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당뇨병 치료제 ‘오젠픽(Ozempic)’의 미국 내 현금 결제 가격을 기존 목록가의 절반 이하인 월 499달러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2025년 8월 18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오젠픽 0.25mg‧0.5mg‧1mg 등 세 가지 용량 전부에 동일한 할인 가격을 적용한다. 환자는 공식 웹사이트, 환자 지원 프로그램, 그리고 올해 문을 연 직접 판매 온라인 약국을 통해 약을 주문하고, 1집까지 배송받을 수 있다.
이번 할인에는 의약품 가격 비교 플랫폼 굿알엑스(GoodRx)도 참여한다. 굿알엑스는 미국 전역 7만 곳 이상의 약국에서 오젠픽과 체중 감량제 ‘웨고비(Wegovy)’를 같은 가격(월 499달러)에 제공할 예정이라 밝혔다.
배경: 정치권 압박과 소비자 불만
오젠픽의 공식 목록가(list price)는 보험 및 리베이트 전 기준으로 월 1,350달러에 달한다. 비싼 가격은 수년간 정치권과 소비자 단체의 비판을 불러왔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노보 노디스크를 포함한 17개 제약사에 서한을 보내 소비자 직접 판매 모델을 채택해 가격을 낮추라
고 요구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올해 3월에도 체중 감량 주사제 웨고비의 현금 결제 가격을 목록가의 절반으로 낮춘 바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조치로 ‘복제약(compounded copycats)’으로 알려진 무허가 주사제를 피하고, 브랜드 의약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해설: GLP-1 계열 의약품이란?
오젠픽과 웨고비는 GLP-1(Glucagon-like peptide-1) 수용체 작용제다.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라는 성분이 장(腸) 호르몬을 모방해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을 조절한다. 체중 감량 효과까지 있어 미국·유럽에서 비만 치료제로도 승인을 받았다.
시장 경쟁: 엘리 릴리와의 ‘약가 전쟁’
경쟁사 엘리 릴리(Eli Lilly) 역시 인기 GLP-1 약물의 현금 결제 가격을 낮추며 맞대응하고 있다. 두 회사는 약가 인하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
하려는 동시에, 비보험 환자를 신규 고객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전개 중이다.
“미국에서 오젠픽은 보험 적용이 잘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환자는 전액 본인 부담으로 이 중요한 치료제를 구입한다. 단 한 명의 환자라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불법 복제 주사제로 내몰려선 안 된다.” — 데이브 무어(Dave Moore) 노보 노디스크 미국 사업 총괄 부사장
의의와 전망
이번 가격 인하는 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즉각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의 약가 규제가 강화될 경우 제약사 수익 구조와 연구개발(R&D) 투자 재원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필자는 장기적으로 직접 판매(Direct-to-Consumer) 플랫폼이 의료·제약 유통 구조를 재편하며, 보험사가 주도해온 가격 결정력을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한다.
현금 결제(Cash-Pay) 개념 설명
미국 의료 시스템에서 ‘Cash-Pay’는 보험 청구 없이 환자가 약값 전액을 현금·신용카드로 지불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보험 미가입자뿐 아니라, 특정 약물을 보험이 거절했거나 자유로운 약국 선택을 원하는 환자도 Cash-Pay를 이용한다.
결론
노보 노디스크의 월 499달러 전략은 단순한 할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첫째, 소비자 직거래(DTC)를 적극 도입해 유통망을 간소화하고, 둘째, 정치적 압박 대응과 복제품 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향후 GLP-1 계열 의약품 시장에서 가격·유통·규제를 둘러싼 ‘3중 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