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5년 9월 15일,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스텔렌보스에 위치한 남아공 경제연구국(Bureau for Economic Research·BER)의 3분기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향후 5년간 물가상승률이 연평균 4.2%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분기 조사 결과(4.4%)보다 0.2%포인트 낮으며, 2002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중앙은행의 목표 수준 하향이 주요 배경
BER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하향 조정은 7월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준비은행(SARB)이 선호 목표 인플레이션 수준을 변경하겠다고 밝힌 직후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SARB는 현재 3∼6%인 공식 목표 범위를 유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중간값(4.5%)이 아닌 하단 3%를 실질 목표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2025년과 2026년에 대한 단기 기대치도 각각 3.8%, 4.2%로 하향 조정됐다(이전 조사 3.9%, 4.3%). 2025년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5%를 기록하며 목표 하단에 근접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금리 결정 시계(視界)
SARB는 다음 기준금리(레포금리) 결정을 9월 18일로 예고했다. 로이터가 별도로 실시한 이코노미스트 설문에 따르면, 대다수가 7월의 소폭 물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이 5월과 7월 두 차례 연속 인하 이후 ‘3% 선호’ 기조를 재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SARB가 물가안정을 위해 사실상 3%를 겨냥하겠다고 밝힌 이상, 추가 인하는 상당 기간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 — 케이프타운 소재 한 투자은행 시장 전략가
용어·배경 설명
① 레포금리(Repo Rate)※ Repurchase Rate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단기 유동성을 공급할 때 적용하는 정책금리다. 한국의 기준금리와 동일한 개념으로, SARB의 모든 통화정책 변동은 레포금리 조정을 통해 시장에 전달된다.
②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기업·가계·노동조합이 예상하는 미래 물가 상승률을 뜻한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 임금 인상률과 제품 가격 인상이 억제돼 실제 물가도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 해설 및 전망
시장에서는 “기대 인플레이션 4% 초반”이라는 결과를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 효과로 평가한다. 장기 기대치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는 점은 물가 안정 신뢰도가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남아공의 구조적 실업, 전력난, 통화가치 변동성 등 공급 측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대와 실현 물가의 괴리가 재차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최근 란드화 약세는 수입 물가를 자극할 수 있으며, 전력공급 차질은 생산비 상승을 초래한다. 이러한 요인들이 중장기적으로 3% 목표 달성에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 애널리스트는 SARB가 선제적 금리 인상보다는 정부의 재정·구조 개혁과 보조를 맞추며 점진적 물가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향후 12개월 내 정책금리는 현행 7.75% 수준을 유지하되, 인플레이션이 3% 부근에서 안정될 경우 2026년 하반기부터 추가 인하가 재개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