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30일(현지시간) 기술주 약세에 일제히 후퇴했다. 대표 지수인 S&P500은 전장 대비 -0.64% 떨어졌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20%,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100은 -1.22% 급락하며 장을 마쳤다. 같은 날 9월 만기 E-미니 S&P500 선물은 -0.68%, E-미니 나스닥 선물은 -1.31% 하락해 현물지수의 낙폭을 거들었다.
2025년 9월 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 약세는 반도체·컴퓨터 하드웨어 업종의 급락에서 비롯됐다. 마벨 테크놀로지가 2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소식에 -18% 폭락했고, 델 테크놀로지스 역시 AI 서버 부문 수익성 악화로 -8% 넘게 빠지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자료: Barchart
매크로 지표도 악재로 작용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8월 MNI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1.5로 전월 대비 5.6포인트 급락해 시장 예상치(46.0)를 밑돌았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8월 확정치)도 58.2로 하향 수정되며 소비 심리 둔화를 시사했다. 여기에 연준이 중시하는 7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해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소비·임금 지표는 선방
한편 7월 개인소비 지출은 전월 대비 0.5% 증가해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고, 개인소득도 0.4% 늘어 시장 기대에 부합했다. 미시간대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8%로, 종전 4.9%에서 예상 밖 하향 조정돼 물가 기대 심리가 다소 완화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연준 인사들 “조기 금리 인하” 시사
정책 측면에서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2% 부근에 근접했다”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bp(0.25%p)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조만간 통화정책을 재조정할 때가 올 것”이라며 완화적 스탠스를 가세했다. 파월 의장의 직설적 발언은 없었지만, 연준 고위 인사들의 잇단 ‘비둘기파(완화선호) 코멘트’에 연방기금선물시장은 9월 금리 인하 확률을 88%로 반영했다.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속
“디지털세·러시아산 원유 문제 해결 전까지 첨단 기술·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겠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 기업에 부담이 되는 각국의 디지털세에 보복하기 위해 첨단기술·반도체에 대한 새 관세와 수출 제한을 경고했다. 앞서 그는 8월 말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소비재 400여 개 품목으로 확대했고, 8월 13일에는 중국과의 관세 휴전을 90일 연장했다. 8월 6일에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문제 삼아 관세율을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모든 조치가 시행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이 2024년 2.3%에서 15.2%로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채·글로벌 채권시장 동향
같은 날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은 4.227%로 2.4bp 상승했다. 독일 국채 금리도 10년물 기준 2.724%로 2.9bp 올랐고, 영국 길트 10년물은 4.722%로 2.2bp 상승했다. 독일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1%로 예상치(2.0%)를 상회해 유럽채권 금리를 끌어올렸다.
업종·종목별 등락 현황
반도체주는 마벨 테크놀로지(-18%), 램리서치(-4%), 브로드컴·엔비디아·AMD(각 -3% 이상) 등 약세가 두드러졌다. ARM·ASML·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KLA·인텔·온세미·마이크론도 2% 넘게 밀렸다.
컴퓨터 하드웨어주에서는 델(-8%)이 선두 낙폭을 기록했고, 슈퍼마이크로컴퓨터(-5%)·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2%)가 뒤를 이었다.
소비재·산업재주 가운데 울타 뷰티(-7%)·캐터필러(-3%)·달러제너럴(-2%)이 하락했다. 반면 오토데스크(+9%)·암바렐라(+16%)·어펌 홀딩스(+10%)·센티넬원(+6%) 등 일부 기술주는 견조한 실적 발표로 급등했다.
헬스케어 보험주는 몰리나헬스(+3%)·엘리번스헬스·센틴(+2%대)가 동반 상승했고, 유나이티드헬스(+2%)·휴마나·CVS헬스(+1%대)도 강세였다.
기업 실적 시즌 상황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500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9.1% 증가해 시즌 전 예상치(2.8%)를 크게 웃돌았다. 전체 기업의 95%가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약 82%가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향후 일정
9월 2일(현지) 발표 예정 기업 실적은 아카데미 스포츠&아웃도어스, 헬스이쿼티, 사인넷 주얼러리, 지스케일러 등이다.
전문가 해설: 용어 설명
• 근원 PCE 물가지수는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해 인플레이션의 기조 흐름을 파악하려는 지표로, 연준이 통화정책 기준으로 삼는다.
• PMI(Purchasing Managers’ Index)는 제조·서비스업 구매관리자에게 설문해 경기 동향을 나타내며, 50을 기준으로 확장·수축을 구분한다.
• bp(basis point)는 0.01%p를 뜻한다. 예컨대 25bp 인하는 금리를 0.25%p 낮춘다는 의미다.
• 선물(Futures)은 특정 자산을 미래 일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사고파는 계약을 말하며, 지수·상품·채권 등 기초자산이 다양하다.
AI 기자 시각
본격적인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에도 인플레이션 지표가 재차 꿈틀대고 기술주 실적이 흔들리면서 시장은 ‘연착륙 대 재침체’ 간 갈등에 놓여 있다. 9월 FOMC에서 실제로 금리가 내려갈 경우 성장주에는 단기 호재가 되겠지만, 연준이 물가 목표(2%)를 재확신할 때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는 기업별 실적 질(質)과 고정비 구조, 그리고 무역정책 영향을 세심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