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금융시장이 20일(현지시간) 기술주 전반의 부진 속에 혼조세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 대비 -0.24% 하락해 1주 반 만의 최저치로 내려앉았고, 나스닥100 지수 역시 -0.58% 떨어지며 2주 만의 저점으로 밀렸다. 반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04% 올라 소폭의 플러스권을 지켜냈다.
2025년 8월 2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9월물 E-미니 S&P 선물은 -0.29%, 9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64% 하락했다. 전일에 이어 ‘매그니피센트 세븐’※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주가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시장 전반의 매도 압력이 확대됐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애플·알파벳·아마존·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메타·엔비디아 등 시가총액 상위 7개 거대 기술주를 통칭하는 용어다.
주요 종목·섹터 동향
“대형 기술주의 피로감과 반도체 업황 둔화가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애플(AAPL)·알파벳(GOOGL)·아마존(AMZN)·테슬라(TSLA)가 모두 -1% 이상 내려앉았고,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메타(META)·엔비디아(NVDA)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인텔(INTC)은 -6% 급락하며 S&P500과 나스닥100 하락폭을 키운 최대 낙폭 종목으로 기록됐다. 마이크론(MU)-3%, ARM(ARM)-2% 등 반도체주 전반이 하향 압력을 받았다.
소비재 부문에서는 타깃(TGT)이 -6% 넘게 빠졌다. 회사가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초반’의 매출 감소를 예고하면서 실적 우려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에스티로더(EL) 역시 2026 회계연도 조정 EPS 전망치(1.90~2.10달러)가 컨센서스(2.16달러)를 밑돌자 -3% 이상 빠졌다.
반면 월마트(WMT) +1%는 이날 다우를 지탱한 주역이었다. 시장은 월마트가 22일 개장 전 발표할 2분기 실적에서 미국 내 기존점포 매출(휘발유 제외)이 +4.21% 증가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제 지표·연준(美 FOMC) 동향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8월 15일 주간 미국 모기지 신청은 전주 대비 -1.4% 감소했다. 주택구입 신청은 +0.1% 늘었으나, 재융자 신청이 -3.1% 줄었다.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6.67%에서 6.68%로 1bp(0.01%p) 상승했다.
7월 29~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다소 매파적’으로 해석됐다. 다수 위원은 “노동시장이 견조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며, 물가 상방 위험이 고용 둔화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9월 16~17일 FOMC에서 -25bp 금리 인하 가능성을 84%로 반영했는데, 이는 일주일 전 93%에서 낮아진 수치다. 10월 28~29일 추가 인하 가능성은 55% 수준으로 집계됐다.
국제정세·무역 이슈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외교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푸틴·젤렌스키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며, 유럽 각국은 영·프 병력 파견을 골자로 한 평화협정안을 논의 중이다. 이는 향후 관세 정책 및 유가에 거시경제적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400여 개 소비재 품목으로 확대 적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1~2주 내 반도체 등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으며, 심지어 200~300% 관세 가능성도 언급했다. 같은 날 중국과의 ‘관세 휴전’은 90일 연장됐고, 인도·제약제품 등에 대한 추가 관세도 잇따라 발표됐다.
채권·금리 시장
9월 만기 미 재무부 10년물 T-노트 가격은 3틱 상승, 수익률은 4.291%로 1.5bp 하락했다. 주식시장 약세와 10년 기대 인플레이션율의 2주 저점(2.350%) 진입이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했다. 다만 200억 달러 규모의 20년물 국채 입찰 수요가 부진해 T-노트 상승폭은 제한됐다(응찰 배수 2.54, 최근 10회 평균 2.60).
유럽에서도 독일 10년물 국채금리가 -3.3bp(2.717%), 영국 10년물 길트금리가 -6.8bp(4.672%) 하락했다.
한편 영국 7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대비 3.8% 상승해 1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달 근원 CPI도 3.8%로 시장 예측(3.7%)을 상회했다.
해외 증시·기업 실적
유럽 스톡스50 지수는 -0.20% 하락했다.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0년래 최고치를 경신하며 +1.04% 올랐고, 일본 닛케이225는 -1.51% 떨어졌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S&P500의 2분기 EPS는 전년 대비 +9.1% 증가해 ‘어닝 시즌’ 직전 예상치(+2.8%)를 크게 상회했다. 전체 기업의 93%가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83%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이날 상승 종목 중 애널로그디바이스(ADI)는 3분기 매출(28억8,000만 달러)이 예상치(27억6,000만 달러)를 상회하며 +6% 급등했다. 허츠(HTZ)도 아마존 오토스와의 중고차 판매 협업 소식에 +6% 반등했다.
향후 일정 및 관전 포인트
시장 관심은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22일, 예상 22만5,000건)와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지수(8월, 예상 6.7), S&P 제조업 PMI(8월, 예상 49.8)에 집중되고 있다. 23일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와이오밍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경제전망 연설을 할 예정이다.
22일 실적 발표 예정인 기업으로는 월마트(WMT)·인튜이트(INTU)·로스 스토어스(ROST)·워크데이(WDAY)·줌 커뮤니케이션즈(ZM) 등이 있다.
기자 해설·전망
기술주의 고평가 논란과 관세 불확실성이 맞물려 단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반도체 업종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압박과 수요 둔화 우려가 동시에 작용해 이중 악재에 직면했다. 다만 기업 실적 모멘텀은 여전히 견조해, 파월 의장의 발언 내용과 9월 FOMC 결과가 시장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향후 투자자는 ① 매파·비둘기 스탠스 간 균형을 가늠할 연준 메시지, ②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의 진척도, ③ 중국·인도 등 주요 교역국과의 관세 갈등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이 세 변수가 증시 리스크 프리미엄을 결정지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