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애를 둘러싼 후계 서열 재편
평양발 (로이터) —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의 10대 딸 김주애가 이번 주 베이징 방문에 동행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그가 차기 지도자 ‘1순위’로 자리매김했음을 방증하는 행보라고 평가한다.
2025년 9월 3일, 로이터통신 서울 보도에 따르면 이번 방중은 김주애의 첫 해외 공개 일정으로, 북한 내부뿐 아니라 외교무대에서도 후계 구도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고 있다. 특히 그녀가 김정은과 나란히 열차에서 하차하는 장면은 북한 매체가 강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외신과 분석가들에게 강력한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다.
VIP 플랫폼 착석·외교 무대 등장·공개 애정 행위 등은 모두 과거 김정은이 후계자로 부상할 당시 보였던 전형적 패턴과 유사하다. 이에 따라 김주애의 행보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그의 위상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타임라인 — 김주애의 주요 공개 행보
※ 아래 연표는 로이터가 공개한 원문 기사 내용을 순서대로 번역·재배열한 것이다.
• 2013년 9월 — 전 미국 프로농구 선수 Dennis Rodman이 평양 방문 후 “김정은에게 ‘주애’라는 아기 딸이 있다”고 처음 폭로한다. 정확한 나이는 밝혀지지 않았다.
• 2022년 11월 19일 — 북한 관영매체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 발사를 참관한 ‘사랑하는 딸’을 처음 언급한다. 남측 정보기관은 해당 인물이 김주애라고 식별했다. 당시 공개된 사진 속 주애는 흰색 패딩을 입고 볼이 통통한 어린이의 모습이었다.
• 2023년 2월 9일 — 조선인민군 창건 기념 열병식에 등장해 매체로부터 ‘존경하는 딸’이라는 수식어를 부여받는다. 이 시점을 기점으로 공개 활동이 급증했다.
• 2023년 3월 17일 — 또 다른 미사일 시험 발사 현장에 동행.
• 2023년 9월 9일 —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 열병식에서 VIP 플랫폼에 김정은 옆자리를 차지한다.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원수가 무릎을 꿇고 그녀의 귀에 속삭이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 2023년 11월 23일 — 정찰위성 발사 성공 기념 연회에서 주애는 우주국 엠블럼이 새겨진 셔츠를 입고 메인 테이블에 착석했다.
• 2024년 1월 1일 — 새해음악회에서 가죽코트를 입은 주애가 김정은의 뺨에 입맞춤하고 턱을 살짝 만지는, 북한 최고지도자와의 이례적 스킨십이 공개됐다.
• 2024년 1월 8일 — 양계장 현지지도 동행. 군사·우주 분야를 넘어 민생 프로젝트까지 활동 범위를 확장한 첫 사례다.
• 2024년 10월 10일 —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에서 러시아 대사 알렉산드르 마체고라와 악수하며 귀엣말을 나눴다. 이는 첫 외교 무대 데뷔로 기록된다.
• 2025년 4월 26일 — 해군 구축함 진수식 동행. 팬츠 수트를 입은 모습이 아버지와 비슷한 키로 성장했음을 시사했다.
• 2025년 5월 10일 —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을 맞아 주북 러시아 대사관 방문. 마체고라 대사가 주애의 뺨에 입맞춤하는 사진이 보도됐다.
• 2025년 6월 15일 — 흰색 수트를 차려입고 무기 공장을 시찰. 관영사진에서 주애는 전경에 배치돼 존재감을 과시했다.
• 2025년 6월 25일 — 동해안 원산 휴양지 개장식에 참석. 키가 어머니 리설주를 넘어선 모습이 포착됐으며, 김정은과 동등하게 화면 분할됐다.
• 2025년 6월 30일 — 러시아 문화상 올가 류비모바를 맞아 평양에서 열린 음악회에 동행, 무대 배경에는 러시아 주둔 북한군 사진이 나타났다.
• 2025년 9월 2일 — 중국 베이징 도착 시 김정은 뒤를 이어 두 번째로 열차에서 내려 첫 해외 순방을 공식화했다. 관영매체는 동행 사실을 즉시 보도하지 않았지만, 분석가들은 이를 차기 지도자로서의 결정적 이정표로 평가한다.
전문가 해석 및 용어 설명
• ‘필드 가이던스’ : 북한식 현지지도(on-the-spot guidance)를 뜻하며, 최고지도자가 공장·농장·건설 현장 등을 찾아 직접 지시를 내리는 체제를 가리킨다.
• ‘VIP 플랫폼’ : 열병식이나 대규모 행사에서 국가 원수가 주석단과 함께 서는 단상. 해당 공간에의 배치는 정치적 위상을 상징한다.
• ‘존경하는 딸’ versus ‘사랑하는 딸’ : 북한 매체의 호칭 변화는 정치적 신호로 해석된다. ‘존경하는’은 김정은에게 사용하는 최고존칭으로, 그 접두사가 주애에게도 쓰였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후계 구도에 미칠 영향
북한은 역사적으로 후계자를 오랜 기간에 걸쳐 노출시키며 ‘신비성’과 ‘정통성’을 동시에 구축해 왔다. 김정은 역시 2000년대 중반부터 제2·제3열에 서서 점진적으로 얼굴을 알렸고, 2010년 9월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임명과 동시에 대내외에 공식적으로 후계자로 등극했다.
김주애가 약 10세 무렵부터 사진이 공개된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행보는 과거 김정은·김정일의 패턴을 압축적으로 재현한다는 평가다. 특히 외교 무대에 등장하고, 군사 및 우주 프로젝트의 ‘공동 챙김’ 이미지가 강조되는 점은 ‘권력 이양 준비 단계’에 이미 들어섰다는 신호라는 해석도 있다.
물론 북한 헌법이나 당 규약상 여성 최고지도자 사례는 전례가 없지만, 김씨 일가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고려할 때 성별 장벽이 제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중론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순방이라는 상징적 이벤트를 통해 김주애가 ‘국가 대표 얼굴’의 역할을 이미 수행하고 있다”며 “추후 당·군 공식 직함을 부여받는 순간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관전 포인트
1) 당 전원회의·최고인민회의 등에서 김주애가 명시적 직함을 얻는지 2) 북·러·중 연대가 강화되는 구도 속에서 그녀가 외교 사절 역할을 계속 수행하는지 3) 국내 민생 프로젝트에 대한 현지지도 빈도가 증가하는지를 중심으로, 후계 확정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