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2조7천억 원 규모의 대규모 방위 자산 교체
뉴질랜드 정부가 노후화된 국방 장비를 교체하기 위해 총 27억 뉴질랜드달러(NZ$)—미화 약 16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투자는 미 해군이 운용하는 MH-60R “시호크” 해상작전 헬기 5대와 에어버스 A321XLR 여객기 2대를 도입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2025년 8월 2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도입안은 국방장관 주디스 콜린스(Judith Collins)와 외교장관 윈스턴 피터스(Winston Peters)가 공동 발표한 성명을 통해 공식화됐다. 두 장관은 “뉴질랜드 국방군(NZDF)의 역량을 미래 지향적으로 재편하고,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세부적으로는 헬기 사업에 20억 NZ$, 항공기 사업에 7억 NZ$가 배정된다. 헬기는 미국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NYSE:LMT) 계열사인 Sikorsky에서, 항공기는 유럽 방산·항공 대기업 에어버스(Airbus)가 공급한다. 정부는 “2026년부터 2029년 사이 순차적으로 인도받아 해군 해상초계 및 수송 임무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① MH-60R “시호크”란?
MH-60R은 대잠·대수상·수색구조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해상 헬리콥터다. 소나, 헬파이어 미사일, 레이다 등으로 무장해 전 세계 8개국 해군이 운용한다. 뉴질랜드는 현재 노후한 SH-2G “슈퍼 시스프라이트”의 유지·보수 비용이 급증함에 따라, 더 높은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과 신뢰성(reliability)을 가진 플랫폼으로 교체한다.
② A321XLR: 차세대 초장거리 단일통로기
A321XLR은 최대 항속거리 8,700km로, 웰링턴-도쿄·오클랜드-싱가포르 직항이 가능하다. 뉴질랜드 정부는 6년간 리스 후 구매(lease-to-buy) 방식을 채택해 30년 이상 사용한 보잉 757(NYSE:BA) 2대를 대체한다. 기존 757기는 잦은 고장으로 총리·외교장관 등이 상용기를 이용하는 사태를 야기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방능력 강화의 큰 그림: 4년간 90억 NZ$ 증액
이번 결정은 2024년 4월 발표된 『국방 역량 계획(Defence Capability Plan)』의 첫 실행 사례다. 정부는 향후 4년간 국방 예산을 90억 NZ$ 증액하고, 2032년까지 국방비를 GDP 대비 2%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의 증액으로 평가된다.
콜린스 장관은 “국방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국무부의 FMS(대외군사판매) 프로그램을 통해 직구매를 추진한다”면서, “2026년 초 최종 계약안이 내각에 상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FMS는 미국 정부가 동맹국에 무기를 판매·지원하는 제도이며, 계약·결제·품질보증을 미 정부가 중개해 절차를 단순화한다.
“이번 결정은 뉴질랜드가 전투 능력이 검증된, 상호운용성이 뛰어난,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함재·수송기 전력을 갖추게 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콜린스 장관은 강조했다.
윈스턴 피터스 외교장관 역시 “급격히 악화되는 국제 안보 환경에 직면한 상황에서 경제 번영을 지키려면 국방 투자 확대가 필수”라고 언급했다.
안보 환경 악화: 대외정보국 보고서 요약
같은 날 공개된 뉴질랜드 정보안보국(NZSIS)·정부통신보안국(GCSB) 합동 보고서는 “중국발 스파이·외국 간섭(threat of foreign interference) 위험이 최근 10년 사이 최고조”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사이버 공격, 소셜미디어 여론 조작, 경제적 압박 등을 구체적 위협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뉴질랜드가 전통적으로 중립적 외교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호주·미국·일본 등 인도·태평양 안보 네트워크에 좀 더 분명히 편승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번 헬기·항공기 교체도 동맹국과의 작전 호환성 확보를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전문가 시각: 경제·산업 파급 효과
본 기자가 취재한 방산·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헬기 1대당 운용·정비 계약이 포함될 경우 현지 항공정비(MRO) 산업 육성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뉴질랜드 로토루아·오하케아 기지가 정비 허브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지역 일자리 확대와 기술 이전 시너지를 낳을 전망이다.
다만, 환율 요인,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이 10년 후 총사업비를 불확실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재정 건전성(frugality)을 해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추가 예산 확보 방식이 향후 정치권 논쟁거리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용어 해설
• FMS(외국군사판매): 미국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동맹국에 무기 체계를 판매·지원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입찰 생략, 장비 호환성 보장, 미 정부 보증 등이 특징이다.
• XLR(eXtra Long Range): 에어버스가 항속거리를 크게 확장한 단일통로기 시리즈를 지칭하며, 석유 효율이 높은 신세대 엔진(LEAP-1A)을 장착했다.
향후 일정 및 전망
뉴질랜드 정부는 2026년 상반기 최종 사업계획서를 승인하면, 같은 해 하반기부터 승무원 훈련·기지 인프라 확충에 착수할 예정이다. 첫 헬기와 항공기는 2027년 말부터 단계적으로 도착하며, 2030년 완전전력화를 목표로 한다.
이번 투자는 뉴질랜드 방위 정책의 방향성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도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록히드마틴·에어버스·Safran·Raytheon 등 글로벌 방산·항공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후속 서비스 시장이 열려, 인도·태평양 방산 생태계 재편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