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기술주 중심의 매도세에 밀려 일제히 하락했다.
2025년 9월 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8월 29일(현지시간) S&P 500 지수는 전장 대비 -0.64% 떨어진 5,167.24포인트로 마감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20% 내린 39,122.57포인트를 기록했다. 나스닥 100 지수 역시 -1.22% 급락해 18,042.63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선물시장에서도 9월물 E-미니 S&P는 -0.68%, 9월물 E-미니 나스닥은 -1.31% 하락했다.
주요 지수 약세의 1차 요인은 반도체·하드웨어 기업 실적 부진이다. 마벨 테크놀로지(MRVL)가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14억9,000만 달러)이 컨센서스(15억2,000만 달러)를 밑썼다는 소식에 -18% 폭락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끌어내렸다. 델 테크놀로지(DELL)도 AI 서버 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8% 급락, 하드웨어 업종 전반이 동반 약세를 보였다.
거시지표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8월 시카고 연준 기업활동지수(Chicago PMI)는 41.5로 전월 대비 5.6p 하락하며 ‘경기 확장·수축의 기준선(50)’을 큰 폭으로 밑돌았다.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확정치)도 58.2로 하향 조정돼 시장 예상치(58.6)보다 부진했다. 특히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7월 근원 PCE 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2.9%로 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 ‘고착화된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다.
다만 소비 지표는 견조했다. 7월 개인소비지출(Personal Spending)은 전월 대비 +0.5% 증가해 네 달 만의 최대폭을 기록했고, 개인소득도 +0.4% 늘어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 동시에 미시간대 1년·5~10년 기대 인플레이션이 각각 4.8%, 3.5%로 하향 조정되면서 물가 압력이 다소 둔화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는 “기조 인플레이션이 2%에 근접했고 노동시장의 급격한 위축 위험이 커졌다”며 9월 25bp 금리인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머지않아 정책금리를 재조정할 시점”이라고 언급해 시장에 비둘기(완화) 신호를 제공했다.
통상(通商) 변수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월 1일 기자회견에서 “디지털 서비스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대한 첨단기술·반도체 수출 제한 및 추가 관세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8월에는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상을 400여 개 소비재로 확대했고, 인도산 수입품 관세율을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대로 시행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이 15.2%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한다.
채권·국제금리 동향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227%로 +2.4bp 상승했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2.9bp 오른 2.724%, 영국 10년물 길트금리는 +2.2bp 상승한 4.722%로 마감했다. 이는 독일 8월 CPI가 예상치를 상회한 데 따른 연동 현상으로 풀이된다.
시장금리 상승에도 불구, 연준의 완화 기조 전환 기대는 여전하다. 연방기금선물(FedWatch) 가격은 9월 FOMC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88%, 10월 추가 인하 가능성을 55% 반영하고 있다.
섹터·종목별 동향
① 반도체 – 마벨(-18%) 급락 여파로 엔비디아(-3%), AMD(-3%대), 브로드컴·램리서치(-4%대) 등 동반 하락. ARM, ASML,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인텔, 마이크론 모두 2% 이상 밀렸다.
② 컴퓨터 하드웨어 – 델(-8%) 실적 실망. 슈퍼마이크로컴퓨터 -5%,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 -2%대 약세.
③ 소비재·산업재 – 울타 뷰티 -7% (소비 둔화 경고), 캐터필러 -3% (연간 18억 달러 규모 관세 부담 전망), 달러 제너럴 -2% (판관비 압박 우려).
④ 암호화폐 관련 – 비트코인 가격 7주 최저치로 하락하면서 갤럭시 디지털 -4%, 코인베이스·마이크로스트래티지 -1%대 동반 약세.
⑤ 상승 종목 – 오토데스크 +9%(매출·가이던스 상향), 암바렐라 +16%(EPS 서프라이즈·성장 전망 상향), 어펌 홀딩스 +10%, 센티넬원 +6%, 펩시코 지분 확대 소식의 셀시어스 홀딩스 +5%.
⑥ 헬스케어 – 모리나 헬스케어 +3%, 유나이티드헬스 +2%(다우 상승 1위), 엘리벤트·센틴 +2%대, 휴마나·CVS +1%대 강세.
실적 시즌·전망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해 실적 시즌 개시 전 예상치(+2.8%)를 크게 상회했다. 보고를 완료한 기업(95% 이상) 중 약 82%가 시장 추정치를 웃돌았다. 9월 2일 예정된 주요 기업 실적은 아카데미 스포츠&아웃도어스(ASO), 헬스이쿼티(HQY), 시그넷 주얼러(SIG), 지스케일러(ZS) 등이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 시카고 PMI – 시카고 지역 제조·서비스 기업의 구매관리자에게 설문해 경기 확장(50 이상)·수축(50 미만)을 가늠하는 지표다. 전국 ISM 제조업지수와 상관관계가 높아 경기 선행성으로 주목받는다.
• 근원 PCE 물가지수 – 개인소비지출에서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물가지표로, 연준이 정책 결정 시 가장 중시한다. 목표치 2%를 웃돌면 긴축, 하회하면 완화 압력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 비둘기(비둘기파) – 금리 인하나 통화완화를 선호하는 통화정책 스탠스를 지칭한다. 반대로 매파(매)라 하면 금리 인상·긴축을 우선시한다.
• FedWatch –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연방기금선물 가격을 바탕으로 계산하는 FOMC 회의별 금리 인하·인상 확률 지표다.
전문가 시각 – 본보 취재진은 “반도체·AI 서버 업황에 대한 과도한 성장 기대가 현실 점검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근원 물가의 완만한 둔화에도 상승 압력이 잔존하는 만큼, 9월 FOMC 전까지는 지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동시에 강력한 소비·완화적 연준 발언은 하방경직성(backstop)을 제공해 단기 조정을 ‘건강한 숨 고르기’로 보는 시각도 상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