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미·일, 미·EU 간 무역 협상 진전에 힘입어 일제히 상승하며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24일(현지시간) S&P 500 지수는 전일 대비 0.78% 오른 5,530.32pt로 장을 마감해 종가 기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14% 뛰어 41,420.15pt로 5개월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나스닥 100 지수도 0.43% 상승해 19,880.27pt를 나타냈다.
2025년 7월 2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늦게 발표한 대일(對日) 무역 합의 소식, 그리고 미국·유럽연합(EU) 간 관세 협상 진전 소식을 호재로 받아들였다. 해당 합의는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될 관세율을 당초 예정된 25%에서 15%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일본 정부는 미국에 총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보잉(Boeing) 항공기 100대 구매·미국산 쌀 수입 75% 확대·미 농산물 80억 달러 추가 구매·미 방산업체와의 연간 국방 지출 170억 달러 확대 등을 약속했다.
이어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EU가 대부분의 상호 수입품에 대해 15% 세율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전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가 실패할 경우 8월 1일부터 EU산 제품에 최대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던 수준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다만 나스닥 100 지수의 오름폭은 자동차·산업용 반도체 업종 부진으로 제한됐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는 실적 발표 후 “자동차 부문에서 뚜렷한 광범위 회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경영진 발언이 전해지며 주가가 13% 급락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MCHP) · 온세미컨덕터(ON) · 아날로그 디바이스(ADI) · NXP반도체(NXPI) 등 동종 업체들도 1~6%대 약세를 보였다.
경제 지표: 주택 지표 부진·모기지 금리 상승
미국 6월 기존 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2.7% 감소한 393만 채(연율 기준)로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400만 채, –0.7%)보다 부진해 소비 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같은 기간 미국모기지은행협회(MBA) 조사에서 7월 18일 주간 모기지 신청 건수는 0.8% 증가했으나, 재융자 건수는 2.6% 줄었다.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6.84%로 한 주 전보다 2bp 상승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까지 설정한 무역 협상 시한을 주목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150여 개국에 10% 또는 15% 관세를 통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캐나다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현행 25%에서 35%로 상향된 세율을 예고했다.
이번 주 남은 일정으로는 25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예상 22만6천 건), 7월 S&P 미국 제조업 PMI(예상 52.7), 6월 신규 주택 판매(예상 전월 대비 4.3% 증가) 등이 예정돼 있다. 26일에는 6월 내구재 주문(항공·국방 제외) 예상치 0.2% 증가가 발표된다.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7월 29~30일 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3%로 반영하고 있으며, 9월 16~17일 회의에서는 58%로 평가하고 있다.
국제 증시 및 채권 시장
유럽 Euro Stoxx 50 지수는 1.02% 상승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01% 올라 9.5개월 최고치를, 일본 닛케이225는 3.51% 급등해 1년 만의 최고치를 각각 기록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bp 오른 4.384%를 기록했다. 글로벌 무역 긴장 완화로 안전자산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그러나 6월 기존 주택 판매 부진과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브레이크이븐) 하락, 20년물 국채 130억 달러 입찰 호조(응찰 배수 2.79) 등은 국채 가격 하단을 지지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639%(+5bp), 영국 10년물 길트 수익률은 4.635%(+6.6bp)로 동반 상승했다.
업종 및 개별 종목 동향
전력·유틸리티주는 PJM 인터커넥션이 “AI 붐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해 내년 전력망 확보 비용이 161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강세를 보였다.
테일런 에너지(TLN)는 8% 이상, 비스트라(VST)는 5% 이상, NRG 에너지(NRG)는 4% 이상, 컨스텔레이션에너지(CEG)는 1%대 상승 마감했다.
실적 호조 기업으로는 램프 웨스턴(LW)이 16% 급등했고, GE 버노바(GEV)는 매출 서프라이즈에 14% 뛰었다. 베이커 휴즈(BKR)는 매출 기대치를 상회하며 11% 상승했다. TE 커넥티비티(TEL)와 써모피셔 사이언티픽(TMO)도 각각 11%, 9% 올랐다.
실적 부진·가이던스 하향 종목으로는 피서브(FI)가 13% 급락했고, 오티스 월드와이드(OTIS)는 12% 하락했다. 힐튼(HLT)과 유니티 소프트웨어(U)도 목표가 하향 또는 가이던스 축소로 2%대 약세를 보였다.
향후 실적 발표 일정
25일에는 A.O. 스미스(AOS)·알레지온(ALLE)·블랙스톤(BX)·도버(DOV)·인텔(INTC)·텍스턴(TXT)·유니온 퍼시픽(UNP)·웨이어하우저(WY) 등 약 30개 대형 기업이 2분기 성적표를 공개할 예정이다.
용어 설명
• E-mini 선물: CME(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소형 주가지수 선물로, 표준 계약 대비 거래 단위가 1/5 규모다.
• 비둘기파(도비시·dovish): 금리 인하나 유동성 공급에 우호적인 통화정책 성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 명목 국채 금리와 물가연동채(TIPS) 금리 차이로, 시장이 기대하는 장기 물가상승률을 의미한다.
기자 해설: 이번 증시 랠리는 단순 관세 인하 기대감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교착이 완화될 수 있다는 심리적 전환점이란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설정한 8월 1일 시한이 임박함에 따라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자동차·반도체 업종은 관세 정책 변화에 민감하므로, 투자자들은 단기 모멘텀보다는 각국 협상 진행 상황을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