / 이와이코스모증권 투자리서치부 총괄부장
“불과 며칠 만에 나타난 랠리 속도가 너무 빠르다. 뚜렷한 신규 호재 없이도 이렇게 가파르게 오른 점이 특히 놀랍다.”
“그동안 일본 주식은 유럽 등 타 지역 대비 뒤처져 있었는데, 유럽 증시가 미국 대신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각되자 투자자 시선이 이제는 일본으로 옮겨 왔다.”
“미국 관세의 영향이 시장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면, 더 많은 일본 기업들이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엔화 약세 역시 기업들엔 순풍이다.”
2. 맷 심프슨 / 시티인덱스(브리즈번) 수석 시장전문가
“‘트럼프 펌프(Trump Pump)’나 ‘타코 트레이드(Taco Trade)’나 결국 맥락은 같다. 미·중 무역휴전 90일 연장 소식이 아시아 증시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렸다.”
“토픽스가 먼저 최고점을 넘었지만, 니케이가 뒤따르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3. 이케다 타카마사 / GCI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오늘 이전까지 니케이가 고점을 돌파하지 못했던 이유는 반도체·자동차주의 부진 탓이다. 다만 월가를 주도했던 기술주가 한풀 꺾인 만큼, 니케이도 조만간 고점을 형성할 수 있다.”
4. 야마구치 노리히로 /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도쿄 사무소 이코노미스트
“니케이 급등은 미·중 관세협상 연장, 미국의 일본산 제품 관세 구조 조정, 약세 엔 등 복합적 호재가 겹친 결과다.”
“현재 일본은 오봉(御盆) 연휴 기간으로, 거래량이 얇아 상승·하락 변동 폭이 커지는 계절적 특성이 있다.”
5. 우에노 히로유키 / 스미토모미쓰이신탁자산운용 수석 전략가
“니케이는 4만3,000선도 넘볼 수 있다. 예상치 못한 급등에 뒤늦게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가 많다.”
“올해 초 시장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미국 경기는 양호하다. 만일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주가는 추가 상승할 공산이 크다. 일본 기업 실적 전망도 시장 예상보다 밝다.”
■ 변동성 확대 배경과 추가 설명
일본 주식시장에서 8월 오봉 연휴는 국내 투자자 활동이 제한돼 시가총액이 크지 않은 종목에서도 가격 변동폭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작은 주문 규모에도 지수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최근 나타난 니케이 급등이 거래량 부진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단기 조정 가능성을 동시에 내포한다.
또한 엔화 약세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 대기업 이익 개선에 직결된다. 달러 강세와 맞물려 환율 효과가 실적 가이던스 상향 조정을 이끌 수 있어, 증시 랠리에 추가 동력을 제공한다.
다만 반도체·자동차주가 지수 비중이 큰 일본 증시 구조상, 미국 나스닥 기술주가 조정을 받을 경우 니케이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로 지목된다. 이케다 선임 매니저가 “니케이도 곧 고점을 형성할 수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 이를 시사한다.
무역 협상·정책 변수 또한 관찰 대상이다. 미·중 무역휴전이 추가 연장되더라도 세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관세 재부과 리스크가 남는다. 이에 따라 달러/엔 환율, 일본 기업의 북미·중국 의존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등을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용어 해설 및 투자 유의점
트럼프 펌프(Trump Pump):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친시장적 정책·감세 등으로 촉발된 증시 랠리를 풍자적으로 일컫는 시장 속어다.
타코 트레이드(Taco Trade): 멕시코 관세·무역 이슈와 맞물려 투자자들이 단기 변동성에 베팅하며 붙인 별칭이다.
오봉(Obon) 연휴: 일본의 음력 7월 15일 전후에 조상을 기리는 전통 명절로, 대체로 8월 중순에 대규모 휴가가 집중된다. 국내 금융시장은 개장하지만 거래 참여자가 감소해 유동성이 얇아지곤 한다.
투자자 유의: 전문가들은 ‘추격 매수’보다는 조정 국면에서 분할 접근을 권고한다. 특히 해외 변수 의존도가 큰 일본 시장은 외환·무역정책 변화에 민감하므로, 장기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