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DELHI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네팔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이자 반부패 성향 법관으로 잘 알려진 스시라 카르키(Sushila Karki)가 임시 국가원수(interim head)로 취임할 예정이며, 이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정치 위기를 맞은 히말라야 빈국 네팔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카르키의 임명은 금요일 단행됐으며, 이는 최소 51명이 숨진 폭력 사태 이후 화요일 K.P. 샤르마 올라(K.P. Sharma Oli) 총리가 사임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이뤄졌다.
카르키는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으로 부패에 맞서 온 인물로, 강력한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태도 때문에 임기 1년도 채 되지 않아 정부가 그녀에 대한 탄핵(impeachment)을 추진했으나, 여론의 압박으로 해당 제안은 철회됐다.
탄핵안이 철회된 뒤에도 실망감을 느낀 카르키는 스스로 사임했다. 이에 대해 최고법원 변호사 J.L. 반다리(J.L. Bhandari)는 로이터 통신에 “그녀는 원칙을 굽히지 않았으며, 네팔의 위기를 해결할 최적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올라 총리 사임 후 폭력 사태는 진정됐으나, 당국은 일부 지역에 금지명령(prohibitory orders)을 유지하고 있으며, 군이 거리 순찰에 나섰고 핵심 정치 지도자들은 신뢰를 잃은 채 은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치·행정 경험이 제한적인 카르키가 임시 지도자로 중책을 맡게 됐다. 10년간 카르키와 함께 일한 최고법원 변호사 디펜드라 자(Dipendra Jha)는 “그녀는 훌륭한 선택이지만 강력한 팀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르키는 1952년 황마(jute) 재배로 유명한 샹카르푸르(Shankarpur) 마을의 농가에서 7남매 중 장녀로 태어났다. 바나라스 힌두 대학교(Banaras Hindu University)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79년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학생 시절 그녀는 네팔 정치의 주류였던 네팔 의회당(Nepali Congress)과 연을 맺었고, 1990년대 국왕 권력을 강화한 중앙집권 제도인 판차야트(panchayat) 체제 폐지를 요구하는 민주화 운동에 참여해 짧은 기간 구금되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했고 우리에게 학교에 가라고 격려했다.”
2016년 카르키가 대법원장에 취임했을 당시 동생 주누 다할(Junu Dahal)이 톰슨 로이터 재단(Thomson Reuters Foundation)에 전한 말이다.
카르키는 네팔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인도 방송 CNN-News18과의 수요일 인터뷰에서 그녀는 “나라를 위한 새로운 시작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용어 해설*
• 판차야트 체제는 1960년부터 1990년까지 네팔에서 시행된 일종의 의회 없는 중앙집권 왕정 형태로, 국왕이 행정과 정치 권력을 장악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 임시 국가원수(interim head)는 새 정부가 정식으로 수립되기 전까지 국가 운영을 책임지는 과도기적 지도자를 뜻한다.
카르키의 향후 행보와 네팔 정치의 안정 여부는 네팔 국내뿐 아니라 남아시아 전체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