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암호화폐에 점진적 유입…수요는 아직 초기 단계

뉴욕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이번 주 사상 최고치인 $123,000를 돌파하면서 기관투자자의 역할과 영향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5년 7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비트코인 상승세의 이면에는 워싱턴 정가의 친(親) 암호화폐 정책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연기금‧대형 운용사가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적극 편입하기 시작한 단계는 아직 ‘초입’에 불과하다고 진단한다.

디지털 자산 운용사 21Shares의 리서치 책임자인 아드리안 프리츠(Adrian Fritz)는 “기관 소유 비중은 여전히 초반 이닝”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은 소매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현물 비트코인 ETF 자산 중 5% 미만만이 연기금·재단 등 장기투자자의 몫이다. 헤지펀드·자산관리사 지분은 10~15% 수준이지만, 이들조차 고액 자산가 고객 대신 매수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ETF 보유 주체는 여전히 리테일이 대부분이라는 분석이다.


ETF와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입법 환경

ETF(Exchange Traded Fund)는 주식처럼 거래되는 펀드로, 투자자가 실물 비트코인을 직접 보관하지 않고도 가격 변동에 노출될 수 있게 설계됐다.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달러 등 법정화폐에 1:1로 연동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가격 변동성이 낮아 결제·송금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리서치 업체 반다(Vanda)에 따르면 리테일 투자자의 ETF·암호화폐 관련 주식 대량 매수는 가격 급등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특히 2024년 말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선에서 승리하며 ‘크립토 대통령’을 자처한 직후와 최근 랠리 기간에 개인 매수세가 집중됐다.

시장에는 암호화폐 산업을 규율할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포함한 복수의 법안이 이번 주 통과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공화당이 장악한 미 하원은 17일(현지시간) 주요 절차 표결을 통과시켜 연방 차원의 첫 디지털 자산법 제정에 청신호를 켰다. 해당 법안은 급성장 중인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규칙을 명확히 하게 된다.

또 다른 법안은 디지털 상품 정의와 감독기관 역할을 명문화해, 그간 위험을 이유로 진입을 망설인 기관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출 전망이다.

“2026년이면 연기금, 장기 보유 성향 기관도 암호화폐 시장에 포진할 것이다.” ― 사이먼 포스터(Simon Forster), TP ICAP 글로벌 디지털자산 총괄


비트코인 ‘재무금고’ 전략 기업의 부상

프리츠는 “본질적으로 그들은 가장 느리게 움직일 것”이라며 연기금의 진입 속도를 전망했다. 한편, 시장 데이터—아직 불투명성이 큰 탓에 단편적이지만—는 비트코인을 현금·금·초단기 국채 대신 보유하는 ‘비트코인 재무금고(Bitcoin Treasury)’ 기업이 수요를 견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표적 사례는 스트래티지(Strategy)게임스톱(GameStop)이다. 두 기업은 각각 소프트웨어·비디오게임 소매업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대차대조표상 비트코인 보유 및 수익화에 집중한다. 비트코인이 아닌,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암호화폐에 노출되길 원하는 투자자 수요가 이들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비트와이즈 자산운용의 리서치 애널리스트 후안 레온(Juan Leon)은 “이들 기업의 매수 여력은 전통적 연기금·재단·헤지펀드보다 최근 수요 기여도가 더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스트래티지와 게임스톱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투자 플랫폼 eToro의 시몬 피터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2024년 7월 이후 전 세계 상장사는 비트코인 보유량을 120% 늘려 85만9,000개 이상을 보유 중이다. 이는 총 발행한도 2,100만 개의 약 4%에 해당한다. 기업들은 보통주·우선주·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비트코인 매입을 확대하며, “제2의 스트래티지”를 꿈꾸고 있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Hargreaves Lansdown)의 자금·시장 총괄 수재너 스트리터(Susannah Streeter)는 “새로운 미국 입법이 상장사의 현금 일부를 암호화폐에 할당하는 길을 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분석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90,000 밑으로 떨어지면 해당 기업 절반이 평가손을 볼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ETF 수요 증가와 글로벌 기관 매수

최근 몇 달 간 암호화폐 ETF 자금 유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비트와이즈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암호화폐 상장지수상품(ETP) 순유입액은 지난주 $4 billion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시 문서에 따르면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State of Wisconsin Investment Board), 아부다비 무바달라(Mubadala) 국부펀드, 헤지펀드 밀레니엄 매니지먼트(Millennium Management) 등 대형 기관이 지난 18개월 동안 암호화폐 ETF 투자 사실을 공개했다.

연초 이후 비트코인은 약 25% 상승했으며, S&P 500 지수는 6.5% 올랐다. 또 다른 주요 암호화폐 이더(Ether)는 2% 상승, XRP는 40% 가까이 뛰었다.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대선 직전 대비 66% 늘어난 $3.8 trillion에 달한다(코인마켓캡 집계).


전문가 시각 및 향후 과제

업계 전문가들은 규제 투명성이 확보될수록 장기적 기관자금 유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시장은 여전히 가격 변동성·금리·규제 리스크에 민감하다.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12~24개월간 비트코인 가격 조정 가능성, 스테이블코인 규제 세부안, 그리고 은행권의 자체 스테이블코인 출시 여부 등을 주요 변수로 꼽는다.

투자자 입장에선 ETF와 기업 주식을 통한 간접 노출, 자체 지갑 보관 등 접근 방식별 세금·수수료·보안 차이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특히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아직 낮은 만큼, 대규모 매도나 규제 이슈가 단기 가격 급락을 유발할 수 있음도 유의해야 한다.

결국 비트코인의 향방은 규제 확정→기관 진입→시장 유동성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규제와 혁신이 균형을 이룰 경우, 암호화폐는 단기적 테마를 넘어 자산배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