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 호조·우크라이나 휴전 기대감에 뉴욕증시 상승 마감

뉴욕증시가 8일(현지시간) 견조한 2분기 실적과 금리 인하 기대,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가능성에 힘입어 일제히 상승했다. S&P500지수는 전일 대비 0.78% 오른 5,594.51에 장을 마쳤고, 나스닥100지수는 0.95% 뛰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0.47% 상승했다.

2025년 8월 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S&P500 선물(9월물)은 0.84%, 나스닥100 선물은 1.05% 각각 올랐다. 투자자들은 견조한 실적 모멘텀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달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실적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9일 기준 S&P500 편입 기업의 82%가 실적을 발표했으며 이 중 82%가 시장 전망치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2분기 S&P500 순이익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9.1%로, 시즌 전 예상치(2.8%)를 크게 상회하며 4년 만의 최고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몬스터 베버리지가 EPS 예상을 상회하자 주가가 6% 넘게 급등했고, 익스피디아 그룹도 실적·가이던스 호조로 3% 대 상승 마감했다. 반면, 광고기술 기업 트레이드 데스크는 실망스러운 전망을 제시해 38% 폭락했다.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역시 설비투자 축소 방침을 밝히며 5% 넘게 밀렸다.

장중 블룸버그 통신은 “미·러 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잠정 합의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현재 전선에서 공세를 중단하는 대신,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루한스크(통칭 도네츠크) 전역과 크림을 양도하는 안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는 위험선호 심리를 자극하며 주가지수를 추가 견인했다.


금리·통화정책 변수

같은 날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알베르토 무살렘 총재는 “연준이 물가 목표를 아직 충족하지 못했다”며 “현재로선 정책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소 매파적 발언이었으나, 시장은 여전히 9월 FOMC에서 25bp(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90%로 반영 중이다. 연방기금선물은 10월 추가 인하 확률도 63%로 가격에 담고 있다.

이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 공석을 올해 말까지 채울 임시 이사로 ‘비둘기파’ 성향의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명한 영향이 크다. 시장은 미런 후보자가 통화완화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시장은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과 주식 랠리에 안전자산 수요가 줄며 압력을 받았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3.5bp 오른 4.285%를 기록했다. 같은 만기 독일 국채금리도 6bp 상승한 2.69%, 영국 길트금리는 5.4bp 올라 4.601%에 마감했다.


무역정책: 반도체·의약품·인도 관세

무역 이슈도 주가에 변동성을 불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외국산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미국 내 생산 투자를 증명할 경우 면제를 검토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또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한다고 밝혔다. 의약품 수입 관세 인상안도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모든 조치가 시행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이 15.2%로 뛰어올라 2024년(2.3%) 대비 7배 수준이 된다고 추산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소비자물가, 기업 실적에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향후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주요 종목별 등락률

기술·소비재 강세
Apple은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1,000억 달러 국내 투자” 발언 이후 3거래일간 12% 급등했고 이날도 4% 넘게 올랐다. Gilead Sciences(+8%), Gen Digital(+7%), Monster Beverage(+6%)가 S&P500 상승세를 주도했다. Tesla는 텍사스주 로보택시 운행 허가를 받으면서 2%대 후반 상승했다.

금리·원가 압박 직격탄
트레이드 데스크(-38%)·스윗그린(-22%)·트윌리오(-19%)·굿이어 타이어(-18%)·고대디(-11%) 등은 가이던스 하향과 적자 확대 여파로 급락했다. 특히 소비자물가 우려가 커지면 광고·소비 관련 종목의 실적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문가 해설

이번 랠리는 “실적→심리→정책 완화 기대”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다만 관세 인상은 기업 비용 구조와 수요 둔화, 더 나아가 물가 재상승이라는 부메랑이 돼 연준의 완화 시나리오를 제약할 위험이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은 영토 양도 문제 등으로 실제 타결 난도가 높아, 향후 뉴스플로에 따라 주가가 급격히 되돌릴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1) 달러 강세 지속 여부, 2) 9~10월 FOMC 인하 속도, 3)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를 병행 모니터링하며 변동성 관리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리 인하 기대 과열 시 단기 차익 실현과 방어주 비중 확대가 유효할 수 있다.


용어 풀이

E-미니 선물은 CME(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가지수 선물의 일종으로, 표준 계약 대비 규모를 1/5로 축소해 개인·기관 모두가 활용하기 쉽다.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은 명목채와 물가연동채(TIPS)의 금리 차로, 시장이 예상하는 평균 물가 상승률을 의미한다. 연방기금선물은 연준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의 향후 수준을 베팅하는 파생상품으로, 금리 인하·인상 확률 산정에 널리 쓰인다.

이처럼 파생·채권 지표를 해석하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성과 시장 기대를 미리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선물 가격은 매 순간 변동하므로, 포지션 구축 시 만기·유동성·증거금 요건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향후 일정 및 체크포인트

오는 9월 16~17일 FOMC 결과, 10월 28~29일 추가 회의, 그리고 관세 세부 시행령 발표가 3대 이벤트로 꼽힌다. 또한 8월 11일에는 AAON·AST 스페이스모바일·셀라니즈·랠리언트·로이반트 등 5개 기업이 실적을 발표해 섹터별 분위기를 가늠할 ‘잔여 체크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지금과 같은 낙관론이 금리·무역·지정학 변수에 따라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고 마켓 인사이트 애널리스트들은 입을 모았다.

실적 서프라이즈 흐름이 이어질지, 정책 환경이 뒷받침될지에 따라 향후 S&P500의 연말 목표밴드(5,800~6,000p)도 조정될 수 있다. 변동성 확대 국면을 대비해 리밸런싱과 헤지 전략을 병행하는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